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첫날 피레네산맥을 넘으며 만난 수많은 양떼들. 박응렬 제공
긴 추석 연휴를 보내며 산티아고 순례를 꿈꾸는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올해 마지막 '산티아고 스쿨'이 오는 11일(토)부터 부천가톨릭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시작된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제대로 준비하고 떠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인 산티아고 스쿨은, 올 봄과 가을에 이어 10월 주말반으로 올해 일정을 마무리한다. 세 차례 산티아고 순례를 완주하고 가이드로도 활동 중인 박응렬(글로리오) 작가가 강사로 나선다.
중세시대 강을 건너던 수 많은 순례자들이 목숨을 잃자 여왕이 건설해준 '여왕의 다리'
인문학부터 실전 노하우까지, 8시간 집중 과정
총 8시간으로 구성된 이번 주말반 강좌는 10월 11일과 18일 두 차례의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4시간씩 진행된다. 순례의 의미부터 실전 준비까지 압축적으로 배울 수 있는 실용 프로그램이다.
제1일차는 산티아고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이다. 왜 그토록 많은 순례자들이 산티아고를 찾는지, 그곳에서 무엇을 얻고 돌아오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부터 시작한다. 'Walking High(장시간의 걷기 중, 피로를 넘어 행복감과 도취감을 느끼는 현상)'를 느끼며 걸었던 경험, 순례길에서 만난 기적 같은 인연, 감사하는 마음을 배우고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 등 작가가 직접 겪은 생생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물마시는 순례자상에서 박응렬 강사가 유사한 포즈취하기 경쟁에 도전했다.
순례길을 잘 걷기 위한 실전 준비도 빼놓을 수 없다. 순례길에서 하는 일은 크게 '걷고, 먹고, 자는' 세 가지다. 물집 없이 걷는 방법, 만보 걷기 훈련의 중요성, 신발 선택 요령, 물집 관리법 등 걷기에 관한 모든 것을 다룬다. 또한 현지 식재료 활용법과 다양한 식사 해결 방법, 알베르게(순례자 숙소) 시스템에 대한 이해 등도 배울 수 있다.
박 강사는 "순례길을 몇 번 걸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준비하는 데 얼마나 노력했느냐가 훨씬 더 깊이 있는 순례로 이어진다"고 강조한다.
산티아고순례에서는 다양한 국가의 순례자들을 만난다. 사진은스페인고등학생 순례단
제2일차는 출발 전 필수 체크리스트를 점검하는 시간이다. 비행기표 예약 요령, 생장 피에드포드(순례 출발지)가는 다양한 방법, 까미노 관련 앱과 구글 활용법, 알베르게 예약 시스템, 트래블 카드 준비, 환전, 의료 대비, 순례길 안전 문제 등 놓치면 안 되는 실용 정보들이 총망라된다.
배낭 메는 법과 짐 꾸리기의 기술도 배운다. 배낭을 메는 방법에 따라 체감 무게가 달라지는 원리, 스틱 사용법, 효율적인 짐 꾸리기 노하우 등을 익힐 수 있다. 특히 배낭 무게를 4kg 미만으로 줄이면서도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실전 팁이 제공된다. 강사가 실제로 가져간 물건들을 하나씩 보여주며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드넓은 밀밭 사이를 통과하는 산토도밍고로 가는길
강의 넘어 동행까지, 내년에도 계속된다
박응렬 강사는 매년 3월과 9월~10월에는 산티아고 스쿨을 통해 예비 순례자들을 교육하고, 4월과 10월에는 직접 가이드로 산티아고 순례길에 동행하고 있다. 올해 마지막 스쿨을 마친 후에도 내년 봄 강좌가 예정되어 있으며, 봄 강좌를 마치고 4월에는 인솔자로 다시 산티아고로 떠날 계획이다.
"체력이 되는 한 일 년에 한두 번은 계속 걸어보려고 합니다.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분들과 함께 가면 훨씬 의미 있는 여정이 됩니다. 지난 5월에 16명을 인솔하고 세 번째 까미노를 걸으며 새로운 것도 많이 알게 되었고, 이런 경험들이 앞으로 까미노 관련 일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부천가톨릭대 주말반은 오는 11일과 18일, 두 차례의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진행된다. 자세한 내용은 부천가톨릭대 평생교육원 홈페이지(https://lifelong.catholic.ac.kr)나 전화(02-2164-6587)로 알아볼 수 있다.
준비된 순례, 더 깊은 여정으로
산티아고 순례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는 마음의 여정이다. 하지만 준비 없이 떠났다가 물집과 배낭 무게, 낯선 숙박 시스템 등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산티아고 스쿨은 이런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순례의 참된 의미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실용적 교육 프로그램이다.
올해 마지막으로 진행되는 이번 스쿨에서 제대로 준비하고, 내년 봄 산티아고 순례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걷기에 대한 열망과 내면의 성찰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산티아고 스쿨은 순례길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부엔 까미노!(Buen Camino, 좋은 길을!)
산티아고 순례걸의 최종 목적지인 '산티아고 대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