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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원료로 생산한 페트병에 담긴 병물 아리수. 서울아리수본부 홈페이지 갈무리

재난 발생 시 비상 식수나 공공 행사에서 제공되는 ‘병입 수돗물’ 페트병이 앞으로 재생원료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공공부문이 일회용 플라스틱 감축과 자원순환 정책의 선도 역할을 맡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7일 서울아리수본부, 한국수자원공사(K-water) 등 공공부문 수도사업자와 병입 수돗물 페트병에 재생원료를 사용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병입 수돗물은 수돗물을 페트병 등에 담아 제공하는 물로, 수도법에 따라 판매는 금지돼 있다. 주로 태풍·지진 등 재난 발생 시 비상 식수로 활용되거나, 공공 행사와 재난 대비 훈련 현장에서 시민들에게 무상 제공된다.

서울 ‘아리수’부터 전국 공공 수도사업자로 확산

현재 병입 수돗물은 서울시의 ‘아리수’를 비롯해 한국수자원공사가 공급하는 병입 수돗물, 부산·인천 등 지방자치단체가 재난 대비용으로 생산·비축하는 병입 수돗물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명칭과 유통 방식은 지자체별로 다르지만, 모두 상업적 판매가 아닌 공공 목적에 한해 사용된다.

이번 협약에 참여한 기관 가운데 서울아리수본부는 이미 지난해부터 병입 수돗물 페트병을 100% 재생원료로 생산하고 있다. 서울시는 앞으로도 모든 병입 수돗물 페트병을 재생원료로만 제조할 방침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해 400㎖ 병입 수돗물 페트병 제조 시 재생원료를 10.7% 사용했으며, 내년부터는 400㎖ 제품을 100% 재생원료로 전환한다. 다만 1.8ℓ 페트병은 내년 재생원료 사용 비율을 10%로 설정했다.

부산시와 인천시 등 나머지 협약 참여 수도사업자들도 내년부터 병입 수돗물 페트병 제조 시 재생원료를 10% 이상 사용하기로 했다.

산불 재난지역 주민들이 병입 수돗물을 공급받아 마시는 장면. AI 생성 이미지


연간 생산량 ‘수천만 병’… 플라스틱 사용은 여전히 과제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병입 수돗물 생산에 사용된 플라스틱은 총 12만667㎏에 달했다. 이는 병입 수돗물이 연간 수천만 병 규모로 생산·비축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하지만 이 가운데 재생원료는 1만4천756㎏으로 전체의 12.2%에 그쳤고, 나머지 10만5천911㎏은 원유에서 추출한 신재 플라스틱이었다. 공공 목적의 필수 물품임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 순환 측면에서는 개선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재생원료 페트병 전환의 효과는

병입 수돗물 페트병을 재생원료로 전환할 경우 가장 큰 효과는 온실가스 감축이다. 재생 페트는 신재 플라스틱 대비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이 크게 줄어든다.

또 폐페트병의 안정적인 수요처를 공공부문이 제공함으로써 자원순환 시장을 활성화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특히 재난 대응과 공공 행사라는 특성상 대량으로 일시에 사용되는 병입 수돗물의 특성을 고려하면, 재생원료 사용 확대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전환하는 상징적 의미도 크다.

민간 의무화 정책과 맞물린 공공 선도 사례

이번 협약은 내년부터 연간 5천t 이상 페트병을 사용하는 생수·음료 제조사에 대해 출고량 기준 10% 이상의 재생원료 사용을 의무화하는 정부 정책과 보조를 맞춘 것이다.

해당 의무 대상은 2030년부터 연간 1천t 이상 페트병을 사용하는 업체로 확대되며, 재생원료 의무 사용률도 30%까지 단계적으로 높아질 예정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공공부문이 먼저 재생원료 사용을 확대해 민간 부문의 전환을 견인하겠다”며 “병입 수돗물은 공공성과 환경성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