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날 아침,
덕유산은 하늘이 선물한 은빛 성의(聖衣)를 걸쳤습니다.
천년을 견뎌온 주목나무들은
밤새 내린 눈송이를 한 잎 한 잎 받아 안고,
백발(白髮)의 현자(賢者)처럼 산마루에 서 있습니다.
푸른 창공은 수정처럼 맑아
눈부신 백색과 깊은 남색이
한 폭의 수묵담채화를 이루고,
바람 한 점 없는 고요 속에서
오직 눈꽃의 침묵만이 울려 퍼집니다.
주목 가지마다 피어난 상고대는
시간이 빚어낸 얼음 꽃.
뻗은 팔마다 눈의 깃털을 달고
마치 하늘로 날아오를 듯
바람의 조각이 되어 서 있습니다.
겹겹이 쌓인 산맥은 흰 파도처럼 출렁이고
그 위로 펼쳐진 하늘은
세상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순수한 청색의 기도문입니다.
이곳에 서면 천년의 시간도 한순간이고,
한순간의 아름다움이 영원임을 깨닫습니다.
덕유산의 설경은 자연이 쓴 가장 아름다운 시.
하얀 침묵의 언어로 우리에게 말을 거는
거룩한 성탄의 메시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