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와지 유메부타이(淡路夢舞台)’는 간사이공항 건설을 위해 토석을 채취하고 버려진 땅에 25만 그루의 나무를 식재해 사람과 자연의 공생을 콘셉트로 조성된 리조트 시설이다.
호남디자인산업협회(HODIA)가 주관한 '2025 해외 디자인 리서치 투어'가 지난 26일부터 29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일본 세토우치 지역에서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세토우치 트리엔날레 2025와 연계해 기획된 이번 정원 순례는 전통 정원부터 현대 미술관, 재생 건축까지 일본 디자인의 정수를 체험하는 종합적 학습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안도 타다오가 물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구조로 건축한 아와지시마의 '물의 절'
버려진 땅에서 꿈의 무대로, 유메부타이가 보여준 재생의 기적
투어 마지막 일정지인 아와지시마(淡路島) 유메부타이는 참가자들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1995년 한신 대지진 이후 건축자재 채취를 위해 무분별하게 파헤쳐진 채석장이 어떻게 세계적인 문화 복합공간으로 재탄생했는지를 직접 목격할 수 있는 현장이었기 때문이다.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유메부타이(夢舞台, 꿈의 무대)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환경 복원의 철학을 담은 종합 예술 작품이다. 파괴된 자연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상처받은 땅 위에 새로운 형태의 아름다움을 창조한 것이 핵심이다.
바다를 향해 있는 100개의 화단으로 구성되어 있는 백단원(百段苑)
특히 100개의 작은 정원이 계단식으로 조성된 백단원(百段苑)은 과거 채석장의 지형을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사계절 다른 식물로 변화하는 경관을 연출한다. 채석으로 인한 절개면과 단차를 감추지 않고 오히려 정원 설계의 핵심 요소로 활용한 것이다.
웨스틴 호텔과 국제회의장, 기적의 별 식물관(온실), 물의 절, 해협공원까지 포함한 전체 시설은 바다를 향해 열린 거대한 원형극장 같은 구조로 배치되어 있다. 건축물들이 자연 지형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인공과 자연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흐려놓는 공간적 경험을 제공한다.
인공과 자연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연결해 놓은 유메부타이 국제회의장
참가자들은 "폐허가 된 땅에서 이런 아름다운 공간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라며 "단순한 복구가 아닌 창조적 재생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체계적 일정으로 세토우치 지역재생 모델 심층 탐구
이번 투어의 가장 큰 성과는 세토우치 지역 전체를 하나의 통합된 지역재생 모델로 체험할 수 있도록 일정이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첫날 오카야마 고라쿠엔에서의 일본 전통 조경의 철학, 둘째 날 나오시마 현대미술과 건축이 지역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 사흘째 폐기물로 '죽음의 섬'으로 불리던 테시마가 '풍요로운 자연과 예술의 섬'으로 부활한 교훈, 마지막 날 유메부타이에서 환경 복원과 문화 창조의 통합적 접근을 체험하는 단계적 학습 과정이었다.
유메부타이에는 환경 복원과 문화 창조를 체험하는 공간이 많다.
특히 나오시마의 지중미술관과 이우환미술관에서 확인한 '예술을 통한 섬 재생' 사례와 유메부타이의 '환경 파괴지 문화공간 전환' 사례를 연결해서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 큰 소득이었다. 두 사례 모두 기존 지역의 특성을 완전히 지우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덧입히는 방식으로 접근했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세토우치 트리엔날레라는 광역 예술제가 개별 섬들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통합된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관찰 포인트였다. 각 섬마다 다른 예술가들의 작품이 설치되어 있지만, 모두 '지역의 역사와 자연을 존중하면서 현대적 해석을 더한다'는 일관된 철학을 공유하고 있었다.
참가자들은 매일 저녁 그날의 경험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한국의 지역 재생 프로젝트에서도 이런 장기적이고 일관된 비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공통적으로 제기되었다.
쇠퇴하던 고베항의 북쪽 지역을 현대적인 친수 공간으로 재개발한 '고베 하버랜드'
고베에서 마무리한 의미 있는 여정
투어 참가자들의 만족도는 기대를 훨씬 뛰어넘었다. 사전 설문에서 70% 정도가 '해외 디자인 사례 견학' 수준을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디자인 철학과 지역 정책을 종합적으로 학습하는 연구 과정'에 참여한 것 같다는 평가가 나왔다.
3박 4일간의 일정은 고베항 북쪽에 개발된 하버랜드와 1995년 고베 대지진의 교훈을 담은 메모리얼파크 방문으로 마무리됐다. 하버랜드에서는 항만 재개발을 통한 도시 재생 사례를, 메모리얼파크에서는 자연재해 이후 도시 복구와 기억 보존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고베항 지진 메모리얼 파크는 1995년 대지진의 참상을 기억하고 후세에 교훈을 남기기 위해 조성된 공원이다
고베 대지진 메모리얼파크는 아와지 유메부타이와 같은 맥락에서 파괴된 도시가 어떻게 새로운 모습으로 재생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이었다. 단순한 복구가 아닌 재해의 기억을 보존하면서도 미래 지향적 도시 계획을 실현한 사례로, 참가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각 일정마다 충분한 관람 시간과 자유 토론 시간을 확보한 점이 높게 평가되었다. 단순히 많은 곳을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핵심적인 사례들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 참가자들 간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구조가 학습 효과를 극대화했다는 것이다.
한 참가자는 "오카야마 전통 정원에서 시작해 나오시마 현대미술, 유메부타이 재생 건축, 그리고 고베 도시 재생까지 일본이 추구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 철학을 종합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며 "우리 지역 프로젝트에 적용할 구체적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항구 도시인 고베의 해양적인 성격과 미래적인 분위기를 상징하는 물고기 조형물
지속적 교육 네트워크 구축으로 지역 디자인 역량 강화
호남디자인산업협회는 이번 투어의 성과를 바탕으로 해외 디자인 리서치 프로그램을 정기화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북유럽의 지속가능 디자인 사례와 동남아시아의 전통문화 활용 사례를 탐방하는 프로그램을 추가로 기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