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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를 통해 기후위기 비용을 측정해온 재미 환경경제학자 박지성 펜실베이니아대 조교수의 첫 저서 '1도의 가격'(윌북)이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저자는 기후위기라는 추상적 개념을 넘어서, 데이터와 통계를 기반으로 기후변화가 교육, 노동, 건강, 범죄율 등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적으로 분석했다.
핵심 연구 결과: 기온과 국부의 상관관계
"평균 기온이 1도 더 높은 국가의 1인당 소득은 평균적으로 8%가량 낮다."
책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기온과 국부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부분이다. 미국 시카고대 연구진이 인도 제조업체들의 노동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공장 실내 온도가 1도 올라갈 때마다 생산성이 2∼4% 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저자는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국가별 연평균 기온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함수를 계산한 결과 연평균 기온이 1도 높으면 1인당 GDP가 8% 낮다는 결론을 얻었다.
기후위기가 사회에 미치는 다양한 영향
기후위기는 노동 생산성과 범죄율에도 영향을 미친다. 32.2도 이상인 폭염이 하루 더 늘어날수록 업무효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일일 기온이 29도를 넘으면 강력범죄 발생 확률이 약 9% 높아진다. 또 평균 기온이 높은 국가일수록 1인당 소득이 낮다는 연구결과도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인적 자본에 미치는 더 큰 피해
기후위기가 집이나 자동차와 같은 '물적 자본'보다 개인의 정신건강과 신체 활력, 교육적 성취, 직업적 역량 등 보이지 않는 '인적 자본'에 더 큰 피해를 준다는 점도 파악했다.
직접 발품을 팔아 자연재해의 숨은 비용을 조사한 저자는 1인당 500달러 이상의 물적 자본 피해를 야기하는 대규모 자연재해는 1인당 1천520달러에 달하는 인적 자본 피해를 초래한다고 설명한다.
기후위기와 사회 양극화
저자는 기후위기가 자본주의를 극단적인 양극화로 몰고 갈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는다. 기후위기로 인해 좋은 주거지와 일자리를 찾는 욕구가 강해지고, 그 결과 가난한 사람들은 기후 노출이 많은 주거지와 일자리로 떠밀려 갈 것이라고 진단한다. 기후위기의 부작용이 모두 빈자들에게 전가돼 소득양극화가 더욱 고착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희망적 신호와 향후 과제
다행히 저자는 '아직 늦지 않았다'고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총배출량이 30% 이상 감소하고, 전기차나 풍력발전과 같은 '탄소 제로' 기술도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또 구속력을 가진 '탄소법'을 시행하는 국가도 해마다 늘고 있다.
저자는 다만 이러한 긍정적 신호에도 이미 시작된 온난화 추세를 합리적 기간 안에 뒤집으려면 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을 '0'으로 줄이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도서 정보: 강유리 옮김. 40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