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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도국제도시 워터프런트 사업 추진 과정에서 환경단체의 지적이 현실로 드러났다.
당초 조사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수의 멸종위기종 흰발농게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졸속 행정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초기 조사 대비 6배 많은 개체 수 확인
17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9일까지 송도 워터프런트 1-2단계 사업지인 아암유수지 일대 5개 지점에서 실시한 포획 작업에서 흰발농게 6,073마리가 발견됐다. 이는 인천경제청이 올해 4월 실시한 1, 2차 현황 조사 결과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당시 조사에서는 각각 800마리와 1,100마리의 흰발농게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인천경제청은 최대 추정치인 1,100마리 수준에서 포획·이주 작업을 계획했으나, 실제로는 이보다 5배 이상 많은 개체가 발견된 것이다.
환경단체 반발로 계획 전면 재검토
인천경제청의 초기 계획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인천녹색연합은 "단 2차례 조사로 이주 계획을 수립하고 한 달 만에 포획해 강제로 이주한다는 것은 흰발농게 학살 계획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환경단체들은 흰발농게 서식 실태조사가 부실하며, 이주 작업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반발에 직면한 인천경제청은 기존 계획을 보류하고, 면밀한 조사를 통해 서식지 보전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번식기 조사에서 1만6천마리 서식 추산
인천경제청은 환경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지난 6월 3차 조사를 실시했다. 흰발농게 번식기(6~8월)에 맞춰 진행된 이번 조사에서는 총 1만6천여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1, 2차 조사 결과와 비교해 예상 개체 수가 10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3차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인천경제청은 최근 포획한 흰발농게 6,073마리를 비슷한 서식 환경을 갖춘 남동구 고잔 갯벌에 방사했다. 현재 이주된 개체들의 적응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다음 달 중 추가 포획·이주 작업을 실시한 후 한강유역청에 결과를 보고할 예정이다.
개발과 보전의 딜레마
흰발농게는 우리나라 서해안과 남해안 갯벌에 드물게 서식하는 멸종위기종이다. 수컷의 경우 한쪽 집게다리가 유난히 크고 하얀 것이 특징이며, 갯벌 매립을 비롯한 각종 연안 개발로 서식지를 잃으면서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다.
워터프런트 1-2단계 사업은 총 2,522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아암유수지와 송도 6공구 인공호수를 연결하는 북측 수로 등을 건설하는 대규모 개발사업이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환경단체 의견을 수렴해 3차에 걸쳐 현황 조사를 실시했다"며 "남은 포획·이주 작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대규모 개발사업 추진 시 사전 환경영향평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키고 있다. 충분한 조사 없이 진행되는 개발사업이 멸종위기종 보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