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이 전북 부안의 독특한 지질유산 2곳과 경북 상주의 조선시대 서원을 새로운 문화유산으로 지정한다고 9일 발표했다.
전북 부안 격포리, 국내 보기 드문 두꺼운 페퍼라이트 발견
부안 격포리에서 발견된 페퍼라이트는 두께 1m 안팎의 독특한 암석층으로, 화산암과 퇴적암이 파편처럼 섞인 희귀한 지질구조다. 뜨거운 용암이 습기를 머금은 퇴적물을 지나가면서 수분이 끓어오르고 수증기가 폭발해 두 물질이 뒤섞여 형성된다. 굳어진 암석의 모습이 후추를 뿌린 것 같다고 해서 '페퍼라이트'라는 이름이 붙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암석 경계를 따라 얇은 띠 형태로 생성되는 페퍼라이트와 달리, 부안 격포리는 국내에서 보기 드물게 두꺼운 규모를 보여준다"며 "페퍼라이트의 전형적인 특징과 형성 과정을 직접 관찰할 수 있어 지질유산으로서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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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도청리 솔섬 응회암 내 구상구조. 국가유산청 제공
8천700만년 전 화산활동이 만든 솔섬의 신비한 구상구조
부안 도청리의 솔섬은 수락마을 앞바다에 위치한 섬으로, 썰물 때 육지와 연결되는 특별한 지형이다. 약 8천700만년 전 후기 백악기 시대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이 섬의 하부 응회암에는 포도송이 같은 독특한 구상구조가 나타난다.
이러한 화산암 구조는 국내외에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희귀한 지질현상으로, 학술적 가치가 매우 크다고 평가받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이 두 지질유산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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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흥암서원 전경. 국가유산청 제공
조선 후기 서인 노론계 대표 서원, 상주 흥암서원도 사적 지정
경북 상주시의 흥암서원은 조선 후기 남인의 중심지였던 영남 지역에 건립된 대표적인 서인 노론계 서원으로 사적 지정이 예고됐다. 동춘당 송준길(1606∼1672)을 제향하는 이 서원은 1702년 창건돼 1705년 사액을 받았으며, 1762년 현재 위치로 이전했다.
흥암서원은 조선 후기 서원 철폐령에도 훼철되지 않은 47곳 중 하나로 역사적 가치가 크다. 앞쪽의 강학 공간과 뒤편의 제향 공간으로 구성돼 있으며, 춘추향사라는 제향 의식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조선 후기 영남 지역 서인 노론 세력의 분포, 서원의 인적 구성 및 운영, 사회·경제적 기반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가 풍부한 공간"이라고 흥암서원의 의미를 설명했다.
30일간의 예고 기간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한 후, 자연유산위원회와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천연기념물과 사적 지정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