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전 묵동천. 서울시 제공

시행 후 묵동천. 서울시 제공


1990년대 중반 개통돼 서울 강북권의 핵심 간선도로 역할을 해온 내부순환로와 북부간선도로가 대대적인 변화를 맞는다.

서울시는 만성적인 교통 정체와 지역 단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두 도로를 지하화하는 ‘강북횡단 지하도시고속도로 건설’ 계획을 18일 공개했다.

이번 구상은 노후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지하에 왕복 6차로 규모의 도시고속도로를 신설하는 동시에, 지상 공간을 시민 중심의 도시 공간으로 재편하는 것이 핵심이다.

강북 교통의 대동맥, 기능 한계에 봉착

내부순환로와 북부간선도로는 지난 30여 년간 강북권 교통 수요를 떠안아 왔다.

그러나 성산~하월곡 구간은 하루 약 13만 대, 하월곡~신내 구간은 약 9만 대의 차량이 몰리며 출퇴근 시간대 상습 정체가 반복되고 있다.

첨두시 평균 통행속도는 시속 34.5㎞에 불과해, 서울시는 사실상 간선도로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시행 전 홍은IC. 서울시 제공

시행 후 홍은IC. 서울시 제공


도로 인프라 격차, 강북 발전 발목 잡아

서울 전체 인구의 47%인 454만 명이 강북 지역에 거주하지만, 강북권 도시고속도로 연장은 96㎞로 전체의 40%에 그친다. 반면 강남 지역은 147㎞로 60%를 차지한다.

이 같은 구조적 격차 속에서 기존 도로에 과도한 교통 부담이 집중되며, 강북권의 성장 잠재력도 함께 제약받아 왔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문제는 교통에 그치지 않는다. 거대한 고가도로 구조물은 도시 공간을 물리적으로 단절시키며, 하부 공간에는 소음과 그늘, 열악한 보행환경이 고착화됐다.

이로 인해 주변 주거지와 상권의 연계성이 약화되고, 지역 전반의 생활환경과 도시 경쟁력이 저하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시행 전 홍제천. 서울시 제공

시행 후 홍제천. 서울시 제공


유지관리비 폭증, 안전 부담도 가중

노후화도 심각하다. 내부순환로와 북부간선도로의 유지관리비는 올해 391억 원에서 2055년 989억 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시는 안전 위협과 재정 부담이 동시에 커지는 상황에서 구조적 개선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왕복 6차로 지하도로 신설

계획에 따르면 성산 나들목(IC)부터 신내 나들목(IC)까지 약 20.5㎞ 구간 지하에 왕복 6차로의 지하도시고속도로가 신설된다. 개통 이후 기존 고가도로는 전면 철거된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지하에서는 간선도로 기능을 회복하고, 지상에서는 도시 공간의 활용도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고가도로 철거 후에는 상부 공간을 활용해 2차로의 지상 도로를 추가 확보한다. 이에 따라 전체 도로 용량은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하도로의 첨두시 평균 통행속도는 시속 67㎞ 수준까지 개선될 것으로 서울시는 기대하고 있다.

시행 전 정릉로. 서울시 제공

시행 후 정릉로. 서울시 제공


홍제천·묵동천 복원, 단절된 도시 구조 회복

고가도로로 훼손됐던 홍제천과 묵동천 일대는 수변 여가 공간으로 복원된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교통·생활·자연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미래형 도시 공간으로 강북권을 재편한다는 계획이다.

사업이 완료되면 강북권 8개 자치구, 134개 동, 약 280만 명의 생활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1단계 성산~신내, 2단계 잔여 구간

시는 교통 상황과 재정 여건을 고려해 성산~하월곡~신내 구간을 1단계로 우선 추진하고, 내부순환로 잔여 구간인 하월곡~성동 구간은 2단계로 추진할 방침이다.

총사업비는 약 3조 4,000억 원으로 추산됐지만, 이는 잠정 수치다.

서울시는 교통 수요 전망과 혼잡 완화 효과, 재정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사업 규모와 추진 방식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강북전성시대 기획단’을 구성하고, 시·자치구·주민·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학 협의체를 통해 공청회와 포럼 등 의견 수렴 절차를 본격화한다.

오세훈 시장 “서울의 미래 다시 쓰는 대전환”

오세훈 서울시장은 “강북의 도약은 단순한 지역 균형을 넘어 서울의 미래를 새로 쓰는 대전환의 출발점”이라며 “강북횡단 지하도시고속도로 건설사업은 ‘다시, 강북 전성시대’를 앞당길 핵심 전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차질 없는 사업 추진을 통해 강북의 경쟁력과 시민 삶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