산림청 국립수목원과 신세계푸드가 협업한 '맛있는 정원' 조성 기념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식재료로 이용되는 채소류를 심고 있다. 국립수목원 제공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원내 약용식물원에 '맛있는 정원'을 조성했다고 6월 23일 밝혔다. 이번 정원 조성은 단순한 관상용 정원을 넘어 우리나라 전통 식문화와 자생식물의 생태적 가치를 연결하는 교육적 공간으로 기획됐다.
'건강한 식물이 건강한 음식이 된다'를 주제로 조성된 이 정원은 선조들이 식용과 약용으로 활용한 자생식물에 대한 민속식물학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설계됐다.
국립수목원 연구진은 오랜 기간 축적된 민속식물학 연구 데이터와 고문헌 조사를 통해 우리 조상들이 실제로 활용했던 식용·약용 자생식물들을 선별하고,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한 공간을 마련했다.
꽃·잎·열매·뿌리 3개 구역으로 체계적 구성
특히 먹을 수 있는 부위를 기준으로 꽃, 잎, 열매·뿌리 등 3개 구역으로 구분해 관람객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꽃 구역에는 아카시아꽃, 국화, 진달래, 호박꽃 등 꽃잎이나 꽃 전체를 식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식물들이 식재됐다. 이들 식물은 차로 우려내거나 튀김, 화전 등 전통 음식 재료로 활용되어 온 역사를 갖고 있다.
잎 구역에는 냉이, 달래, 머위, 취나물, 고사리 등 잎과 줄기를 나물로 활용하는 산채류가 중심을 이룬다. 특히 봄철 대표적인 나물류부터 여름과 가을에 채취할 수 있는 다양한 식용 잎채소들이 계절별로 관찰할 수 있도록 배치됐다.
열매·뿌리 구역에는 도라지, 더덕, 산딸기, 오미자, 구기자 등 열매와 뿌리를 약용이나 식용으로 활용하는 식물들이 식재됐다. 이들은 전통적으로 건강식품이나 약재로 활용되어 온 식물들로, 현대에도 기능성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신세계푸드와 ESG 협업 프로젝트로 추진
국립수목원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동행 프로젝트의 하나로 신세계푸드와 협업해 맛있는 정원을 조성했으며 지난 21일 기념행사도 열었다. 이번 협업은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함께 환경 보전과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협력하는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자생식물을 활용한 건강한 식문화 확산과 생물다양성 보전에 기여하고, 국립수목원은 연구 성과의 사회적 환원과 교육 프로그램 확대의 기회를 얻게 됐다. 양 기관은 향후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자생식물 활용 메뉴 개발, 교육 프로그램 확대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참여형 교육 프로그램으로 생물다양성 인식 제고
기념행사에서 참석자들은 식용·약용으로 사용된 자생식물과 식재료로 이용되는 채소류를 함께 심었으며, 임영석 국립수목원장이 '생물 다양성과 포레스트 코리아'를 주제로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교육 프로그램에서는 우리나라 산림생태계의 중요성, 자생식물의 생태적 가치, 전통 식문화 속 식물 활용법 등 다양한 주제가 다뤄졌다. 특히 참석자들이 직접 식물을 심고 관찰하는 체험 활동을 통해 자생식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환경 보전 방법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지속가능한 식물-인간 관계 모색하는 거점 공간
임영석 원장은 "맛있는 정원은 자생식물의 생태적 가치뿐만 아니라 식문화와 연결된 생활 속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공간"이라며 "식물과 인간의 지속 가능한 관계를 위한 교육과 연구, 전시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전통적으로 우리 조상들이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며 활용했던 자생식물들을 현대적 관점에서 재조명하고, 이를 통해 건강한 식생활과 환경 보전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와 교육의 장으로 지속 발전 계획
국립수목원은 맛있는 정원을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닌 연구와 교육이 활발히 이뤄지는 살아있는 공간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앞으로 자생식물의 영양성분 분석, 재배 기술 연구, 전통 조리법 복원 등 다양한 연구 활동이 이뤄질 예정이다.
또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도 확대 운영된다. 계절별 자생식물 관찰 프로그램, 전통 식문화 체험 프로그램, 자생식물 활용 요리 교실 등 다양한 형태의 교육 활동을 통해 시민들의 자생식물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여나갈 계획이다.
이번 맛있는 정원 조성은 생물다양성 보전과 전통 식문화 계승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의미 있는 사업으로, 향후 전국 수목원과 식물원의 벤치마킹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건강한 식생활과 자연 친화적 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시의적절한 프로젝트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