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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1일 서울 청계천에서 시민들이 열대야를 피하고 있다.

1912년부터 1940년까지 '과거 30년'과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30년'을 비교하면 여름은 25일 길어지고 겨울은 22일 짧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낮 더위보다 밤 더위가 심해져 최근 30년 열대야일은 평균 17.4일로, 과거 30년(평균 8.4일)보다 9일이나 늘었다.

기상청은 1912년부터 2024년까지 113년간 우리나라 기후변화 상황을 분석한 보고서를 30일 발간했다.

1912년부터 2024년까지 분석은 1904∼1911년 근대적인 기상 관측을 시작한 6개 지점(인천·목포·부산·서울·대구·강릉) 관측자료를 토대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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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30년과 최근 30년 계절 길이 변화. 기상청 제공

여름 130일, 겨울 86일...계절 경계 무너져

분석 결과 과거 30년 평균 98일이었던 여름(일 평균 기온이 20도 이상 올라간 뒤 다시 떨어지지 않는 첫날에 시작)은 최근 30년 평균 123일로 25일 늘었다. 최근 10년(2015∼2024년)만 평균을 내면 130일로 더 길었다.

겨울(일 평균 기온이 5도 미만으로 내려간 뒤 다시 올라가지 않는 첫날에 시작)은 과거 30년 평균 109일에서 최근 30년 평균 87일로 22일 감소했다. 최근 10년 평균은 86일이었다.

봄(일 평균 기온이 5도 이상으로 올라간 뒤 다시 떨어지지 않은 첫날에 시작)은 여름처럼 최근 30년(평균 90일)에 과거 30년(85일)보다 길었고 가을(일 평균 기온이 5도 미만으로 내려간 뒤 다시 오르지 않은 첫날에 시작)은 겨울처럼 최근 30년(평균 65일)에 과거 30년(73일)보다 짧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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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30년과 최근 30년 계절 길이 변화. 기상청 제공

100년간 1.9도 상승, 2020년대 급등세

1912∼2024년 연평균 기온을 계산하면 12.9도였는데, 10년마다 0.21도씩 올랐다.

연평균 기온을 연대별로 보면 1910년대 12.0도에서 2010년대 13.9도로 100년간 1.9도 오른 뒤 2020년대 14.8도로 단기간 0.9도 급상승했다. 기후변화 정도가 최근 더 심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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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기온 변화 추세. 기상청 제공

밤 온난화가 낮보다 가파라...열대야 급증

또 눈길을 끄는 점은 최저기온(10년마다 0.25도 상승) 상승세가 최고기온(10년마다 0.14도 상승)보다 가팔랐다는 점이다.

밤의 온난화가 낮보다 강하게 이뤄졌다는 의미로, 실제 폭염일(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은 113년간 10년마다 0.22일 늘어나 증가세가 뚜렷하지 않았지만, 열대야일(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날)은 10년에 1.1일씩 늘어나 증가세가 뚜렷했다.

특히 열대야일은 과거 30년과 최근 30년 평균 비교 시 8.4일에서 17.4일로 9일이나 증가했다. 최근 10년 평균 열대야일은 23.8일에 달했다.

열대야는 1970∼1980년대만 해도 제주와 남해안 일부를 중심으로 나타났으나 2010년대 서쪽 지역 전역으로 확대됐고 2020년대 들어선 전국에서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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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년부터 2024년까지 평균·최고·최저기온 순위. 기상청 제공

도시화가 열대야 증가 주범...도심 열섬현상 심화

열대야와 관련해 기상관측망이 전국에 대폭 확충된 1973년 이후 관측이 연속해서 이뤄진 59개 지점 관측자료로 분석했을 때 도시 지역 증가세가 10년에 2.17일로 비도시 지역(10년에 0.85일)을 압도하는 특징도 있었다.

폭염일 증가세는 도시와 비도시 간 차이가 크지 않았는데 열대야일 증가세는 차이가 컸다.

