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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

내년부터 레고 블록과 프라모델 등 플라스틱 장난감도 생산자책임재활용제(EPR) 대상에 포함되면서 완구류 재활용 체계가 한 단계 강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수입 완구 비중이 높은 국내 시장 구조상 제도의 실효성과 관리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플라스틱 완구류를 생산자책임재활용제 대상에 포함하는 자원재활용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플라스틱 완구를 제조·수입·판매하는 업체는 일정량을 회수·재활용해야 하며,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재활용에 필요한 비용 이상의 재활용부과금이 부과된다.

재활용 기준 비용은 1㎏당 343원으로 설정됐다.

대부분 플라스틱 완구 포함…배출 방식은 기존과 동일

EPR 대상에는 레고와 같은 블록 완구, 프라모델 등 조립식 완구를 비롯해 대부분의 플라스틱 완구류가 포함된다. 다만 파티용 완구나 봉제인형 등 분리배출과 재활용이 사실상 어려운 일부 품목은 제외됐다.

소비자의 배출 방식은 기존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플라스틱 완구는 일반 플라스틱류로 분리 배출하면 되며, 배터리가 포함된 전자 완구는 소형가전 수거함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전자제품 회수 체계를 이용해야 한다.

“재활용률 상승”…제도 도입엔 자신감

기후부는 제도 도입에 따른 혼란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9년부터 완구 생산자 단체와 자발적 협약을 통해 시범적으로 회수·재활용 체계를 운영한 결과, 재활용률이 꾸준히 상승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완구류 재활용률은 2019년 36.4%에서 2022년 51.9%까지 높아졌고, 2024년에도 49.5%로 목표치를 상회했다. 기후부는 “이미 현장에서 검증된 체계인 만큼 EPR 대상에 포함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려면 수입 완구 관리 방안이 보다 정교해져야 한다. AI 생성 이미지


수입 완구 비중 높은 시장…‘책임 주체’ 논란

그러나 전문가들은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려면 수입 완구 관리 방안이 보다 정교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 완구 시장은 해외 생산 비중이 매우 높은 구조로, 제조사는 외국에 있고 실제 책임은 국내 수입·유통업체가 떠안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대형 수입사는 공제조합을 통해 분담금을 납부하며 의무 이행이 가능하지만, 소규모 수입업체나 온라인 판매자를 통한 직구·병행수입 제품까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제도는 제조사 책임을 전제로 하지만, 현실에서는 국내 수입상이 사실상 모든 부담을 지게 된다”며 “관리 사각지대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분담금만 내면 끝’ 우려…재활용 품질 관리 과제

또 다른 문제는 실질적인 재활용 품질이다. 업체들이 재활용을 직접 수행하기보다 공제조합에 분담금을 납부하는 방식에 의존할 경우, 제도가 ‘비용 납부로 책임을 대신하는 구조’로 굳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플라스틱 완구는 재질이 복합적이거나 크기가 작은 경우가 많아 고품질 재활용이 쉽지 않다. 재활용 의무량 달성에만 초점이 맞춰질 경우, 저품질 재활용이나 단순 소각 대체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제도 안착 관건은 ‘수입 관리·감독 강화’

기후부는 분담금을 내더라도 기존에 부과되던 폐기물부담금이 면제돼 업체 전체 부담은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제도가 환경 개선이라는 본래 취지를 달성하려면 수입·유통 단계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와 재활용 성과에 대한 투명한 공개가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플라스틱 완구류 EPR 편입은 재활용 사각지대를 줄이는 의미 있는 조치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해외 제조·국내 소비라는 구조적 특성을 어떻게 제도 안으로 흡수할지에 따라, 이번 시행령 개정이 ‘실질적 순환경제 전환’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또 하나의 형식적 규제로 남을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