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원의 미세플라스틱이 도심의 절반이하로 밝혀져 녹지가 대기질 정화에 효과적임이 입증됐다. 동대문구 중랑천 바람길숲. 동대문구 제공


서울시 공원의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도심 지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녹지가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 저감에 효과가 있다는 점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10일 올해 봄 대기 중 1㎛(마이크로미터) 이상 미세플라스틱을 분석한 결과, 공원의 1㎥당 미세플라스틱 개수가 약 103개로 서울 도심의 약 238개 대비 43.1%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겨울철 분석 결과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올해 2월 측정에서는 공원이 1㎥당 약 114개, 도심이 약 154개로 공원이 도심 대비 73.6% 수준이었다. 봄철에 비해 도심의 미세플라스틱 개수는 다소 적었지만, 여전히 공원이 도심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식생과 미기후가 정화 효과 발휘

연구원은 공원의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낮은 이유로 ▲나무를 비롯한 식생의 대기질 정화 효과 ▲플라스틱 오염원과의 거리 ▲저온다습한 미기후 등을 꼽았다.

실제로 한국조경학회지(구민아, 2019)에 따르면, 도시 근린공원 중심부는 입구와 비교해 온도가 1.05℃ 낮고, 미세먼지 감소율(PM2.5)이 17.65%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서울시는 '문 열고 나서면 5분 내 녹지를 만날 수 있는' 정원도시 서울 정책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시는 2023년 정원도시 서울 비전 선포 후 올해 5월까지 총 790곳에 554,064㎡의 정원을 조성했다.

활엽수에 붙은 미세플라스틱(확대배율 1800배).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제공


국내 최초 1㎛ 이상 미세플라스틱 분석

연구원은 올해 2월과 5월 서울시 대기측정소 한 곳과 '서울시 더(THE) 맑은 공원 평가'에서 대기질이 가장 우수한 공원으로 선정된 서울대공원에 미세먼지 채취 장치를 설치해 맑은 날 대기 시료를 채취했다.

포집한 시료는 유기물 제거 및 여과 등 전처리 과정을 거쳐 2021년 전국 시·도 보건환경연구원 중 최초로 도입한 라만(Raman) 분광기로 분석했다. 이를 통해 머리카락 굵기의 1/50에 달하는 1㎛ 이상 미세플라스틱의 개수와 종류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미세플라스틱은 1㎛~1㎜ 크기의 작은 플라스틱 입자로, 자연적 분해가 어려운 합성고분자화합물이다. 라만분광법은 단색 레이저를 통한 빛의 산란으로 시료 고유의 진동수 차이를 측정해 물질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침엽수에 붙은 미세플라스틱(확대배율 1000배).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제공


수도권 지자체와 공동 대응

연구원은 앞으로 수도권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 문제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다른 유관기관 및 수도권 지자체와 함께 연구·관리 협의체를 구축하고 다양한 신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주성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장은 "국내 지자체 중 처음으로 공원과 도심 대기 중 '1㎛ 이상 미세플라스틱' 수준을 비교 분석한 결과, 녹지가 미세플라스틱 저감과 대기질 정화에 효과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유익한 환경 정보를 지속 분석, 제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도시 녹지 공간 확충의 환경적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첫 사례로, 향후 도시 환경 정책 수립에 중요한 근거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