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진의 새해 일출. 연합뉴스


어둠의 장막이 걷히고 2026년 병오년(丙午年)의 첫 햇살이 억겁의 세월을 건너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차가운 새벽 공기 속, 숨죽인 채 수평선을 응시하는 수만 개의 시선들. 그 간절한 기다림 끝에 마주할 태양은 새로운 희망의 문장으로 쓰인다.

파도가 빚어낸 포말이 하얗게 부서지는 해안가마다 저마다의 소망이 깃들고, ‘붉은 말’의 역동적인 기운을 품은 첫 빛줄기는 지난 한 해의 묵은 고단함을 씻어내며 다시 시작할 용기를 낸다.

새해를 맞아 전국의 해맞이 명소들이 저마다의 색깔을 담은 축제 준비를 마쳤다.

올해는 특히 '병오년'을 상징하는 역동적인 프로그램과 첨단 기술이 어우러진 것이 특징이다.

전국 해돋이 명소 10곳을 선정했다.

① 울산 간절곶: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뜨는 해"

간절곶은 올해 '한반도의 첫 아침을 열다'라는 주제로 대규모 행사를 연다. 1월 1일 오전 5시부터 울산 최대 규모인 1,500대의 드론이 펼치는 라이트쇼가 밤하늘을 수놓는다.

뒤이어 불꽃쇼와 함께 새해 첫 일출 시각에 맞춰 시민들의 소망 인터뷰가 생중계된다.

간절곶의 새로운 명소 '간절루' 멀리 태양이 떠오른다. 울주군 제공


② 강릉 정동진: "거대한 모래시계가 뒤집히는 순간"

정동진 모래시계공원에서는 12월 31일 오후 8시부터 축제가 시작된다. 자정 정각, 지름 8m의 세계 최대 규모 모래시계 회전식이 거행되며, 이와 동시에 화려한 불꽃놀이가 정동진 바다를 밝힌다. 2026년의 첫 순간을 상징하는 '시간의 교차' 퍼포먼스가 핵심이다.

③ 포항 호미곶: "상생의 손 위로 피어나는 빛"

제28회 한민족 해맞이 축전이 열리는 호미곶은 '상생의 빛, 함께 빚는 아름다움'을 슬로건으로 내건다. 올해는 전통 민속놀이인 '월월이청청'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연과 함께, 등대 박물관 벽면을 활용한 대형 미디어 파사드 쇼가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포항 호미곶 상생의 손에서 떠오르는 태양.


④ 여수 향일암: "제30회 맞이하는 남해의 성지"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향일암 일출제는 더욱 풍성하다. 31일 밤 '소원 촛불 밝히기'와 제야의 종 타종식이 열리며, 1월 1일 일출 직후에는 떡국 나눔 행사가 진행된다. 특히 여수시는 인파 분산을 위해 오동도, 무술목 등 19곳에서 '분산 일출제'를 동시 개최한다.

⑤ 제주 성산일출봉: "세계자연유산에서의 경건한 등반"

제33회 성산일출축제는 '새해의 붉은 일출, 성산에 담다'를 주제로 열린다. 특히 새해 첫 등반객 500명을 사전 예약제로 선발해 성산일출봉 정상에서의 일출 감상을 지원하며, 성산읍 일대에서는 제주 해녀들의 물질 공연과 전통 무용이 펼쳐진다.

⑥ 부산 광안리: "밤하늘에 수놓는 2,000대의 드론 군무"

부산 수영구는 2026년 새해를 맞아 '광안리 M 드론라이트쇼'를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한다. 12월 31일 밤부터 시작되는 카운트다운 행사에는 드론 2,000대가 투입되어 광안대교 상공에 병오년을 상징하는 '달리는 붉은 말'과 대형 시계 형상을 구현한다. 일출 직전에는 백사장 곳곳에서 버스킹 공연과 새해 희망 메시지 전달식이 열려 도시형 축제의 진수를 보여준다.

⑦ 충남 태안 연포: "서해의 끝단에서 마주하는 장엄한 일출"

태안군은 연포 해수욕장에서 '제10회 연포 해맞이 축제'를 개최한다. 서해임에도 지형적 특성상 일출 감상이 용이한 이곳에서는 '희망의 불꽃쇼'와 함께 대형 가마솥을 이용한 '2,026인분 떡국 나눔' 행사가 열린다. 또한 방문객들이 직접 소원을 적어 매다는 '소원지 쓰기'와 투호 등 민속놀이 체험존이 마련되어 가족 단위 관광객을 맞이한다.

도봉산의 일출. 서울시 제공


⑧ 전북 익산 백제왕궁: "세계유산 위로 흐르는 고즈넉한 선율"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왕궁리 유적에서는 '2026 백제왕궁 해맞이 축제'가 펼쳐진다. 백제 왕궁의 오층석탑을 배경으로 뜨는 일출은 동해안과는 다른 우아함을 선사한다. 올해는 익산시립풍물단의 대북 공연 '천년의 울림'을 시작으로 전통차 시음회, '백제 의상 입고 일출 보기' 등 역사적 가치를 살린 이색적인 프로그램이 방문객들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⑨ 서울 아차산: "서울에서 가장 빠른 새해의 북소리"

서울 광진구 아차산 해맞이 광장에서는 서울 시내에서 가장 빨리 해를 맞이할 수 있다. 산 입구부터 정상까지 이어지는 등산로에는 '청사초롱 빛의 길'이 조성되어 새벽 산행의 안전을 돕는다. 정상에서는 새해를 알리는 '타북(打鼓) 공연'이 울려 퍼지며, 행사장에 비치된 '띠별 운세 자판기'와 포토존은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⑩ 당진 왜목마을: "일출과 일몰의 공존, 서해의 기적"

독특한 지형 덕분에 서해안에서 일출과 일몰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왜목마을에서는 '2026 왜목마을 해돋이 문화제'가 열린다. 31일 해넘이 공연을 시작으로 자정 불꽃놀이가 이어지며, 1일 아침에는 왜가리 목 형상의 조형물인 '새빛왜목' 위로 해가 걸리는 장관을 연출한다. 지역 주민들이 준비한 벼룩시장과 농특산물 판매장도 함께 열려 활기찬 새해 분위기를 더한다.

부산 해경 관계자들이 부산 해맞이 명소를 찾아 안전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부산해경 제공


"마비된 도로, 셔틀버스가 답"… 지자체 교통 대란과의 전쟁

전국 10대 명소에 최소 200만 명 이상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각 지자체는 고질적인 교통 정체를 해결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부산 수영구는 광안리 해변로 일대를 31일 저녁부터 1일 오전까지 차 없는 거리로 지정하며, 도시철도 운행 횟수를 증편한다.

충남 당진시와 태안군은 해수욕장 진입로를 일방통행으로 제한하고 외곽 주차장에서 행사장까지 10분 간격으로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해 자가용 유입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서울 광진구 역시 아차산 일대의 극심한 혼잡을 예상해 인근 초등학교 운동장을 임시 주차장으로 개방하고, 새벽 시간대 마을버스 운행 시간을 앞당기기로 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축제장 주변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할 만큼 혼잡할 것"이라며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교통 상황 앱과 셔틀버스 정보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필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