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후 종합토론에 참가한 패널들


대구시가 ‘기후변화에 적응한 공원과 녹지’를 주제로 지닌 25일 개최한 공원녹지포럼에서 산·학·관·언론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머리를 맞댔다. 이번 포럼은 단순히 녹지를 늘리는 차원을 넘어, 정원과 공원의 다층적 기능을 재조명하고 스마트 기술과 정책 변화, 그리고 시민 공감까지 아우르며 기후위기 시대 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민병욱 교수가 좌장을 맡아 토론을 주도했고, 김옥재 과장(대구시 산림녹지관리과), 홍만표 과장(대구시 공원조성과), 김선미 부장(동아일보), 남은희 회장(한국조경협회), 배준규 과장(국립수목원) 등이 패널로 참여해 다양한 시각을 제시했다. 현장의 발언 속에는 ‘기후적응형 녹지 정책’을 둘러싼 치열한 고민과 미래 비전이 고스란히 담겼다.

1. 기후위기 시대, 공원과 정원의 새로운 역할

김옥재 과장


김옥재 대구시 산림녹지관리과장 ― “정원은 시민 참여형 기후적응 인프라”

김옥재 과장은 정원의 공익적 기능을 구체적으로 짚었다. 그는 “정원은 단순한 미적 공간이 아니라 탄소 흡수원으로, 도시 열섬 완화와 빗물 관리 등 재해 예방 기능을 가진 중요한 기후 적응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정원은 시민들의 심리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으며, 참여 과정 자체가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장치가 된다고 덧붙였다.

대구시는 이미 정원박람회를 통해 시민 참여를 넓히고 있다. 생활권 정원, 치유정원, 안심정원 등 다양한 형태를 도입하며 정원을 시민 일상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김 과장은 “정원은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며 기후 적응 정책과 경제적 선순환 구조를 함께 그려냈다. 그는 앞으로 대구시가 국가정원 지정까지 도전해 정원 정책의 거점을 확립할 것이라고 비전을 밝혔다.

홍만표 과장


홍만표 대구시 공원조성과장 ― “국가도시공원, 불필요 시설은 녹지로 환원”

홍만표 과장은 두류공원 국가도시공원 추진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노후화된 시설과 불필요한 공간을 녹지로 환원해 기후변화 대응형 공원으로 재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주차장·도로와 같은 인공 시설을 줄이고 녹지를 확대하는 것은 상징성과 실질적 효과를 동시에 갖는다고 설명했다.

홍 과장은 또 “공원에 필수적이지 않은 시설물, 예컨대 일부 수영장이나 빙상장, 대형 건축물 등이 난립하면 오히려 기후변화 대응을 방해한다”며 개발 지양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신 ‘에너지 저감형 공원’으로서 시민에게 환경적 메시지를 전하고,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체감하도록 하는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공간 리뉴얼을 넘어, 공원이 도시의 기후적응 거점으로 재탄생하는 구상을 담고 있다.

2. 기술과 정책, 기후변화 적응의 열쇠

민병욱 교수


민병욱 교수(환경조경디자인학과) ― “스마트 공원, 기후 적응의 플랫폼”

민병욱 교수는 ICT·IoT 기반 스마트 공원의 잠재력을 강조했다. 그는 “센서를 활용하면 토양 수분, 영양분, 기온, 광량까지 실시간으로 측정해 필요할 때 정확하게 물을 주는 등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하다”며, 이는 인력과 비용 절감은 물론 기후위기 대응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대구시가 이런 기술을 도시 전체 공원·녹지에 통합 적용한다면, 전국에서 선도적 사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다만 그는 “스마트 기술은 공원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선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들은 공원에서 디지털 기기보다는 자연을 통한 치유와 휴식을 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후 대응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기술을 중심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제언이다.

또한 민 교수는 현재 국내 정원 문화가 장식적이고 일시적 효과에 치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구는 정원 정책에서도 다른 길을 걸어야 한다”며, 생태적 가치와 지속가능성을 담아내는 건강한 정원 문화를 구축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남은희 회장

남은희 한국조경협회장 ― “국가적 차원의 녹지 재원 마련 시급”


남은희 회장은 산업계의 현실적 고민을 공유했다. 그는 “지금까지 공원·녹지 사업은 대부분 지방 예산에 의존해왔으나, 앞으로는 국가 차원의 지원과 국제 자본 흐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ESG와 TNFD(자연 관련 재무정보 공개) 같은 국제 규범을 언급하며, 기업의 투자와 자본 유입이 녹지 분야에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경 분야가 이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새로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메시지였다.

또한 그는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생물다양성 협약과 보호지역 확대 정책을 언급하며, 기후변화로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 조경 분야의 전문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산업계가 단순 시공을 넘어 정책 파트너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강한 문제의식이 드러났다.

3. 시민에게 닿는 공원, 도시의 정체성을 담다

김선미 부장


김선미 동아일보 부장 ― “스토리텔링으로 녹지의 가치를 확산해야”

언론인의 시각에서 김선미 부장은 ‘어떻게 시민에게 다가갈 것인가’를 화두로 던졌다. 그는 “숫자와 효과만 나열하기보다, 나무 한 그루가 만들어내는 환경적 효과를 쉽고 직관적으로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버즘나무 한 그루가 에어컨 수 대의 효과를 낸다는 식의 비유가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김 부장은 또 해외 박람회 사례와 영화를 예로 들며, 스토리텔링이 시민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중요하다고 했다.

공원과 정원을 도시의 기억과 문화, 감성을 담아내는 매개로 삼아야 대구의 정체성이 살아난다는 주장이다. 그는 “대구의 산업적 자산과 시민의 생활 경험을 공원과 정원 속에 녹여내면, 이는 곧 도시 브랜드로 확장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배준규 과장


배준규 국립수목원 과장 ― “데이터 기반, 원팀 전략이 필요하다”

배준규 과장은 대구의 녹지 정책이 다시 도약하기 위해선 ‘데이터 기반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산 확보의 관건은 효과 검증”이라며, 사업 결과를 수치와 데이터로 보여주는 체계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대구가 과거 녹지 정책의 선도 도시였음을 상기시키며, 현재는 타 지자체에 비해 속도가 느려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학계·산업계·행정이 따로 움직이는 구조를 벗어나, 원팀 전략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무원, 학계, 시민단체가 한자리에 모여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그의 발언은 현장의 공감을 얻었다.

권진욱 교수

이번 포럼은 기후위기 시대 공원·녹지의 역할을 재조명한 자리였다. 패널들은 ▲정원의 환경·심리적 기능 강화(김옥재), ▲국가도시공원 지정과 녹지 환원(홍만표), ▲스마트 기술 도입(민병욱), ▲산업계 재원 확보와 국제 흐름 대응(남은희), ▲스토리텔링을 통한 공감 확산(김선미), ▲데이터 기반 정책과 협력 체계(배준규)라는 해법을 내놓았다.

결국 공원과 녹지는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도시의 기후적응 전략이자, 시민의 삶을 지탱하는 핵심 기반이라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대구가 어떤 특색과 전략으로 이를 현실화할지, 전국이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