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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패션' 유행에 쏟아지는 폐의류를 인공지능(AI)으로 재활용하는 방안이 모색된다.
8일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에 따르면 기후부는 내년부터 2030년까지 6년간 국고 175억원을 포함해 총 250억원을 투입, AI와 레이저 유도 플라스마 분광법을 이용해 폐의류를 소재에 따라 자동으로 분류하는 기술과 폐의류로 다시 옷을 만드는 등 '물질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물질 재활용은 폐기물을 물리적으로 가공, 원료로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물질 재활용이 잘 이뤄지려면 폐의류를 단일섬유로 만들어진 것과 혼방섬유로 만들어진 것을 구분해야 하는데, 현재는 수작업으로 분류하다 보니 효율이 낮은 상황이다.
해마다 얼마나 많은 양의 옷이 버려지고 있는지는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
올해 4월 한국환경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폐의류 국내 재활용 체계 구축 방안 연구)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 80%에서 헌옷(의류) 수거함을 민간업체가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었으며 지자체가 헌옷 수거량과 처리 현황 등을 파악하고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발생하는 헌옷 양은 폐기물량으로만 추정되고 있다.
기후부에 따르면 생활폐기물 중 폐섬유는 2023년 기준 57만8천641t이다.
이 역시 많은 양이지만 옷 공장 등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폐섬유는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진은 공동주택 폐의류 수거 데이터와 유엔 국제무역 데이터 등을 활용해 국내 폐의류·폐섬유류 발생량을 2023년 기준 80만t으로 추정했다.
국내에서 '중고의류'로 재판매되는 헌옷은 극히 적다.
일반적으로 수거함을 통해 수거된 헌옷 가운데 5%만 국내에서 재판매되고 80%는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 2023년 기준 중고의류 수출량이 29만5천t으로 중국, 미국, 독일, 영국에 이어 5번째로 많은 '헌옷 수출 대국'이다.
환경연구원 연구진에 따르면 국내 폐의류·폐섬유류 발생량 51%는 일반쓰레기와 섞여 배출되며 재사용과 재활용을 위해 수거되는 양은 각각 41%와 8%다.
또한 국내에서 발생한 폐의류·폐섬유류 가운데 25.7%는 수출돼 외국에서 재사용되며 국내에서 재사용되는 비율은 2%에 그친다. 물질 재활용 비율은 4.7%, 태워서 에너지를 내는 데 사용되는 비율은 5.9%이다.
이에 폐의류·폐섬유류 실질 재활용률은 38.3%로 추산됐다.
다만 이것도 실제보다 높게 추산된 수치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헌옷을 사 가는 국가는 주로 말레이시아나 인도, 파키스탄 등 중고의류 중개무역을 하는 나라들이다. 이 나라들을 거쳐 간 헌옷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됐는지는 알 길이 없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무역으로 거래된 중고의류 30%가 불법 폐기된다고 추정한다.
정부는 2021년 'K-순환경제 이행계획'을 통해 30%인 섬유 순환 이용률을 2030년 50%, 2050년 70%로 높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생산·수입업자에게 재활용 의무를 부과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EPR) 적용, 재고품 매립·소각 금지 의무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