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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기술이 행정과 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국가유산 분야에서도 이를 전담하는 조직이 신설된다. 디지털 전환을 넘어 ‘지능형 국가유산 관리 체계’ 구축을 본격화하겠다는 국가유산청의 의지가 조직 개편으로 구체화된 것이다.
국가유산청은 15일 ‘국가유산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기존 조직 개편을 통해 ‘국가유산AI전략팀’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국가유산 정책 전반에 AI와 디지털 기술을 체계적으로 접목하기 위한 전담 조직을 공식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신설되는 국가유산AI전략팀은 국가유산과 관련한 AI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이에 따라 그동안 국가유산과 연계한 산업 육성, 일자리 창출 등을 담당해 온 ‘국가유산산업육성팀’은 폐지되고, 기능은 AI 전략 중심으로 재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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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디지털문화유산센터 예상 모습. 행정중심복합도시 국립박물관단지 통합운영지원센터 누리집 캡처
개정안에 따르면 국가유산AI전략팀의 주요 업무는 ▲국가유산 디지털 대전환 정책의 수립 및 조정 ▲디지털 국가유산의 보존·관리·활용에 관한 종합계획 수립 ▲AI 기반 국가유산 데이터 구축 및 활용 전략 마련 등이다. 단순한 디지털 기록을 넘어, 방대한 문화유산 데이터를 AI가 분석·활용하는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이 팀은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 국립박물관단지 내에 조성될 ‘국립디지털문화유산센터’의 건립과 운영도 담당하게 된다.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협약을 맺고, 센터 건축과 개관을 위한 협력을 공식화한 바 있다. 해당 센터는 국가유산 디지털 자료의 집적·보존 거점이자, AI 기반 연구와 콘텐츠 제작의 핵심 인프라로 활용될 예정이다.
전담팀은 향후 문화유산 관련 각종 기록과 이미지, 3D 스캔 자료, 복원 이력 등을 체계적으로 수집·정비하고, 이를 디지털 콘텐츠와 연구 자원으로 어떻게 확장할지 검토한다.
AI를 활용한 자동 분류·복원 예측, 훼손 위험 분석, 유사 유산 비교 분석 등 고도화된 활용 방안도 단계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AI 기반 국가유산 정책은 최근 국가유산청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핵심 과제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지난 7월 취임 이후 “‘AI 대한민국’이라는 새로운 전환점에서 국가유산 역시 디지털 기반의 관리체계를 확립해 안전하고 영구적으로 보존해야 한다”며, 기술 중심의 정책 전환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예산과 사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내년도 예산에 AI 기술을 적용한 지능형 첨단보존 기술 개발(R&D) 사업비 44억 원을 확보했다.
이 사업은 문화재 훼손 예측, 환경 변화에 따른 위험 분석, 비접촉·비파괴 진단 기술 등에 AI를 접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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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청 2026년 주요 예산. 국가유산청 제공
이와 함께 관람객을 위한 맞춤형 AI 해설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관람자의 연령, 관심사, 방문 이력 등을 고려해 국가유산 정보를 제공하는 개인화 해설 시스템을 도입하고, 전문 연구자와 일반 국민 모두가 활용할 수 있는 ‘AI 기반 국가유산 용어 사전’ 구축도 추진한다. 방대한 유산 정보를 국민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조직 개편을 계기로 국가유산 정책의 무게중심을 ‘보존 중심’에서 ‘지능형 관리와 활용’으로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전통적 보호 개념을 유지하되,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국가유산의 가치와 접근성을 동시에 높이는 새로운 관리 패러다임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AI전략팀 신설은 단순한 조직 확대가 아니라, 국가유산 정책 전반을 디지털·지능화하는 출발점”이라며 “기술을 통해 국가유산을 더 안전하게 지키고, 더 많은 국민과 미래 세대가 향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