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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서 감귤 시범 재배. 포천시 제공

“포천에서도 감귤을 딴다?”

한겨울이면 영하 20도 가까이 내려가는 경기 최북단의 접경 도시 포천에서 감귤이 재배되고 있다. 제주도의 대표 과일이던 감귤이 한반도 북부 도시로 올라온 것이다. 이는 단순한 농업 실험이 아니다. 기후 위기를 체감할 수 있는 상징적 사건이자, 앞으로 우리 식탁이 어떻게 달라질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실증 사례다.

포천시는 올해부터 감귤 시범 재배 사업에 돌입했다. 총 사업비 1억 원을 투입해 연동형 하우스 0.5ha 규모에서 조생종 감귤인 ‘하례조생’ 품종을 시험적으로 기르고 있다. 농촌진흥청, 경기도농업기술원의 기술 지원을 받아 포천시 농업기술센터가 주도하는 이 사업은, 북부 내륙 지역에서 감귤 재배가 실제 가능한지를 실증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시범 농장에는 지중 배관, 공기 순환 팬, 상하 이동식 안개 분무기 등 첨단 시설이 도입돼 생육 환경의 안정화와 에너지 절감을 동시에 꾀하고 있다. 이르면 2027년경 첫 수확과 분석 결과가 나올 예정이며, 이후 농가 보급과 교육·체험 콘텐츠로의 확장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포천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이번 시범사업은 아열대 과수의 재배 가능성과 지역 적응력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감귤이 포천에서 자란다면 북부 농업의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감귤이 왜 포천까지 왔을까…과일 지도의 북상

이번 포천의 감귤 시범 재배는 단순한 지역 농업 프로젝트가 아니다. 기후 변화가 한반도 식생 지도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실제로 최근 30년 동안 전국 평균기온은 약 1.4도 상승했다. 과거에는 전남 해남이나 제주도에서만 가능했던 아열대 작물들이 이제는 충청, 경기 남부를 거쳐 북부 내륙까지 올라오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현재 감귤뿐만 아니라 레몬, 망고, 패션프루트 등의 아열대 과일들이 세종, 평택, 서산, 여주 등에서도 시범적으로 재배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수확 후 유통까지 이뤄지고 있으며, 기후 변화가 농업 구조를 실질적으로 바꿔놓고 있음을 보여준다.

포천처럼 기온이 낮은 지역은 노지 재배가 아닌 시설재배 방식이 필수다. 하지만 기술적 보완만 있다면, 기존 농지에서도 새로운 고소득 작목이 될 수 있다. 이는 기후 위기 적응형 농업 정책의 대표 모델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생산을 넘어 교육과 체험으로…기후 교육의 장으로 확장

포천시는 시범 재배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 관내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감귤 수확 체험과 기후 변화 교육을 연계한 프로그램도 준비할 방침이다. 포천처럼 제주에서 감귤을 직접 본 적 없는 청소년들에게는 색다른 생태 경험이 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체험이 아닌, 기후 변화의 결과를 직접 체감하고 이해하는 교육적 장치다. 특히 88서울올림픽 이후 강조되어온 환경-교육의 통합 가치, 생태 체육의 흐름과도 맞닿는다.

'한반도 과일 지도'는 지금도 변하고 있다

감귤의 북상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제는 기후 적응형 농업 기술과 생태 교육, 지역 경제 전략이 서로 연결되는 시대다. 포천에서 자라는 감귤 한 알은 단순한 농산물이 아니라, 기후 위기 시대의 생존 전략이자, 지역이 살아남기 위한 도전의 결과물이다.

감귤은 이제 더 이상 제주도의 전유물이 아니다. 포천의 하우스 안에서 익어가는 감귤은 ‘기후변화 1.5도 시대’의 현실을 상징처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