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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시민단체 '철도민영화저지 하나로운동본부'가 연 고속철도 통합 촉구 플래시몹
정부가 고속철도 KTX와 SRT의 단계적 통합을 내년 말까지 완료한다. 2013년 분리 이후 13년 만의 재통합으로, 좌석 공급 확대와 운임 인하 등 국민 편의가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8일 정부세종청사 기자간담회에서 '이원화된 고속철도 통합 로드맵'을 발표했다. 내년 3월부터 KTX와 SRT가 서울역과 수서역을 교차 운행하며, 내년 말까지 코레일과 SR의 기관 통합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3월부터 교차운행..."수서역 좌석 부족 해소"
통합의 첫 단계는 내년 3월 시작된다. 수서역에 955석 규모의 KTX-1 열차가 투입돼 기존 SRT(410석)보다 2배 이상 많은 좌석을 공급한다. 그동안 수서발 고속철도는 좌석 부족으로 승객 불편이 컸다.
동시에 예매 시스템도 통합된다. 코레일톡이든 SRT 앱이든 '서울'로 검색하면 서울·용산·수서역의 모든 열차를 한 번에 조회할 수 있게 된다.
6월부터는 KTX-산천과 SRT 차량을 복합 연결하는 시범사업이 시작된다. 서울역에서 부산을 거쳐 수서역과 포항을 오가는 식의 유연한 운행이 가능해진다.
좌석 1만6천석 늘고 운임 10% 할인 추진
내년 말 통합이 완료되면 하루 고속철도 좌석 공급이 약 1만6천석 늘어난다. 현재 25만5천석에서 6% 증가하는 규모다.
코레일은 통합으로 중복 비용을 줄여 KTX 운임을 10% 할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KTX보다 10% 저렴한 SRT와 비교해 승객 불이익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환승 할인과 열차 변경 시 취소 수수료 면제도 도입된다. 하나의 앱으로 모든 고속철도를 예매하고 결제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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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KTX 탑승객
"경쟁체제 10년...통합 효율이 더 크다"
윤진환 국토부 철도국장은 "고속철도 분리 운영이 정책 실패라고 볼 수는 없지만, 10년 가까운 경쟁 체제의 편익과 비효율을 비교하면 통합에 따른 효율 증대 효과가 더 크다는 정책적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분리 운영으로 인한 비효율이 적지 않았다. SR은 코레일에 차량 임대·정비 비용으로 매년 1,700억 원을 지불해왔으며, 평택-오송 구간에서는 선로 용량 포화로 병목현상이 발생했다.
흡수 통합 아닌 '제3의 브랜드' 검토
정부는 코레일의 SR 흡수 통합 방식은 지양한다는 입장이다. SR 직원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고 제3의 사명과 브랜드를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고속철도 통합은 흡수통합이 아니라 한국 철도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통합 과정에서 SR 직원의 불이익이 없도록 정부가 각별히 챙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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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역에 들어온 SRT
13년간 논란 끝에 통합 결정
KTX와 SRT 통합 논의는 SRT가 2016년 운행을 시작한 당시부터 계속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통합을 언급했으나 2022년 논의를 결론 유보로 마무리했다.
독점체제로 인한 서비스 하락과 가격경쟁 소멸 우려, SR 직원들의 고용 불안 등이 통합을 가로막았다. 2021년에는 국토부가 통합 연구를 묵살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번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통합이 본격화됐다. 국토부는 양사 노사 및 전문가 간담회를 거쳐 로드맵을 마련했으며, 노사정협의체를 구성해 급여·근무체계·복지 등의 제도 통합을 준비한다.
코레일은 "국토부 정책 결정에 따라 차질 없는 이행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내년 말까지 SR 통합을 완료하고 국민들에게 더 나은 고속철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