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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수 도호쿠대학대학원 교수 [유정수 교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일본 리사이클링 업계에는 재일 동포가 많습니다, 과거 징용으로 온 1세대 동포들이 다른 직업에는 취업이 어려우니까 고철상으로 뛰어들기 시작해 깊은 인연을 맺고 정맥산업 발전에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정수 일본 도호쿠대대학원 국제문화연구과 교수의 말로 정맥산업은 폐기물을 해체, 재생하는 산업을 이르는 용어다.

유 교수는 118년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명문 국립대 도호쿠대에서 외국인으로는 유일하게 대학원장이 된 한국인이다.

도호쿠대는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구 제국대 7개교 중 하나로, 일본에서는 명문대로 통한다. 일본 정부가 대학 연구력 강화를 위해 특별기금으로 최장 25년간 지원하는 제도인 '국제탁월연구대'로 유일하게 지정돼있다.

이 대학은 작년 11월 국제탁월연구대에 지정되고서 5년간 약 300억엔(약 2천850억원)을 투입해 세계 최고 수준 연구자 약 500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유 교수는 1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의외로 재일 동포와 재활용 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유 교수는 홍익대에서 도시공학을 전공한 뒤 일본으로 유학해 쓰쿠바대에서 자원순환 등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땄다.

2000년 공채에 응모해 들어온 도호쿠대 국제문화연구과는 문·이과 통합 연구를 하는 단과 대학원이다.

그는 재활용 산업을 연구하면서 재일동포들과 폐기물 리사이클 업체의 오랜 관계를 알게 됐다고 한다.

이를 별개로 연구한 결과는 '정맥산업 속의 재일동포의 존재…소중한 이웃'(박영사 출간)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한국에서도 출간된 바 있다.

그는 "과거 철기문화가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전해졌고 재일동포는 폐철을 모아 재사용할 수 있도록 공헌했다"며 "일본의 정맥산업에 큰 족적을 남긴 재일 동포들은 한일 역사의 귀중한 증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애초 3년 임기제로 채용됐다가 정년을 보장받은 후 20년 넘는 재직 기간 국제적인 논문 집필과 산학연계 프로젝트 유치 등 성과를 낸 점을 평가받아서 올해 4월 이 대학에서 외국인으로는 유일하게 대학원장에 취임했다.

그는 "정교수가 되기 전에는 외국인이어서 차별도 받았다"며 그동안의 과정이 쉽지 않았음을 숨기지 않았다.

석박사를 밟던 유학 생활도 "접시 닦으면서 식당 일도 하고 택배 창고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공부했다"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