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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경남 산청군 산불. 연합뉴스 제공

산불은 환경문제를 넘어, 재난이자 안보 위기로 인식되고 있다.

국방부가 산림청과 협력해 산불 발생 ‘초기 단계’부터 군 헬기·수송기를 동원하는 범정부 진화 체계로의 전환에 본격 착수했다.

9일 국방부와 산림청은 대형 산불 공동 대응 강화를 위한 최종 협의 결과를 발표하며, 산불 진화에 있어 군의 조기 투입 원칙을 공식화했다.

왜 ‘초기 단계’에 군이 투입되는가?

산불은 발화 후 30분~1시간 내 확산이 결정된다. 이 시점에 강풍이 불거나, 인근 지역의 산림 조건이 마른 상태라면 피해 면적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된다. 골든타임 30분을 놓치면 피해는 10배 이상 늘어난다. 이 시점에 군의 헬기·병력 투입은 속도 면에서 가장 즉각적인 대응 수단이다.

민간 자원만으로는 전국적인 산불에 동시 대응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
봄철·가을철에는 다발적 산불 발생이 빈번하다. 산림청 보유 진화 헬기로는 전국 산불을 동시 대응하기 어렵다. 군의 항공력과 병력 투입은 ‘결정적 보완’이 될 수 있다.

어떤 효과가 있는가?

국방부는 헬기 40여 대를 상시 출동 전력으로 편성, 유사시 추가 헬기를 예비 전력으로 확보한다.

조종사 대상 물 투하 훈련을 정례화하며 실전 대응 능력을 강화한다. 산림청은 여기에 전문 교관 파견으로 훈련 효과의 극대화를 꾀하다. 공군 수송기까지 동원한 공중 진화 체계 구축한다. 공군 C-130 수송기에 물탱크를 장착해 고고도 산불 진화의 가능성을 높인다. 접근이 어려운 산악지역, 야간 화재 등에서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이며, 초동 진화력이 2배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시스템은 2027년 2월에 시범 운영을 개시할 예정이다.

야간 진화 역량도 크게 확보될 것으로 예상된다. 군의 정찰자산(위성, UAV 등)을 통해 야간 화선 정보 실시간 공유하는 것은 민간이 보유하지 못한 안보 자산의 전략적 활용 사례다.

군-산림청-행안부 간 정보 공유와 자원 투입 결정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통합 지휘 시스템 구축이 추진 중이다. 이는 기존 산불 진화 과정의 가장 큰 약점인 ‘지휘 중첩’과 ‘책임 지연’ 문제를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방부·산림청, “산불은 안보 위기”…정부 전체가 나선다

이갑수 국방부 군수관리관은 “산불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닌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재난”이라며, “군은 헬기·수송기·정찰자산을 모두 열어 **초기 진화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이용권 산림청 산림재난통제관은 “군의 개입은 범정부 자원의 통합 관리라는 점에서 위기 대응 모델의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 기관은 향후 행정안전부가 운영 예정인 ‘범정부 산불진화자원 운용협의체’에도 참여해 지속적인 공조 체계를 유지할 계획이다.

산불 초기 대응에 군이 투입되는 것은 속도, 물량, 범정부 협력 측면에서 기존 대응 체계의 한계를 넘어서는 전략적 선택이다. 기후 위기 시대, 국방 자산은 이제 ‘안보’만을 위한 것이 아닌 자연재난 대응의 핵심 자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