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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꽁이. 서울시 제공

정부가 최근 발표한 9·7 부동산 대책에는 환경을 보호하면서 수도권 주택 공급 속도까지 높이기 위한 정부의 고심도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3기 신도시 1차 지정 지구 5곳 등 기존에 사업이 진행 중인 공공택지의 사업 속도를 제고할 방안 중 하나로 '맹꽁이 신속 이주대책'을 포함시켰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맹꽁이가 발견될 경우 이들을 이주시킬 대체서식지를 사업지구 밖에도 조성할 수 있도록 기준을 유연화하는 것이 골자다.

맹꽁이는 택지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요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종이어서 개발지구 내에서 맹꽁이가 발견되면 이들을 반드시 보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지 조성 중 맹꽁이가 출현하면 일단 해당 구역은 공사가 중단되고 개체수 등 현황을 파악하는 조사가 진행되며, 이후 맹꽁이들을 포획해 지구 내 임시로 마련된 대체서식지로 옮기는 작업이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맹꽁이가 스트레스를 받아 개체수가 감소할 우려가 있으므로 포획은 세심하게 수작업으로 해야 한다. 맹꽁이는 멸종위기종치고는 개체수가 많은 편이어서 사업지구 면적이 넓은 경우 많게는 1만 마리 수준까지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임시 대체서식지에 모여 지내던맹꽁이들이 작업 현장 쪽으로 접근했다가 피해를 보는 일을 막고자 서식지 주위에 안전펜스 등을 설치하고, 공사 관련 동선도 이를 고려하는 등 현장 운영에도 신경써야 할 요인이 늘어난다.

이후 지구 내 다른 곳에 맹꽁이가 영구 서식할 인공 습지나 생태공원 등이 조성되면 맹꽁이들을 다시 포획해 옮기는 작업이 진행되고, 그 이후에 빈 서식지 구역에 대한 공사가 시작된다.

지구 내에 대체서식지를 마련하면 이처럼 맹꽁이 포획과 이주가 최소 두 차례 이뤄지는 셈인데,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공사 기간이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다소 번거로운 절차이긴 하나 맹꽁이들이 전부터 서식해 온 구역이 이들에게 가장 편안한 환경이라는 점을 최대한 배려하기 위한 조치다. 생태공원과 같은 완성된 수준의 대체서식지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반면 사업지구 밖에서 대체서식지를 찾거나 조성하면 애초 맹꽁이들이 살던 곳과 비교해 서식 환경은 다소 달라질 수 있지만 포획·이주가 한 번으로 줄어든다는 이점이 있다.

이는 공사 기간 단축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일종의 '강제 이주'를 겪어야 하는 맹꽁이들의 스트레스를 줄여 개체수 감소를 방지하는 효과도 내는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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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꽁이 습지. 서울시 제공

대체서식지를 꼭 사업 지구 내에 조성해야 한다는 법적 근거나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서식지가 발견됐다는 것은 해당 구역이 맹꽁이가 살기에 좋은 조건을 갖췄다는 뜻이므로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맹꽁이가 발견되면 지구 내에 대체서식지를 마련하라는 의견이 나올 때가 많다.

정부는 멸종위기종 보호라는 환경 정책 목표를 지키면서도 3기 신도시 등 기존에 사업이 진행 중인 지구에서 공급 속도를 높일 방안을 고심한 끝에 환경부와 협의를 거쳐 이번 공급대책에서 맹꽁이 신속 이주를 위한 규제 개선을 사업 속도 제고 방안의 하나로 제시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 공급이 중요한 문제이긴 하나 소중한 법정 보호종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어서 두 요소 간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방안을 고민한 결과"라며 "사업지구 밖에 대체서식지를 만들어 포획과 이주 횟수가 줄어들면 맹꽁이에게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맹꽁이 보호가 택지 개발사업에 중요 요인 중 하나인 만큼 다양한 대체서식지를 확보하려는 노력은 전부터 이뤄져 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산림과 하천 등이 형성돼 맹꽁이 서식에 적합한 조건을 갖춘 조선왕릉을 대체서식지로 활용하고자 2021년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과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정부는 맹꽁이 신속 이주대책을 비롯해 퇴거불응자에 대한 금전적 제재 등 이주 촉진 방안, 철거공사 관련 규제 개선 등 여러 대책을 종합적으로 시행하면 3기 신도시를 포함한 인허가·보상 마무리 지구의 사업 기간을 6개월 이상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