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의 결 정원조성계획(안). 동신대 산림조경학과 제공
도시의 일상은 빠르게 흐르지만, 그 속에서도 자연은 숨 쉬기를 멈추지 않는다.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시민들이 그늘을 찾을 때, 회색빛 건물 사이에서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가 눈에 띌 때 우리는 ‘자연이 왜 필요한가’를 다시금 깨닫는다.
이런 문제의식과 가능성을 실천으로 옮기려는 청년들이 있다. 동신대학교 산림조경학과 3학년 학생 5명으로 구성된 ‘결정’팀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2025 정원 드림 프로젝트’ 전주권역 최종 선발팀으로 선정되어, 전주시 평화동 유휴지를 생태 정원으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에덴의 결'조성을 위해 기본 구상을 하고 있는 '결정'팀. 동신대 산림조경학과 제공
정원 드림 프로젝트, 정원을 통한 도시 재생 실험
‘정원 드림 프로젝트’는 산림청과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 주관하는 대규모 청년 참여형 공공 프로젝트다.
서울, 대전, 세종, 평택, 전주 등 5개 권역에서 정원 관련 전공 대학생 팀들을 모집해, 각 팀에 정원 작가를 배정하고 설계부터 시공, 유지 관리까지 전 과정을 경험하게 한다.
이 프로젝트는 단지 조경 교육을 넘어서, 기후위기 대응, 도시 유휴공간의 생태적 전환, 그리고 청년 주도의 정원문화 확산이라는 다층적 의미를 담고 있다.
도시와 자연, 인간과 생태를 연결하는 새로운 도시디자인 실험이기도 하다.
'에덴의 결'이 들어설 전주시 완산구 평화동 2가. 동신대 산림조경학과 제공
동신대 ‘결정’팀이 설계한 정원의 이름은 '에덴의 결'
‘결정’이라는 팀명은 “오랜 시간 노력 끝에 만들어진 결정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들이 제안한 정원의 이름은 ‘에덴의 결(Eden’s Resolve)’.
기후 위기 시대에 잊혀져 가는 이상향 ‘에덴’을 도시 공간 속에 다시 구현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그들은 정원을 단지 아름다운 공간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고 회복하는 장소로 정의한다. 이 정원은 단지 눈으로 감상하는 공간이 아니라, 도심 속 생물다양성을 회복하고, 시민의 생태 감수성을 자극하는 ‘살아 있는 교육장’이기도 하다.
설계를 위해 사례조사에 나선 '결정' 동신대 산림조경학과 제공
곤충, 빗물, 그리고 재생의 상징
이 프로젝트의 핵심 주제는 ‘폴리네이터 가든(Pollinator Garden)’, 즉 꽃가루를 옮기는 수분 매개 곤충들을 유인하고 보호하는 생태 정원이다.
결정팀은 이 주제를 현실화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요소를 설계에 반영했다.
▲수관 식재를 통한 열섬현상 완화
▲빗물 정원(건천)을 중심으로 한 물순환 회복
▲그린루프 파빌리온을 설치해 빗물을 유도하고 이용자 쉼터로 활용
▲기존 생육 불가 목재를 곤충호텔로 재활용해 지속가능성 확보
▲수분 곤충을 고려한 자생식물 식재로 생태 네트워크 형성
이는 단순한 조경이 아닌, 생태계의 복원 메커니즘을 도시 안에 이식하는 작업이다.
학생들의 손에서 탄생할 이 정원은 사람에게는 휴식, 곤충에게는 서식처, 도시에겐 생태적 숨구멍이 된다.
'결정'팀이 사례지 현장을 답사하고 있다. 동신대 산림조경학과 제공
교육을 넘어 실천으로… 실무를 체험하는 ‘살아있는 교실’
결정팀은 교과서 속 이론을 넘어, 현장 속에서 배우는 살아있는 교실을 경험하고 있다.
팀의 총괄을 맡은 박현석 팀장은 설계와 팀 전체 운영을, 노건웅은 시공을, 김태겸은 3D 모델링을, 조형준은 비주얼 콘텐츠 제작을, 정소이는 팀 홍보와 디자인을 맡고 있다.
학생들은 단순히 지도 교수의 지시를 받는 수동적 역할이 아니라, 직접 설계하고 실행하고 홍보하는 ‘작가형 학생’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 과정은 향후 이들이 정원 설계 전문가, 생태 기반 도시디자이너로 성장하는 데 결정적 밑거름이 될 것이다.
정원 조성의 전반을 시민들과 공유하고 있다. 동신대 산림조경학과 제공
SNS로 정원의 '과정'을 공유하는 실험적 시도
‘결정’팀이 눈에 띄는 이유는 또 있다.
이들은 SNS를 통해 정원의 설계, 시공, 유지 과정 전반을 시민과 공유하고 있다.
단순히 완성된 결과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의견을 설계에 반영하고 피드백을 수용하는 열린 정원 만들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교육과 실무, 시민참여가 연결되는 새로운 방식의 공공디자인 프로세스로서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정원, 단순한 공간이 아닌 공동체의 거점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드러난 정원의 의미는 단순한 자연 공간을 넘어선다.
정원은 도시와 생태를 잇는 녹색 플랫폼이며, 사람과 사람, 인간과 자연을 연결하는 커뮤니티의 거점이 될 수 있다.
김민희 동신대 산림조경학과장은 “이번 참여를 계기로 학생들이 지역의 문제를 직접 이해하고 해결책을 제안하는 능력을 키우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정원문화 확산에 앞장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정'팀은 도심 정원의 큰 변화를 꿈꾼다. 동신대 산림조경학과 제공
도심 속 작은 '결정'이 만들어낼 큰 변화
전주시 평화동 유휴지에서 시작된 이 작은 정원 프로젝트는 단지 하나의 정원을 짓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도시의 체온을 낮추고, 사라지는 곤충을 불러들이며, 생태적 감수성을 일깨우는 사회적 실험이자 교육적 실천이다.
결정팀이 가꾸는 ‘에덴의 결’이 도심 속 생태 회복의 상징으로 자리 잡기를, 그리고 그들의 도전이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한 정원문화로 나아가는 작은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