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구조용 파티클보드 이용 목조건축 시공 장면.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구조용 파티클보드가 국내 목조건축 시장에서 빠른 시장 침투를 보이며 건축 주요자재 국산화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개발해 기술이전 후 불과 2년 만에 판매량이 80배 이상 급증하며, 그동안 수입재에 의존해온 국내 목조건축 시장의 구조적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구조용 파티클보드란 무엇인가
구조용 파티클보드(Structural Particleboard)는 목재 칩과 접착제를 고온·고압으로 압축해 제조한 판상 목질재료로, 목조 및 모듈러 주택의 벽, 바닥, 지붕 등 구조체를 구성하는 핵심 덮개재료(sheathing)다.
국산 구조용 파티클보드 제조 장면.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일반 가구용 파티클보드와 달리 구조용은 하중을 견디는 구조적 성능이 요구되며, 높은 강도와 치수 안정성, 내습성 등을 갖춰야 한다. 국내에서는 그동안 이러한 구조용 목질판재 시장이 북미산 OSB(배향성 스트랜드보드)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해왔다.
OSB는 긴 목재 칩(스트랜드)을 일정 방향으로 배열해 제조하는 반면, 구조용 파티클보드는 다양한 크기의 목재 칩을 무작위로 배열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이 개발한 국산 구조용 파티클보드는 국내 침엽수 자원을 활용하면서도 구조적 성능을 충족시키는 제조 기술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시장 확산 속도, 예상을 뛰어넘다
구조용 파티클보드를 적용한 시공 장면.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국립산림과학원이 2023년 동화기업에 기술이전한 구조용 파티클보드 제조 기술은 상용화 단계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25년 누적 판매량은 약 10만 6천 장을 기록하며 2023년 대비 약 80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축구장 45개 면적에 해당하며, 30평형 주택 약 600동을 지을 수 있는 물량이다.
이 같은 급속한 시장 확산에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
첫째, 수입재 의존에 따른 구조적 취약성이다. 국내 목조건축 시장은 OSB 등 수입 제품 의존도가 높아 환율 변동,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 대란 등 외부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북미산 OSB 가격이 급등하면서 건축 비용 증가와 수급 불안정 문제가 심화되었다.
둘째, 국산 제품의 경쟁력 확보다. 국립산림과학원의 기술이전을 통해 생산된 구조용 파티클보드는 건축 성능 기준을 충족하면서도 안정적인 공급과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2024년 8월 발표된 '국산 구조용 파티클보드 적용 목조주택 시공 사례집'에는 수입 OSB와 국산 제품을 동일 구조 건축물에 각각 적용한 비교 사례가 포함되어 있어, 현장 적용 가능성을 실증적으로 입증했다.
셋째, 목조건축 시장의 성장세다. 친환경 건축 트렌드 확산, 저층 주거시설 수요 증가, 모듈러 건축 확대 등으로 국내 목조건축 시장 자체가 성장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신뢰할 수 있는 국산 자재에 대한 수요가 함께 증가했다.
목조주택 산업에 미치는 영향
구조용 파티클보드 현장 적용으로 수입목재 국산화에 속도가 붙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국산 구조용 파티클보드의 시장 진입은 국내 목조주택 산업에 다층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급망 안정화 측면에서는 수입 의존도 감소로 가격 변동성과 수급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있다. 건축주와 시공사 입장에서는 자재 조달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는 곧 프로젝트 리스크 감소로 이어진다. 또한 국내 생산 체계 구축으로 납기 단축과 긴급 수요 대응이 용이해졌다.
산업 생태계 관점에서는 국내 목재 가공 산업의 기술 역량 강화와 일자리 창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원천 기술이 동화기업을 통해 제품화되고, 이것이 다시 (사)한국목조건축협회 회원사들의 현장 시공으로 연결되는 산학연 협력 모델이 작동하고 있다.
자원 활용 측면에서는 국내 침엽수 자원의 고부가가치 활용 경로가 확대되고 있다. 구조용 파티클보드는 다양한 크기의 목재 칩을 활용할 수 있어 간벌재, 소경재 등 저급 목재 자원의 효율적 이용이 가능하며, 이는 산림 자원 순환 체계 구축에도 기여한다.
기술 경쟁력 측면에서는 국내 연구기관의 R&D 성과가 실제 상용화로 연결되는 성공 사례를 만들어냈다. 2024년 8월 공개된 시공 사례집은 총 7개 목조주택 현장의 설계, 공정별 시공사진, 건축물 개요 등을 담고 있어, 기술의 현장 적용성을 체계적으로 검증하고 있다.
남은 과제와 향후 전망
과제는 구조용 파티클보드 적용범위 확대와 국산 자재 점유율 상향 등이다. 산림과학원 제공
현재 국산 구조용 파티클보드는 주로 건축 벽체용 덮개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목재공학연구과 이상민 과장은 "적용 범위를 바닥과 지붕까지 확대하고, 공급망 내 국산 자재 점유율을 높여 목재 이용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남아있다.
첫째, 다양한 건축 부위별 성능 기준 충족과 인증 확보다. 바닥재와 지붕재는 벽체와 다른 하중 조건과 환경 조건에 노출되므로 각각에 맞는 제품 사양 개발이 필요하다.
둘째, 생산 규모 확대와 품질 일관성 유지다. 시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 설비 투자와 함께, 대량 생산 체제에서도 안정적인 품질을 유지하는 공정 관리가 중요하다.
셋째, 설계·시공 표준화와 교육이다. 수입 OSB에 익숙한 설계사와 시공사들이 국산 제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기술 자료 제공, 시공 가이드라인 개발, 실무자 교육 등이 필요하다.
국립산림과학원 목재공학연구과 이민 연구사는 "본 사례집을 통해서 국산 구조용 파티클보드가 목조주택 현장에 널리 사용되어 국내 목재산업계 및 국산 목재 이용 확대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조용 파티클보드를 현장 적용한 목조주택 시공 장면.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2년 만에 80배라는 판매 성장률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국가 연구기관의 기술 개발이 산업계 이전을 거쳐 시장에서 실제 수요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산 구조용 파티클보드의 시장 확산은 목조건축 주요자재 국산화라는 정책 목표를 넘어, 산림 자원의 고부가가치화, 건축 산업의 경쟁력 강화, 그리고 지속가능한 산림 경영이라는 종합적 성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