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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5일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과 서울시·인천시·경기도 부단체장들이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제도 시행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기후부 제공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조처를 내년 1월 1일 '원칙적으로'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17일 서울시·경기도·인천시 등과 시행방안을 마련하는 실무협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지자체들은 필요한 소각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수도권 쓰레기 수거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조처는 2021년 2026년부터 수도권에서 시행하기로 결정된 정책이다. 이는 생활폐기물을 바로 매립지에 묻는 것을 금지하고, 소각하거나 재활용한 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협잡물과 잔재물만 매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시와 경기도가 시행 유예를 강력히 요구해왔고 기후부도 한때 유예를 검토했으나, 현 정부 들어 예정대로 시행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소각장 확보 현황과 문제점
수도권 지자체들이 이를 이행하는 데 필요한 소각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수도권 쓰레기 수거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올해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에 매립되는 생활폐기물은 약 51만t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즉, 50만여t의 폐기물을 소각할 소각장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수도권에 2021년 이후 새로 지어진 소각장은 한 곳도 없다. 서울시는 마포구, 경기도는 광주·고양·부천시, 인천시는 부평구 등에 새 소각장 건설을 추진하거나 검토했지만, 주민 반발로 건설된 곳은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물론 예정대로 이행을 강력히 주장하는 인천시조차 이를 이행하는 데 필요한 소각장을 확보하지 못했다. 기후부도 앞서 "수도권 지자체들이 공공 소각장 확충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사업 완료 시점이 2027년 이후로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조처를 내년 전면 시행하면 폐기물 수거 지연 등 혼란이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다.
대응 방안: 민간 소각장 활용
실질적인 대책은 '민간 소각장 활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후부는 쓰레기 수거 대란이 벌어지지 않도록 지자체별 준비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재해·재난과 소각시설 가동 중단 등 직매립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기준을 지자체와 함께 마련하기로 했다.
민간 소각업체들이 가입된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은 지난 9월 "전국에 있는 민간 소각장 여유 용량이 하루 3천351t으로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시 소각해야 하는 현재 매립량(하루 3천213t)을 전부 처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달 인천 서구를 비롯한 여러 지자체가 민간 소각장과 계약을 체결했거나 계약을 추진하는 상황이다.
민간 소각장의 한계
문제는 민간 소각장 활용이 임시방편이라는 점이다.
민간 소각장 주변 주민 반발도 우려되는 데다가, 비용 문제도 있다. 민간 소각장 평균 소각 단가는 매립비보다 비쌀 수 있다.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은 민간 소각장 소각 단가를 1t당 14만5천원으로, 기후부는 26만6천원 정도로 보고 있다. 기후부 추산에 따르면 이는 수도권매립지 폐기물 반입 수수료(2024년 11만6천855원)보다 2배 넘게 비싼 금액이다.
수도권매립지 운명에 미칠 영향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조처는 수도권매립지 운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는 수도권매립지를 현재 사용 중인 '3-1 매립장'의 설계상 포화 시점인 올해까지만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새 매립지를 찾는 공모가 진행됐고 최근 '민간 2곳'이 응모했으나, 새 매립장이 조성될지는 미지수다. 지역의 반발이 거셀 것이고 선출직인 지자체장이 이를 무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폐기물을 소각한 뒤 매립하면 매립량이 15∼17% 수준으로 줄어든다. 새 매립지 부지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매립량을 크게 줄이는 직매립 금지 조처가 시행되면, 기존 매립지를 계속 사용하자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