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마다 폭설과 한파에 시달려온 서울의 급경사 도로에 ‘열선 안전망’이 빠르게 깔리고 있다.
도로 아래에 매설된 발열체가 눈이 내리면 자동으로 가동돼 노면을 영상 온도로 유지하면서 결빙을 막는 장치다.
서울시가 12일 자치구별 현황을 취합한 결과, 최근까지 시 전역에 설치된 도로 열선 구간은 400여 곳, 총 연장 약 60㎞ 중반대로 집계됐다. 눈이 많이 오는 날에도 일부 급경사 도로만은 ‘마른 노면’을 유지하는 이유다.
스마트 열선이 깔린 관악구 광신길. 관악구 제공
관악구, 성동구, 중구, 성북구 등에 설치돼
관악구는 대표적인 열선 선도 자치구다. 지난해 구암길 일대를 비롯해 12곳에 총 3천14m의 도로 열선을 설치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로써 관악구의 스마트 도로 열선 시스템은 46곳에 총연장 1만2천719m로 늘어났다.
구는 그동안 쑥고개로, 대학길, 난곡로26길, 낙성대역길 등 상습 결빙 구간에 도로 열선을 설치해 왔으며, 최근에는 통학로·보행자 우선도로까지 대상을 넓혔다. 구는 지난해 7월 서울시에 특별조정교부금을 요청해 지난달 17억5천만원의 시비를 확보하고, 급경사 구간 7곳에 1천240m의 열선을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성동구와 중구, 성북구 역시 서울의 대표적인 ‘열선 도시’로 꼽힌다. 성동구는 평균 경사도 17%에 달하는 독서당로 59길 500m 구간에 열선을 깔아 영하 10도 안팎의 강추위와 적설에도 도로 결빙을 막고 있다.
온도·습도 센서가 강설과 결빙 감지, 자동으로 열선가동
중구는 남산 비탈길을 따라 경사도 22%에 이르는 필동로 8길에 330m 길이 열선을 설치해, 한때 ‘빙판 공포 구간’으로 불리던 구간을 상시 안전도로로 바꿨다.
고지대와 구릉지가 많은 성북구는 2016년 성북로4길을 시작으로 경사로·상습 결빙 구간 17곳에 친환경 열선 시스템을 갖췄다.
온도·습도 센서가 강설과 결빙 징후를 감지하면 자동으로 열선을 가동하는 방식으로, 제설제 사용량을 줄이면서도 도로교통 안전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이처럼 도로 열선은 겨울철 교통·보행 안전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도로 포장면 5~7㎝ 아래에 매설된 발열체가 평균 200~400℃ 열을 내어 노면 온도를 영상 2~4도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눈이 쌓이는 즉시 녹이는 구조다.
강설시 추돌사고, 낙상사고 획기적으로 감소
차량과 보행자의 미끄러짐을 사전에 차단해 급경사 도로에서 빈번하던 추돌 사고와 낙상 사고를 크게 줄여 준다는 것이 현장 반응이다.
제설 인력과 시간도 절감된다. 눈이 내릴 때마다 인력을 투입해 제설제를 뿌리고 제설차를 동원해야 했던 기존 방식과 달리, 열선은 자동 제어로 상시 대기하다가 필요한 시점에만 가동된다.
특히 출근 시간대 폭설이 내릴 때, 열선 구간은 다른 도로에 비해 교통 흐름이 빠르게 회복된다는 것이 시와 자치구의 설명이다.
제설 인력 절감, 환경 보호 효과...운영비 부담이 문제
환경·시설 보호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도로 열선이 설치된 구간은 염화칼슘 등 제설제 살포량을 줄일 수 있어 도로 포장층과 교량 구조물 부식, 인근 수목·토양 피해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전기식 열선은 에너지 사용량과 운영비 부담이 만만치 않아, 지형·기상 조건과 비용 효율을 따져 설치 구간을 선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는 폭설이 빈발했던 최근 겨울을 계기로 도로 열선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종로구가 ‘제설취약지도’를 작성해 27개소 열선을 집중 운영하기로 하는 등, 각 자치구는 제설 취약 구간을 지도상에 표시하고 열선·제설 장비·인력을 한 번에 관리하는 체계를 마련 중이다.
시는 겨울철 제설 종합대책과 연계해 연말까지 열선 설치 지점을 600곳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예산 범위 안에서 매년 신규 대상지를 발굴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로 폭설 패턴이 변하고 있는 만큼, 대규모 제설 인력 동원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위험 구간을 중심으로 한 ‘선별적 열선·스마트 제설’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의 도로 열선이 향후 얼마나 빠르게 확대될지, 그리고 에너지·환경 부담을 줄이는 기술이 얼마나 보완될지가 겨울철 도시 안전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