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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에게 얼린 생수 나눠주는 조선소. HD현대중공업 제공
기록적인 무더위
7월 2일 오후 2시 24분, 울산의 기온계가 36.3도를 가리켰다. 2018년 8월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달 30일에는 일평균 기온이 29도를 기록해 기상관측 사상 가장 더운 날이었다. 울산에 엿새째 폭염특보가 발령된 가운데, 이 도시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열대야도 예년보다 일주일 빨리 찾아왔다. 지난달 29일 밤 최저기온이 25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열대야가 올해 처음 관측됐다. 지난해 울산지역 열대야 시작일이 7월 6일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빠른 시작이다.
이 같은 기록적인 폭염은 시민 건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15일부터 이달 1일까지 울산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총 30명에 달한다. 특히 폭염특보가 발령된 지난달 27일부터 5일간 18명이 발생해 집중적인 피해를 보여주고 있다.
산업현장의 필사적인 대응
울산의 대표 산업체들은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전날부터 보양식과 빙과류를 제공하며 직원들의 무더위를 조금이라도 식히는 데 애쓰고 있다. 이 공장은 하루 총 3만5천개 정도의 빙과류를 부서별 냉장실에 채워놓는다는 놀라운 규모다.
HD현대중공업은 더욱 체계적인 대응에 나섰다. 체감온도 33도 이상 폭염 작업 시 오전 10시와 오후 3시 각각 부여되는 휴식 시간을 기존 대비 두 배인 20분으로 늘렸다. 오는 10일부터는 여름철 점심시간을 30분 연장하기로 했다. 휴게시설을 갖춘 버스 4대가 점심시간과 오후 휴식 시간에 안벽 등 작업 현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근로자들이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선박 위에서 작업하는 직원을 위한 선상 휴게실도 새롭게 마련했다.
에쓰오일은 올해 처음으로 카페형 쉼터 8곳을 사업장에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작업자들에게는 아이스 조끼와 냉찜질 팩, 이온 음료, 포도당 등 냉방 용품을 제공한다. SK에너지는 음수대와 식염정을 작업장에 상시 배치하고, 혹서기인 7월 1일부터 8월 15일까지 점심시간을 30분 연장한다. 폭염특보 발령 상황에 따라 매시간 정기 휴식을 갖도록 하고,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는 밀폐공간 작업 시 시간당 30분씩 휴식하도록 한다.
LS MnM은 직원들에게 주 2회씩 삼계탕 등 보양식을 제공하고, 일정 기온 이상으로 올라가면 전 직원 대상 알림톡을 통해 옥외작업 중지와 온열질환 예방수칙을 전파한다. 공장 내 마련된 쉼터에서는 1천대 이상의 냉방기기를 가동하고 있다.
시 차원의 종합 대책
울산시 역시 폭염에 대응해 9월 말까지 살수차 운행을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 4월부터 5개 구군별로 차량 2대씩 총 10대가 하루 2번씩 살수 작업을 하고 있는데, 도심 주요 간선도로를 중심으로 이 횟수를 하루 3회 이상으로 늘렸다.
시 관계자는 "살수차 운행으로 시민 건강을 보호하고 쾌적한 도시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며 "살수차량의 저속 운행으로 교통이 일부 정체될 수 있으니 운전자의 양해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울산의 여름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산업도시 울산이 이번 폭염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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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초복앞두고 삼계탕 4만 그릇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