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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가 가연성 폐기물 연료화(SRF) 시설 관련 중재에서 포스코이앤씨로부터 2100억원의 천문학적 배상 청구를 받게 되면서, 중재규칙 개정에 나서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문제의 발단은 나주열병합발전소 가동 중단으로 광주 SRF 시설 운영이 4년간 멈추면서 시작됐다. 위탁운영사인 포스코이앤씨는 운영비용 배상을 광주시에 요구했고, 처음에는 배상액을 78억원으로만 청구하겠다고 약속했다.
광주시는 시설의 빠른 정상화를 위해 이 약속을 믿고 대한상사중재원 중재 신청에 합의했다. 그러나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초 갑자기 중재 신청 내용을 바꿔 청구액을 27배나 늘린 2100억원으로 증액했다.
단심제 중재의 위험성, 한 번에 거액 부담 가능성
대한상사중재원 중재는 일반 민사소송과 달리 단심제로 진행된다. 이는 중재 결과가 나오면 항소나 상고 없이 그대로 확정된다는 의미다. 따라서 광주시는 중재 결과에 따라 2100억원이라는 거액을 한 번에 부담해야 할 위험에 처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당초 78억원만 요구하겠다는 약속을 믿고 중재에 응했는데, 포스코이앤씨가 중재 규칙의 허점을 악용해 청구액을 편법으로 늘렸다"고 비판했다.
현재 중재법과 국내 중재규칙에는 중재 진행 중 청구액 변경을 막는 규정이 없다. 단지 중재 신속절차에서만 신청금액을 1억원 이상으로 바꿀 수 없다는 예외 조항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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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SRF 시설
국회 통해 중재규칙 개정 요청 추진
광주시는 이런 문제가 다른 공공기관에도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지역 시민단체와 함께 박균택(광주 광산구갑) 국회 법제사법위원에게 대한상사중재원 중재규칙 개정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대한상사중재원은 법무부장관이나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지정한 단체로 운영되며, 중재 규칙을 만들거나 바꿀 때는 대법원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광주시는 "중재는 당사자 합의로 진행되는 절차인데, 과도한 청구액 증액은 합의 조건을 사실상 바꾸는 것이므로 제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광주시 같은 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기업의 편법 행위는 시민 세금 낭비로 이어지므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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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4일 오전 광주 남구 양과동 광역위생 매립장 내 가연성폐기물 연료화시설(SRF)에서 열린 악취 해결을 위한 간담회에서 주민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민사회와 함께 제도 개선 및 공론화 추진
다만 규칙이 개정되더라도 이미 진행 중인 광주시 중재 사건에는 소급해서 적용할 수 없어 실제 효과는 불확실하다.
광주시는 "중재 규칙이 바뀌어도 광주시 상황은 달라지지 않지만, 포스코이앤씨의 증액 행위가 편법임을 알리고 중재 포기를 요청하고 압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67개 광주지역 시민단체로 구성된 '포스코의 시민 혈세 강탈 시도 저지 광주시민대책위원회'는 "2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분쟁을 단심제로만 판단하는 것은 명백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대책위는 "합의가 늦어질 경우 법원 소송으로 옮길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박균택 의원 등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과 공감대를 만들어 문제를 공론화하고, 향후 중재법 개정 논의로 이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