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시는 행정안전부의 현수막 지정 게시대 현대화 사업에 따라 국비지원으로 시의 관문인 교문사거리에 첫 전자 게시대를 설치, 운영에 들어갔다. 구리시 제공
강원 춘천시가 26일 상시 단속과 시민 참여 체계를 통해 불법 현수막 근절에 나서며 도시 경관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치·행사·상업 홍보 등 무분별하게 난립하던 현수막을 줄이기 위해 단속뿐 아니라 지정 게시대와 디지털 전광판 등 스마트 전자 게시대 도입 논의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행정력만으로 반복되는 철거·재게시 악순환을 막기 어려운 만큼, 시대흐름과 기술향상에 맞춰 합법적·선진적인 게시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춘천시의 팔호광장과 중앙로터리 일대는 그동안 각종 행사·정치 현수막 등이 무분별하게 게시돼 도시미관을 훼손하고 보행자 안전을 위협해 왔다. 시는 이 일대를 중심으로 집중 정비를 벌여 최근 거리 곳곳을 메웠던 불법 현수막 대부분을 제거했다.
시는 지정게시대 활용을 통한 합법 게시 유도와 카카오톡 민원신고 체계를 구축해 시민들이 불법 현수막을 즉시 신고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한 단계적 확대를 통해 “현수막 없는 거리”를 조성하는 캠페인과 합동단속을 병행하기로 했다.
지자체별 불법 현수막 근절 상시 단속 사례
이같은 불법 현수막으로 인한 폐해와 지자체의 단속 의지는 춘천시만의 고민은 아니다.
광주광역시는 시민 누구나 ‘안전신문고’ 앱으로 불법 현수막을 신고할 수 있는 상시 신고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신고 접수 즉시 과태료 부과 등 행정 조치를 취해 실시간 단속 효율을 높이고 있다.
경기 평택시는 평소 불법 현수막과 광고물에 대해 강도 높은 단속을 펼친다. 주요 도로, 교차로, 역세권 및 주거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본청과 읍·면·동이 참여하는 합동 단속반을 편성해 순찰·철거를 상시 진행한다.
경남 사천시는 사주교차로 일대를 ‘불법 현수막 없는 청정거리’로 지정하고 지정 게시대 외 모든 현수막 설치를 금지했다. 불법 게시물은 상시 단속으로 즉시 철거하고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관리한다.
인천 미추홀구는 연중 불법 현수막 특별 정비 기간을 운영해 지정 게시대 외 가로변과 안전구역에 설치된 현수막을 집중 단속하고 위반 시 즉시 철거 및 필요 시 고발 조치까지 병행한다.
무분별한 현수막 과잉 게시 문제와 대안
불법 현수막은 정치 현수막, 지역 행사 안내, 집회 알림, 상업 홍보 광고 등 다양한 내용으로 나타난다.
특히 정치 현수막은 명절이나 연말연시, 그리고 선거철마다 늘어나는 경향이 있어 도심 주요 교차로와 보행 공간에 무분별하게 게시되는 사례가 되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철거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지정게시대 확대와 전광판 등 스마트 게시대 도입이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 노원구는 지난 달 투명 LED 전자 게시대 12기를 유동인구가 많은 지점에 설치했다. 노원구 제공
디지털 전광판 방식의 스마트 게시대 도입 사례
경기 구리시는 지난 17일 시의 관문인 교문사거리에 가로 4.6m, 세로 2.5m(총 11.5㎡), 높이 6m 규모의 대형 LED 전광판을 설치해 시정 홍보와 소상공인 광고를 병행 송출하는 전자 게시대를 시범 운영 중이다.
이 시설은 행정안전부의 현수막 지정 게시대 현대화 사업에 따라 국비 지원을 받아 설치됐으며, 운영 비용은 수탁자가 부담하는 구조로 시 재정 부담 없이 운영 효과를 높이고 있다.
이번 전자 게시대 설치는 현수막 중심의 기존 홍보방식을 디지털 기반의 스마트 홍보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는 동시에, 무분별한 불법 현수막 게시를 줄여 도시미관 개선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노원구 투명 LED 전자 게시대의 도로쪽에서 본 모습.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 노원구 제공
서울 노원구는 투명 LED 전자 게시대 12기를 노원역 사거리 교보빌딩 앞과 공릉동 도깨비시장 맞은편을 시작으로 구내 유동 인구가 많은 지점에 설치하고 지난 달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게시대는 가로 5.2m, 높이 1.66m, 폭 0.4m 크기이며, 주변 가로화단과 조화를 이루는 형태로 배치됐다.
노원구는 이같은 친환경 디지털 게시대 도입으로 천 현수막 제작·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와 폐기물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사업은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으로 추진된다. 사업시행자가 시설물을 설치하고 소유권을 구에 양도한 뒤 일정 기간 운영권을 부여받아 수익을 얻는다.
시범운영 기간 지역 축제와 구정 행사 홍보, 기상정보·재난상황 안내, 미디어 아트 등 다양한 콘텐츠를 송출 중이다. 정식 운영하는 내년 1월부터는 구청 광고와 외부(상업)광고가 각각 35%, 65% 비율로 운영된다.
양재역 전자게시대. 서초구는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지난 3월 전자게시대 광고 단가를 80% 인하했다. 서초구 제공
스마트 게시대 비용 및 운영 구조
이처럼 전광판 형태의 스마트 게시대는 설치 비용과 운영 방식이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디지털 광고판 설치 비용은 화면 크기·해상도 등에 따라 크게 다르며, 소규모 LED 디스플레이의 경우 수천만 원대, 대형 디지털 광고판은 수억 원 이상까지도 발생한다는 해외 사례가 있다.
운영 비용은 콘텐츠 소프트웨어 구독료, 전기료, 유지보수 비용 등이 포함되며, 유지보수는 초기 투자금의 10~15% 수준이 연간 운영비로 소요된다는 분석도 있다.
지자체는 이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탁자 운영 구조, 국비 지원 사업, 지방비·민간 협력 등을 병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특히 수탁자가 광고 판매 수익으로 운영비를 충당하는 모델은 지방 재정 부담을 줄이는 대안으로 평가된다.
기존 지자체 지정 게시대
시민 반응과 전문가 의견
스마트 게시대 도입에 대해 시민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시민은 “도심이 깔끔해지고 공공 정보와 지역 소식이 보기 쉬워졌다”며 “불법 현수막 문제도 줄어드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반면 일부 상업 광고업계 관계자는 “전광판 광고 시간이 제한적이라면 홍보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단속과 철거 중심의 정책을 넘어 도시 전체의 커뮤니케이션 공간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스마트 게시대는 다양한 홍보물을 실시간 송출할 수 있고, 게시 기간 및 내용 관리가 자동화되기 때문에 단속 비용 절감과 시민 참여 확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