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일몰제 업무 추진을 큰 보람으로 기억하는 윤춘성 팀장. 윤춘성 제공

비가 오나 눈이 오나, 365일 공원과 녹지를 살피는 사람이 있다.

광주광역시 도시공원과 윤춘성 팀장이다.

35년째 변함없이 광주의 녹지를 지키고 있는 그의 이야기는 한 편의 드라마 같다.

"좋아서 택한 천직이라 생각합니다."

1990년 공직에 들어온 윤 팀장은 1997년부터 공원과 녹지업무에 '붙박이'로 살고 있다. 고등학교에서 원예와 조경을 공부한 그에게 공원 조성 업무는 천직이었다. 3년간 나무를 심고 전지를 배운 학습 경험이 공무원이 된 후 큰 힘으로 작용했다.

"도시공원을 만들어 시민들이 이용하는 것 자체가 보람이죠. 조성조차 어려웠던 공원을 하나하나 만들고, 시민들이 잘 이용하는 걸 보면 큰 보람을 느낍니다.“

도시공원 일몰제와의 사투

윤 팀장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17년부터 시작된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조성 사업이다. 도시공원 일몰제로 자칫 사라질 뻔한 숲과 공원 24곳을 지켜낸 것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누나들을 따라갔던 광주사직공원의 기억을 잊지 않고, 아들딸과 자손들이 즐거운 추억의 공간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어요."

그 결과 광주에는 도시공원 24곳이 새롭게 탄생했고, 시민 1인당 공원 조성 면적이 2배로 늘어날 수 있는 성과를 거뒀다.

윤춘성 팀장(오른쪽)이 어반톡 이형철 대표와 도시공원 조성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ESG와 만난 공원 조성의 새 모델

최근 윤 팀장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현대백화점그룹과 사단법인 생명의 숲과 함께하는 '신용공원' 조성사업이다. 기업의 ESG 경영과 광주시의 공원 조성이 만난 전국 최초 사례다.

"현대백화점에서 ESG 경영 차원에서 10억 원을 투자해 주셨어요. 광주시는 예산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윈-윈 모델이죠."

신용공원은 '빗물숲'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조성된다. 산지형 공원의 특성을 살려 상부에서 하부까지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계곡 스타일로 꾸며, 기존의 울창한 숲은 그대로 보존하면서 경작지로 훼손된 구역만 복구하는 방식이다.

광주시는 지난 8월 21일 '국가도시공원 비전 선포식'을 개최했다. 광주시 제공

그랜드 슬램을 향한 꿈

윤 팀장의 더 큰 꿈은 광주시의 '그랜드 슬램' 달성이다. 광주는 현재 무등산 국립공원과 무등산권 지질공원 등 국가 지정 공원 2곳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중앙공원이 국가도시공원으로 지정되면 그랜드 슬램을 완성할 수 있다.

"국가도시공원이 되면 광주가 생태적으로 건강한 도시라는 것을 대외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물론 고민도 많다. 민간 공원 특례사업의 성과에 만족하면서도, 아파트 가격 하락으로 인한 분양 수익 감소가 공원 시설 투자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또한 캠핑장 같은 공원 시설의 수지 타산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시민의 숲 캠핑장의 경우 연간 4-5억 원이 들어가는데 수익은 1억 6천만 원에 불과해요. 대시민 서비스라고 해도 어느 정도는 수지가 맞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끝나지 않는 녹색 여정

윤 팀장은 앞으로 ESG 경영에 대해 더 공부하고, 지역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여러 기업이 십시일반 모아서 하나의 공원을 조성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의 ESG 경영과 협력한다면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후배들도 함께 배워 자신의 공원 철학이 끊임없이 부는 ‘녹색 바람’으로 커나가기를 바란다.

북구의 중외공원을 찾은 윤춘성 팀장이 비탈면 복구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윤춘성 제공

35년간 한결같이 광주의 녹지를 지켜온 윤춘성 팀장.

그의 손끝에서 탄생한 공원들은 시민들의 쉼터가 되고, 아이들의 추억이 되고 있다.

"힘들고 어려운 민원과도 마주쳐야 하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좋아서 택한 천직이니까요."

오늘도 그는 중외공원의 비탈면 복구 공사 현장을 살피며, 광주를 더 푸르게 만들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다'지만, 그의 '녹색 인생'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