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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매립지 제2매립장.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제공

수도권매립지 제2매립장이 최종 복토 작업에 들어가면서 대규모 부지 활용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공사)는 2028년 말까지 총사업비 462억원을 들여 인천시 서구 수도권매립지 제2매립장 상부에서 최종복토를 실시한다고 4일 밝혔다. SL공사는 올해 안으로 입찰을 거쳐 착공한 뒤 3년 안에 공사를 마무리하고 사후 관리에 들어갈 계획이다.

2018년 매립이 끝난 제2매립장은 전체 부지 378만㎡ 가운데 매립 면적이 262만㎡에 달한다. 이곳에는 총 8만4천t 상당의 폐기물이 8단으로 층층이 쌓여 있으며, 층이 높을수록 매립 면적이 줄어드는 사다리꼴 형태다. 최종 복토가 완료되면 축구장 215개와 맞먹는 154만㎡ 규모의 상부 면적이 확보된다.

골프장·태양광·UAM 시험장...제각각 엇갈린 활용안

제2매립장 복토 공사가 본격화하면서 부지 활용을 놓고 기후에너지환경부·서울시·인천시·경기도 4자 협의체 간 치열한 논의가 예상된다. 그동안 다양한 활용 방안이 제시됐지만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구체적인 계획 수립에는 번번이 실패해왔다.

SL공사는 2022년 4월 제2매립장 내 골프장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가 주민 반발에 직면해 사업을 잠정 보류했다. 이후 시민의 숲과 태양광 발전시설, 대중 골프장 등 공원·체육·문화·신재생에너지 관련 시설을 대안으로 제시했으나 추가 논의는 중단된 상태다.

인천시는 같은 해 발표한 '인천 북부 종합발전계획'에서 제2매립장에 도심항공교통(UAM) 시험장을 설치하는 새로운 방안을 내놨다. 최근에는 김성환 기후부 장관이 제2매립장에 재생에너지 활용 방안을 마련하라고 언급했다가 지역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골프장으로 조성된 제1매립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제공


제1매립장 선례 있지만...지역 갈등이 변수

수도권매립지 활용의 선례는 이미 존재한다. 1992년 조성된 수도권매립지는 전체 면적 1천594만㎡에 달하는 4개 매립장으로 구성돼 있다. 2000년 사용이 끝난 제1매립장(409만㎡)에는 현재 드림파크CC 골프장이 조성돼 운영되고 있다. 드림파크CC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골프종목 경기장으로 활용한다는 명분으로 시민단체의 반발을 무마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제1매립장 사례를 그대로 답습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당시와 달리 지역 주민들의 환경 의식이 높아졌고, 수도권 4개 지자체 간 이해관계도 첨예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매립지가 위치한 인천시는 수십 년간 수도권 쓰레기를 떠안아온 데 따른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어, 단순한 부지 활용 논의를 넘어 지역 간 형평성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8년까지 결론 내야...4자 협의체 본격 가동 전망

제2매립장 최종 복토가 2028년 완료 예정인 만큼, 향후 3년이 활용 방안을 결정하는 골든타임이 될 전망이다. 복토 완료 직후부터 부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2027년까지는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돼야 하기 때문이다.

SL공사 관계자는 "4자 협의체에서 제2매립장 활용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구체적인 활용 계획은 수립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단일 용도보다는 환경·에너지·문화·체육 시설을 복합적으로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지역 주민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인천시가 오랜 기간 수도권 폐기물 처리 부담을 감당해온 점을 고려한 형평성 있는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축구장 215개 규모의 대규모 부지가 수도권 중심부에 새롭게 탄생하는 만큼,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수도권 공간 재편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4자 협의체의 결정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