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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대국민 공개 논의'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이 100GW(기가와트)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 목표보다 높은 것이다.

내달 출범할 전망인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 장관은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대국민 공개 논의' 토론회에서 2035 NDC 핵심 이행 전략 중 하나로 '재생에너지 확대'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 100GW, 2035년 150∼200GW를 목표로 태양광 발전시설 등을 보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런 '목표'가 달성돼야 "재생에너지가 중심이 되고 원자력발전이 보조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현행 중장기 전력 수급 계획인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상 2030년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목표치는 78GW이다. 작년 용량은 34GW이다.

앞서 정부는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목표치를 높여 2035 NDC와 제6차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에 반영하겠다고 국회에 보고했는데, 이날 김 장관이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김 장관은 이날 "내연기관 자동차를 지금의 2배 속도로 줄여나가야 한다"면서 "대략 2035년이나 2040년 내연차 생산을 중단하는 결정도 해야 할 것으로 본다"라고도 했다.

또한 건물 냉난방을 전기로 할 수 있도록 유럽과 일본처럼 히트펌프를 대규모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히트펌프는 냉매를 압축하고 팽창시키며 열을 옮기는 설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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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비상행동 관계자들이 9월 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최소 67% 감축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2035 NDC 수립을 위한 논의를 위해 열렸다.

정부는 4개의 2035 NDC 후보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정부가 '산업계의 요구를 반영한 안'이라고 설명하는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8% 감축'이다.

이 안대로면 2035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은 순배출량(총배출량에서 산림 등이 흡수·제거한 양을 제한 양)으로 3억8천630만t이 된다. 2030 NDC가 이행(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4억7천30만t)된다면 2030년부터 2035년 사이 8천400t 정도만 줄이면 된다.

두 번째 안은 2018년부터 2050년까지 매년 온실가스를 일정하게 감축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2035 NDC는 '2018년 대비 53% 감축', 이를 이행했을 때 2035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은 3억4천890만이 된다.

세 번째 안은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 상승 폭을 파리협정상 목표인 '1.5도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서 권고한 '61% 감축'이다.

2018년 대비 61% 감축 시 2035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은 2억8천680만t이다.

네 번째 안은 '전 지구 잔여 탄소 배출 허용량'과 우리나라의 책임·역량을 고려해 기후환경단체들이 주장하는 '2018년 대비 65% 감축'이다.

이 안에 따르면 2035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은 2억5천910만t이 된다.

토론회에서 기후환경단체 측은 작년 헌법재판소 탄소중립기본법 헌법 불합치 결정 취지와 기후변화에 대한 국가·기업의 국제법상 책임을 명확히 한 최근 국제사법재판소(ICJ)의 권고적 의견(advisory opinion)에 부합하는 2035 NDC는 '65% 감축'이며 '61% 감축'이 최저선이라고 지적했다.

최창민 플랜1.5 변호사는 "ICJ는 국가의 NDC 결정 재량은 파리협정상 주요 온도 목표인 1.5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제한된다고 밝혔다"면서 "헌재는 NDC가 갖춰야 할 필요최소조건으로 '과학적 사실과 국제기준에 근거할 것', '전 지구적 감축 노력에 공정하게 기여할 것', '미래에 지나친 부담을 떠넘기지 않을 것'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최 변호사는 "성장지상주의가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구조를 전환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면서도 "기후위기 대응과 산업 육성이 양립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기후위기를 성장 기회로 바꿀 수 있도록 의지와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기업은 단 10원의 가격 차로도 거래처를 잃을 수 있다"면서 2035 NDC를 수립할 때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역량을 고려하고 지원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은 "철강·석유화학 등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이 탄소를 많이 줄이지 못하는 것을 비판하기 전에 당장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이 이행되는지 봐 달라"면서 "많은 국가가 기업을 지원부터 하고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부담을 지우는데 우리는 부담을 지우는 것이 먼저 아닌지 걱정된다"고 했다.

조 원장은 "우리나라 탄소중립 핵심 기술은 선진국의 70∼86% 수준으로 2.5∼6년의 기술 격차가 존재한다"면서 제조업·화석연료 중심 산업구조를 '탈탄소 산업구조'로 전환하는 것을 지원하는 기후전환금융 도입,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지원방안 마련, 저탄소 제품·서비스 시장 조성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실장은 "2018년 대비 48% 감축도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전제로 한 도전적인 목표"라면서 "(정부는) 48% 감축이 산업계 의견을 받아들인 안이라고 하는데 산업계에서는 (48% 감축도) 굉장히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48% 감축이 가장 쉬운 목표처럼 여겨져서 우려스럽다"면서 "20∼50년 뒤가 아닌 10년 뒤 목표를 수립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려스러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이 2035년까지 2013년 대비 60% 감축한다고 해서 굉장히 의욕적이라고 평가받았는데 일본은 온실가스 배출량 정점이 우리보다 5년 이르고 산업구조 전환도 우리보다 먼저 진행됐다"면서 "60% 감축이 (우리나라에서) 달성 가능한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영국과 일본, 캐나다 등 30여개국이 2035 NDC를 발표했다.

기후정책 분석 단체인 '클라이밋 액션 트래커'는 영국(1990년 대비 81% 감축)과 노르웨이(1990년 대비 최소 70∼75% 감축)의 2035 NDC 정도만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도 이하로 억제하는 데 부합한다고 평가하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