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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삼육대학교에서 소방대원들이 물을 뿌리며 러브버그 현장 방제활동을 하고 있다.
"나뭇잎에 붙어서 쉬는 러브버그 성충을 젖은 채로 땅으로 떨어뜨려 죽게 하는 작업입니다. 소방 살수차를 사용하면 훨씬 많은 양의 물을 넓은 지역에 뿌릴 수 있어서 공원 같은 집중 서식지에 방제 효과가 클 겁니다." (송은철 서울시 감염병관리과장)
3일 오후 서울 노원구 삼육대 인근 제명호 방향으로 난 숲길에서 노원소방서 살수차 한 대가 주변 나무를 향해 거센 물줄기를 쏘아 올렸다.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를 친환경적으로, 생태계 교란 없이 제거할 수 있는 '살수 방역작업'이다.
2022년부터 시작된 러브버그 등 유행성 생활불쾌곤충의 대량 발생으로 단순 불쾌감을 넘어 시민 생활에 실질적인 불편을 준다는 민원이 빗발치자 서울시가 친환경 방제를 한층 강화하고 나섰다.
러브버그는 익충으로 분류되는 데다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은 생태계 교란을 일으킬 염려가 있어 적극적인 방역에 한계가 있다.
이에 시는 그동안 물에 약한 러브버그 특성을 활용해 자치구 차원에서 살수 위주로 친환경 방제를 해왔다.
실시간 발생 감시와 광원 포집기, 향기 유인제(은평구 백련산 일대) 운영 등 곤충 개체 수 조절을 위한 시범사업도 진행 중이다.
시민들에게는 물 뿌리기, 방충망 정비, 끈끈이트랩 활용과 어두운색 옷 착용 등 생활 수칙도 홍보하고 있다.
이에 더해 시는 공원, 산책로 등 유행성 생활불쾌곤충 민원 다발 지역을 중심으로 소방서와 연계해 살수 방역작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송 과장은 "소방서와 협력한 살수 방역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등산로 인근의 러브버그가 부화하기 좋은 지점, 주 서식지 등을 중심으로 대량의 물을 뿌려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려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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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제 전문가들은 러브버그 퇴치는 날개가 약한 개체의 특성으로 나뭇잎 아래쪽에 살수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전했다.
시에 따르면 올해 1∼6월 러브버그 관련 민원은 4천695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9천274건)보다 약 49.4% 감소했다.
러브버그 민원은 매년 6월 집중적으로 발생하다가 7월 초를 지나면서 점차 감소하는 양상을 보인다. 올해도 이번 주가 지나면 개체수가 확연히 줄어들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다만 서울 시내와 주변에 새로운 출몰지가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살수 작업을 한 제명호 일대도 작년에는 러브버그 민원이 없었으나 올해 들어 눈에 띄게 늘었다.
관련 분야 전문가인 김동건 삼육대 교수는 "노원구와 남양주, 구리 등 지역이 작년에는 러브버그가 보이지 않았는데 올해는 퍼졌다"며 "기온보다는 녹지 축을 따라 퍼지는 양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비록 익충이어도 사체 축적에 따른 2차 위생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어 밀도를 억제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면서 "과거 꽃매미 사례처럼 천적 동물의 등장으로 자연스럽게 개체수가 조절될 때까지 포집기 등 친환경 방제 관련 연구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동률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친환경적이고 비화학적 방법으로 유행성 생활불쾌곤충의 개체수를 조절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사람과 곤충이 공존할 수 있는 생활 환경을 조성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