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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멕시코주 한 목장에 방목된 소들
기후 위기 저지선인 '지구 기온 2℃ 상승'을 막기 위해 전 세계 인구의 44%가 당장 식단을 저탄소 식품군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소득 상위 15%가 배출하는 식품 온실가스가 하위 50%의 총합과 맞먹는 것으로 나타나, 먹거리 소비의 불균형이 기후 정의 문제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상위 15%가 하위 50%만큼 배출… '식탁 위의 불평등' 심각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UBC) 나빈 라만쿠티 교수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환경연구: 식품 시스템(Environmental Research: Food Systems)'에 전 세계 112개국의 식품 생산 및 소비 데이터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식품 시스템은 인류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6~34%를 차지하는 '기후 변화의 숨은 주범'이다.
분석 결과는 가혹했다.
전 세계 배출량 상위 15%의 고소득층 및 특정 국가(호주, 브라질 등) 거주자들이 내뿜는 식품 탄소 발자국은 전체의 30%에 달했다.
이는 전 세계 하위 소득자 50%가 배출하는 양을 모두 합친 것과 동일한 수준이다.
연구팀은 "비행기를 자주 타는 부유층이 소고기 중심의 식단까지 고수할 경우, 지구의 탄소 예산은 빛의 속도로 소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소고기 다음은 '유제품'과 '쌀'… 식단 변화 없으면 2050년엔 90%가 한계치 초과
이번 연구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2℃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개인별 탄소 상한선이다.
연구팀이 제시한 1인당 연간 식품 탄소 배출 상한선(연간 1.17t CO₂ 환산량)이다. 하지만 이미 전 세계 인구의 44.4%인 27억 명이 이 수치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특히 소고기는 온실가스 배출의 독보적인 주범으로 지목됐다. 캐나다인의 경우 식품 관련 배출량의 43%가 오직 소고기 섭취에서 발생했다.
소고기 다음으로 배출량이 많은 주범은 치즈, 버터와 같은 '유제품'이다. 반추동물(소, 양 등)이 메탄을 내뿜는 과정과 사료 재배를 위한 삼림 파괴가 결합하면서 동물성 식품이 식탁 위 탄소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또한, 식물성 식품 중에서는 '쌀'이 상대적으로 높은 배출량을 기록했다. 논에서 벼를 재배할 때 물에 잠긴 토양에서 발생하는 메탄 가스가 원인이다.
연구팀은 육류 소비를 줄이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쌀 재배 방식의 개선과 유제품 소비 절감 역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50년의 절망적 미래… "개인의 선택이 시스템 바꾼다"
현 상태가 유지될 경우 미래는 더욱 암담하다.
연구팀은 인구 증가와 식습관 변화를 고려할 때, 2050년에는 전 세계 인구의 89~91%가 1인당 탄소 배출 상한선을 초과할 것으로 추정했다.
사실상 인류 전체가 지구의 수용 능력을 넘어서는 식사를 하게 된다는 의미다.
나빈 라만쿠티 교수는 "음식은 매일의 선택이기 때문에 누구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강력한 도구"라며 "소고기 섭취를 줄이고 식물성 위주의 식단으로 전환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과거의 기후 대책이 에너지 전환과 교통수단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접시 위'를 들여다봐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우리가 기억해야 할 숫자는 '1 2 3 4 5'와 같은 단순한 암호가 아니라, 내 식단이 내뿜는 '1.17톤'이라는 탄소 무게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