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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군 가뭄피해대책회의. 해남군 제공

장마가 예년보다 일찍 끝나고, 강수량마저 평년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서 해남군이 가뭄 장기화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군은 8일 가뭄 대책회의를 열고, 농업·축산·수산 등 군민들의 생업과 직결되는 주요 분야별 가뭄 대응 현황을 점검하고 단계별 실행계획을 논의했다.

해남군의 이번 조치는 단순한 급수 지원이나 응급처방에 머물지 않고, 예측-대응-회복의 전 과정에 걸친 일관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후위기 시대에 부합하는 지역 자치의 새로운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군이 무엇보다 먼저 주목한 것은 현장의 실질적 수자원 상황이다. 해남 관내 296개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현재 66% 수준으로 비교적 양호하지만, 지역별 편차는 크다.
특히 문내면과 화원면 일대는 평균 저수율이 57%에 불과하며, 문내면 동외저수지는 42%까지 떨어진 상태다. 군은 이에 따라 영산강사업단의 문내·화원 양수장을 탄력적으로 가동하며 용수 공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해남군이 가뭄 대응을 단순한 물 관리에 그치지 않고 농업·축산·수산이라는 세 개의 주요 분야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 복합 대응체계로 작동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농업 부문에서는 폭염 피해를 입은 작물에 대한 현장 기술 지원을 강화하고, 용수 공급이 필요한 지역에 급수 장비를 조기 투입하고 있다.
축산 분야 역시 고온으로 인한 가축 피해를 막기 위해 농가별 맞춤형 지원을 실시하고, 환기·냉방 시스템 점검과 사료 보존 관리 교육이 병행되고 있다.
수산업에서는 양식장 수온 상승에 따른 생태계 변화에 대비해 수질 검사, 산소 공급 장치 가동, 해양 예찰 활동을 확대 중이다.

이는 기후 재난이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농어촌 전반에 걸쳐 복합적인 위기를 초래한다는 현실을 반영한 조치다.
행정 편의에 따른 분절적 대응이 아닌, 지역 생업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 구조로 본 ‘통합적 재난관리’ 접근은 향후 유사 상황에 대응하는 다른 지자체들에게도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

또한 해남군은 가뭄이 더 심화될 경우를 대비해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 본격적인 통합 관리 체계를 가동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방제 자재와 급수 장비 등 각종 대응 자원을 조기 확보하고 있으며, 현장 기술지원단을 상시 운영하여 농가와 어가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해남군이 이번 대응을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재해보험 가입과 자율적 물 절약 실천 등 사전 예방의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공공의 영역에서 출발한 기후 대응이 주민 참여형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최근의 거버넌스 트렌드와도 궤를 같이 한다.

이번 해남군의 조치는 단순히 한 지역의 위기 관리로 끝나지 않는다.
기후위기가 일상화되고, 재해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오늘날, 기초 자치단체가 어떻게 대응력을 갖추고,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실질적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군 관계자는 "군민 여러분께서도 재해보험 가입 등 사전 대비에 관심을 기울여 주시고,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관리에도 각별히 주의해 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가뭄은 재난’이라는 전제를 인정하고, 선제적으로 움직인 해남군의 대응은 지역이 기후위기의 대응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더 많은 지역이 이 흐름에 동참할 때, 한국 사회는 기후위기 시대의 새로운 행정 모델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