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시마는 환경오염으로 고통받던 섬이 자연 회복과 예술 창작의 섬으로 부활했다.

세토우치 트리엔날레 정원순례단이 테시마섬을 찾았다. 이번 여정의 핵심은 디자인 리서치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하는 3일차 섬탐방이었다.

테시마는 한때 쓰레기 불법 투기와 환경오염으로 고통받던 섬이었다. 그러나 2010년을 전후해 예술과 건축, 그리고 주민 참여를 결합한 섬 재생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났다. 오늘날 테시마는 단순히 예술 작품을 모아둔 장소가 아니라, 자연 회복과 예술 창작, 지역 공동체의 일상이 맞물린 살아 있는 실험장으로 평가된다.

농업과 생태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예술 공간을 함께 세운 테시마의 민가

나오시마가 대형 미술관 중심, 이누지마가 산업유산 재활용에 방점을 찍었다면, 테시마는 다르다. 이곳은 버려진 논을 복원하고, 농업과 생태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예술 공간을 함께 세워냈다. 또한 마을의 민가와 창고를 고쳐 쓰며 지역의 삶과 단절되지 않는 방식을 택했다. 바로 이 점이 다른 아트 아일랜드와 뚜렷이 구분되는 특징이다.

흙 동산에 콘크리트를 부어 만든 두꺼비집 모양의 '테시마 아트뮤지엄'

테시마의 대표 공간은 두 곳으로 요약된다. 먼저 테시마 아트뮤지엄. 건축가 니시자와 류에와 예술가 내토 레이가 협업한 이 건축물은 거대한 물방울을 닮은 콘크리트 쉘 구조다. 내부에는 기둥이 하나도 없고, 천장의 구멍으로 들어온 빛과 바람, 빗물이 그대로 전시의 일부가 된다. 바닥에서는 작은 물방울이 솟구쳐 흘러다니며 생명의 움직임을 드러낸다. 버려졌던 계단식 논 위에 세워진 이 건물은 예술과 자연, 생태 복원이 공존하는 상징 공간이다.

또 하나는 테시마 요오코관이다. 현대미술 거장 요코오 다다노리의 작품세계를 담기 위해 건축가 나가야마 유코가 기존 민가와 창고를 리노베이션해 완성했다. 붉은 유리창과 원통형 탑, 정원과 연못이 어우러진 이 공간은 삶과 죽음, 시간의 순환을 형상화한다. 무엇보다 허물지 않고 고쳐 쓰는 방식이 돋보인다.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예술적 활력을 불어넣은 사례다.

테시마섬에서는 기존 건축물을 허물지 않고 고쳐 쓰는 독특한 방식의 예술작품을 접할 수 있다.

정원순례단이 테시마에서 얻은 디자인적 영감은 분명하다.
자연을 배제하지 않고 끌어들이는 건축, 기존 자원의 재활용과 변용, 오감을 열어 체험하는 몰입형 공간, 그리고 공동체와 예술의 결합. 이 네 가지 요소가 어우러져 섬 전체가 하나의 작품이 된다.

테시마는 단순한 아트 아일랜드가 아니다. 쓰레기 섬에서 생태와 예술의 섬으로 다시 태어난, 지속가능한 디자인과 지역 재생의 모델이다. 이번 답사는 미술관 관람을 넘어, 미래 공공디자인과 도시·생태 계획에 깊은 울림을 주는 현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