도시 지역 열대야일은 1970년대 5.1일에서 2020년대 17.1일, 비도시 지역은 2.9일에서 8.0일로 다른 폭으로 증가하면서 도시와 비도시 열대야일 차는 같은 기간 2.2일에서 9.1일로 커졌다.

열대야 급증에는 온실가스 농도 증가, 급격한 도시화에 따른 열섬 현상, 해수면 온도 상승 등 복합적 원인이 작용하고 있다. AI생성 이미지


열대야 급증의 복합적 원인

전문가들은 열대야 급증의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분석한다.

첫째, 지구온난화로 인한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 증가다. 산업화 이후 이산화탄소, 메탄 등 온실가스가 대기 중에 축적되면서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했고, 이는 특히 야간 최저기온 상승으로 이어졌다. 온실가스는 낮 동안 지표면이 흡수한 열을 밤에 우주로 방출하는 것을 차단하는 '담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둘째, 급격한 도시화에 따른 열섬현상이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인 도심은 낮 동안 받은 태양열을 밤까지 서서히 방출한다. 여기에 건물과 도로가 밀집되면서 바람길이 막혀 열 배출이 원활하지 않고, 에어컨 실외기 등에서 배출되는 인공 열까지 더해지면서 도심 기온이 주변보다 높게 유지된다. 실제로 도시 지역의 열대야 증가율이 비도시 지역의 2.5배 이상인 것은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셋째, 해수면 온도 상승이다. 한반도 주변 해역의 수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여름철 야간에도 따뜻한 수증기가 대기 하층에 공급된다. 이는 야간 기온 하강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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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강수량 구간별 강수일 추이. 기상청 제공

기후변화 가속화의 근본 원인

온실가스 배출 증가가 핵심 동력

최근 기후변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근본 원인은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 증가다.

화석연료 사용이 가장 큰 요인이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을 태워 전기를 생산하고 자동차를 운행하며 공장을 가동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5%가 에너지 생산과 사용 과정에서 발생한다.

산림 파괴도 심각한 문제다. 아마존과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산림 벌채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지구의 허파'를 줄이는 동시에, 벌목과 소각 과정에서 저장되어 있던 탄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한다.

축산업도 무시할 수 없는 배출원이다. 특히 소 같은 반추동물이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25배 이상 강력하다. 벼농사에서 발생하는 메탄, 질소비료 사용으로 인한 아산화질소 배출도 농업 부문의 주요 온실가스원이다.

최근 기후변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근본 원인은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 증가다. AI 생성 이미지


양의 피드백 메커니즘으로 가속화

기후변화는 자체적으로 가속화되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북극 빙하가 녹으면 햇빛을 반사하던 하얀 얼음이 줄고 어두운 바다가 드러나면서 더 많은 열을 흡수한다.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수천 년간 갇혀있던 메탄이 대기로 방출된다.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진다. 이런 양의 피드백이 연쇄적으로 작동하면서 기후변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집중호우도 잦아져...강수 패턴 극단화

1912년부터 2024년까지 113년간 강수 양태를 보면 연강수량은 10년마다 17.83㎜씩 증가했는데 강수일(일강수량이 0.1㎜ 이상인 날)은 10년에 0.68일씩 줄었다. 한 번 쏟아질 때 더 많이 쏟아졌다는 의미다.

실제로 일강수량을 구간별로 나눠서 살펴보면 '30㎜ 이상 80㎜ 미만인 날'과 '80㎜ 이상인 날', 즉 집중호우가 쏟아진 날은 10년에 각각 0.16일과 0.08일 늘어나 증가세가 뚜렷했고 '10㎜ 이상 30㎜ 미만인 날'과 '10㎜ 미만인 날'은 10년에 0.01일 늘거나 2.78일 감소했다.

1시간 최다 강수량이 50㎜ 이상인 날도 10년마다 0.04일 늘어나 추세를 같이했다.

기상청 "기후변화 감시·대응 강화할 것"

기상청은 "최근 기후변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기후변화를 철저히 감시하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우리나라 113년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는 기상청 기후정보포털(www.climate.go.kr)에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보고서가 한반도 기후변화의 장기 추세를 명확히 보여준다며,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 적응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