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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15일 지리산국립공원 구룡계곡에 큰산개구리가 낳은 알. 국립공원공단 제공

기후변화가 국립공원 내 동식물의 생활패턴을 크게 바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물들의 번식시기가 앞당겨지고 식물의 생장기간이 크게 늘어나는 등 생태계 전반에 걸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큰산개구리 산란시기 18일 앞당겨져

국립공원공단은 14일 '생물계절' 장기 관찰 결과를 발표하며, 개구리와 새의 산란시기가 당겨지고 나무의 착엽기간(잎이 났다가 단풍이 들어 떨어지기까지의 기간)이 길어지는 등의 변화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히 지리산국립공원에 서식하는 큰산개구리의 첫 산란시기는 지난 15년 사이 약 18일이나 빨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큰산개구리는 제주도를 포함한 한반도와 일본 쓰시마섬에 서식하는 양서류로, 환경부가 지정한 '기후변화 지표종' 중 하나다. 온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생물 특성상 기후변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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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국립공원 구룡계곡(육모정) ,세석일원 큰산개구리 첫산린일과 변화. 국립공원공단 제공.

해양생태계도 변화 가속화

육상생태계뿐만 아니라 해양생태계에서도 유사한 변화가 관찰되고 있다. 한려해상국립공원 홍도에 서식하는 괭이갈매기의 산란시기 역시 과거 대비 평균 6.5일 앞당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는 해수온 상승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괭이갈매기는 한국 서남해안과 도서지역에서 번식하는 대표적인 바닷새로, 해양환경 변화의 지표역할을 하고 있어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식물 생장기간 최대 48일 연장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에서도 뚜렷한 변화가 확인됐다. 설악산국립공원 황철봉의 신갈나무 착엽기간은 2015년 145일에서 2024년 193일로 48일이나 늘어났다. 이는 봄철 기온 상승으로 잎이 일찍 나오고, 가을철 기온이 높아져 낙엽시기가 늦어진 결과로 분석된다.

지리산 천은사골의 경우 착엽기간이 144일에서 186일로 42일, 월출산 경포대계곡은 163일에서 208일로 45일 각각 연장됐다. 전국 주요 산악지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기후변화가 전국적 규모로 식물의 생활사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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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황철봉 연도별 착엽기간 변화. 국립공원공단 제공.

"생태계 먹이사슬에 예측 불가한 영향"

국립공원공단은 "동물과 식물 모두에서 생물계절 변화가 뚜렷하게 확인됐다"며 "이러한 변화는 먹이사슬과 종 간 관계 등 생태계 전반에 예측하지 못하는 영향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생물계절(Phenology)은 계절 변화에 따라 나타나는 동식물의 생활현상을 의미한다. 개화, 개엽, 단풍, 낙엽 등의 식물 현상과 새의 도래, 산란, 곤충의 우화 등 동물의 생활사가 모두 포함된다. 이러한 생물학적 주기의 변화는 생태계 내 먹이망과 종간 경쟁관계에 연쇄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어 장기적 모니터링이 필요한 분야다.

공단은 "시민과학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뤄진 이번 관찰 결과를 토대로 기후위기 대응에 필요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 국립공원 생태계를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생물계절 변화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생태계 관리방안도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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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산란기 때 한려해상국립공원 홍도 괭이갈매기 모습. 국립공원공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