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진짜 물 위를 걷는 기분이에요!"
1일 오후 2시, 강릉 경포해수욕장. 동해안 최장 거리 130미터 해상 플로팅 브리지 위에서 서울에서 온 대학생 김민지(22)씨가 환호성을 질렀다. 푸른 바다 한가운데 설치된 부교 위에서 친구들과 인증샷을 찍느라 여념이 없는 그녀의 얼굴에는 땀방울과 함께 환한 미소가 번져 있었다.
낮부터 시작되는 축제의 열기
오후 햇살이 내리쪼이는 경포해변은 이미 축제 분위기로 들끓고 있었다. 백사장 곳곳에서는 '경포 3종 경기'에 참가한 가족 단위 피서객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경기에 몰두하고 있었다.
"아빠, 더 세게 당겨요!"
바닷물을 이용한 수중 씨름장에서는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참가한 박성호(45)씨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씨름을 하고 있었다. 청주에서 가족여행을 온 박씨는 "아이가 너무 좋아해서 벌써 세 번째 도전"이라며 "이런 독특한 체험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리바위 다이빙대 주변에는 서바이벌 게임 참가자들이 긴 줄을 서 있었다. 20대 연인들부터 중년 부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기꺼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해가 지면서 달아오르는 분위기
오후 6시가 넘어서면서 해변의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특설무대에는 조명이 켜지고, 중앙광장 일원에는 수천 명의 인파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죠지! 죠지!"
이날 메인 공연자인 감성 싱어송라이터 죠지가 무대에 오르자 관객들의 함성이 밤바다를 가득 메웠다. 무대 앞쪽에는 10대부터 30대까지의 젊은 관객들이, 뒤쪽으로는 가족 단위 피서객들이 자리를 잡고 공연을 즐기고 있었다.
부산에서 온 직장인 이수진(28)씨는 "강릉에 놀러왔다가 우연히 알게 된 공연인데, 바다를 배경으로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듣다니 정말 낭만적"이라며 핸드폰으로 영상을 찍느라 바빴다.
축제를 책임지는 사람들
무대 뒤편에서는 강릉시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관리본부에서는 실시간으로 인파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곳곳에 배치된 의료진들이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하고 있었다.
엄금문 관광정책과장은 현장에서 만난 기자에게 "첫날 6천명, 둘째 날 1만명이 다녀갔는데 오늘은 그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몰릴 것 같다"며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변 곳곳에는 안전요원들이 배치되어 있었고, 의료부스에서는 간단한 응급처치부터 탈수 증상을 호소하는 관광객들을 위한 대처까지 꼼꼼히 챙기고 있었다.
밤이 깊어도 계속되는 열기
밤 10시가 넘어서도 해변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바닷가에 남아 여운을 즐기고 있었다.
대전에서 친구들과 함께 온 회사원 최민석(26)씨는 "내일도 크라잉넛 공연이 있다고 해서 하루 더 머물 예정"이라며 "이런 축제가 있는 줄 몰랐는데, 강릉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됐다"고 말했다.
경포해변 인근 펜션과 모텔들은 이미 만실 상태. 한 펜션 사장은 "축제 기간 동안 예약이 몰려서 일찌감치 풀부킹됐다"며 "지역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4일까지 계속되는 축제
앞으로 3일까지는 국내 최정상 래퍼 넉살과 비와이가, 마지막 날인 4일에는 경성구락부와 그렉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매일 다른 장르의 공연으로 다양한 취향의 관객들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이다.
자정이 넘어 해변을 떠나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에는 여전히 축제의 여운이 묻어 있었다. 파도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경포해변의 여름밤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고 있었다.
무더위를 식혀줄 바다와 흥겨운 공연,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까지. 경포해변의 '2025 썸머 페스티벌'은 진정한 의미의 '종합 피서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