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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가 지난 10월 중순임에도 제주도 남부 해안 지역에서 밤사이 최저기온이 25도를 넘는 이례적인 열대야 현상이 나타났다.
서귀포, 63년 만에 가장 늦은 열대야
14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저녁부터 이날 아침까지 서귀포(남부) 지역의 최저기온이 25.5도를 기록하며 열대야가 발생했다.
이는 서귀포 지점에서 1961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늦은 시기에 발생한 열대야로, 기상 관측 역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열대야가 잦은 제주도지만 '10월 열대야'는 매우 드문 현상이다. 서귀포에서는 2013년 10월 6일 열대야가 나타난 기록이 있으며, 올해는 이달에만 지난 6일과 13일 밤 등 2차례 발생했다.
제주(북부)에서도 지난 6일 열대야가 나타나 1923년 관측 시작 이래 역대 가장 늦은 열대야로 기록됐다. 성산(동부)에서는 2021년 10월 3일 밤 열대야가 나타난 바 있다.
주민들 "10월에 에어컨 켤 줄 몰랐다"
이례적인 더위에 제주 주민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한 주민은 처음에는 선풍기만 켜고 잤지만 너무 덥고 습해서 결국 에어컨을 가동했다며, 10월까지 에어컨을 켜고 지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도 소음 때문에 창문을 닫고 자다 보니 더워서 여전히 잠잘 때 에어컨을 틀고 있다며, 간밤에도 밤새 에어컨을 가동했다고 전했다.
열대야일수 최다 기록 경신
서귀포는 간밤 열대야로 올해 열대야일수가 79일로 늘어났다. 그 외 다른 지점의 열대야일수는 제주 73일, 고산 53일, 성산 47일을 기록했다.
특히 서귀포와 고산은 각 지점에서 관측을 시작한 이래 역대 최다 열대야일수 기록을 이미 경신한 상태다. 제주와 성산은 지난해에 이어 역대 2위를 기록 중이다.
남서풍 유입이 원인…17일 이후 기온 하강
기상청은 밤사이 제주도 남부 해안 지역에 남서풍이 유입되면서 기온이 크게 떨어지지 못해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낮에도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최고기온이 30도 안팎까지 오르며 무더운 날씨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앞으로 비가 내리고 오는 17일 이후 북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기온이 하강해 열대야 현상은 사라지고, 평년과 비슷한 수준의 기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상청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