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더미 앞에서 이어 나르기에 한창인 100여 명의 '진짜 나눔'봉사자들. 조수다 제공
29일 오전 9시, 서울 성북구 정릉동 보국문로 29길 46번지 일대.
골목을 감싸고 있는 아직 채 풀리지 않은 새벽 냉기를 뚫고 열기가 피어오른다. 형광 조끼를 입은 100여 명의 봉사자들이 연탄 더미 앞에 모여들었다. 그들의 입에서는 하얀 입김이 피어올랐지만, 얼굴에는 따뜻한 미소가 번졌다.
"자, 오늘도 힘내서 갑시다!"
'조수다' 송동근 방장이 봉사 참가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다. 조수다 제공
송동근 조수다 방장의 구령에 맞춰 봉사자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내 최대 조경 오픈 카카오톡 커뮤니티 '조경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수다방(조수다)'이 주최한 '2025 겨울나기 연탄봉사' 현장이었다.
푸드트럭에서 시작된 훈훈한 아침
봉사 현장에서 인기를 끈 푸드트럭의 따뜻한 온기. 한국IT산업뉴스 제공
봉사 현장 한편에서는 구수한 어묵국 냄새가 퍼져나왔다. 사단법인 글로벌비전이 마련한 푸드트럭에서 따끈한 어묵과 호떡이 나오자 봉사자들의 얼굴이 더욱 밝아졌다.
"추운데 이렇게 준비해주시니까 힘이 나네요."
가족과 함께 참여한 한 조경인은 학생인 자녀와 손을 잡고 어묵을 받아들었다. 어묵 한사발을 거뜬히 해낸 아이는 호기심과 의지 어린 눈빛으로 쌓여 있는 연탄 더미를 나르기 시작했다.
가족과 함께 하는 봉사활동은 현장을 더욱 훈후하게 했다. 조수다 제공
이번 봉사에는 조경 분야 종사자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까지 함께했다. 부부가 함께 온 경우도 있었고, 부모를 따라 나온 어린 자녀들도 눈에 띄었다. 세대를 아우르는 나눔 현장이었다.
오전 9시 30분, 본격적인 연탄 배달이 시작됐다. 봉사자들은 3~4명씩 조를 이뤄 정릉 2동 일대 독거 어르신 및 저소득층 가구 8곳으로 흩어졌다.
"조심히, 천천히요!"
좁은 골목길을 지나면 가파른 곳이 이어졌지만, 양 손에 연탄 3~4장씩을 들어 이마에 땀방울이 흘러내리는 봉사자들의 환한 웃음은 멈추지 않았다. 나눔의 기쁨이 겨울 찬 공기도 힘든 과정도 모두 녹이고 있었다.
좁은 골목,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서도 봉사단은 희망의 웃음을 지었다. 조수다 제공
연탄을 나르던 한 조경 시공 업체 대표는 "평소 현장에서 일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며 웃었지만, 그의 손은 쉬지 않고 움직였다. 옆에서 함께 연탄을 나르던 대학생 딸은 "아버지가 하시는 일이 이렇게 보람찬 일이었구나 새삼 느낀다"며 뿌듯해했다.
좁은 골목, 가파른 계단 위로 오른 연탄 2,400장, 김치 40kg의 희망
주택 앞에서는 허리가 굽은 80대 할머니가 문을 열고 나왔다. 봉사자들이 연탄을 나르는 모습을 보며 할머니는 감사의 손을 모은다.
"이 추운 날 이렇게까지 와주시고…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봉사자들은 연탄을 집 앞 연탄 보관소에 차곡차곡 쌓으며 "건강하세요"라는 인사로 답했다. 단순한 물품 전달이 아니었다. 눈을 마주치고, 말을 나누고, 따뜻한 온기를 나누는 '진짜 나눔'의 시간이었다.
진짜 나눔 봉사로 정릉동에 연탄 2,400장과 김치 40kg이 전달됐다. 조수다 제공
다른 가구에서는 학생 자녀를 둔 한 부모가 김치 상자를 받아들며 "이 겨울 잘 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인사를 거듭했다. 이날 전달된 연탄은 총 2,400장, 김치는 40kg에 달했다.
헌신한 운영진에게 전하는 감사
정오가 가까워질 무렵, 연탄 배달을 마친 봉사자들이 하나둘 집결 장소로 돌아왔다. 온몸이 연탄 가루로 뒤덮였지만, 모두의 얼굴에는 성취감이 가득했다.
"오늘 봉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은 1년 내내 조수다를 위해 헌신해주신 운영진 덕분입니다."
'조수다' 송동근 방장은 커뮤니티 발전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한 임지민 운영진에게 현장에서 감사패를 전달했다.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임 운영진은 "회원 여러분이 함께해주셔서 가능한 일"이라며 겸손하게 인사했다.
송동근 방장이 임지민 커뮤니티 운영진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조수다 제공
뒷풀이로 이어진 조경인의 네트워킹
봉사 활동 종료 후 참가자들은 인근 식당 '자연향'으로 자리를 옮겼다. 따뜻한 식사를 앞에 두고 설계, 시공, 자재, 학계 등 조경 각 분야 종사자들이 한데 어우러졌다.
"요즘 친환경 자재 트렌드가 어떻게 되나요?" "내년 프로젝트에서 협업 가능할 것 같은데요."
식사를 하며 자연스럽게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단순한 봉사 활동을 넘어 조경인 간의 유대를 강화하는 네트워킹의 장으로 확장되고 있었다.
점심 식사 자리는 조경인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또 하나의 나눔 시간이었다. 조수다 제공
"일회성이 아닌, 늘 함께 하는 나눔"
송동근 방장은 "조경인 커뮤니티의 전문성과 현장 조직력을 살려 이웃의 겨울나기를 돕는 실질적 지원에 집중했다"며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구성원들이 직접 발로 뛰며 나눔의 가치를 실천한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수다는 조경 분야 1,900여 명이 활동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기반 개방형 커뮤니티다. 2022년 첫 봉사를 시작으로 올해 4회째를 맞이한 연탄 봉사는 조경인의 자발적 모금과 참여로 이루어지는 '참여형 기부' 문화로 자리 잡았다.
조수다는 지난 2022년 시작해 4회째 맞은 올해 연탄 봉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조수다 제공
정릉동의 추운 겨울 아침, 조경인 100명이 전한 온기는 단순히 연탄 2,400장에 그치지 않았다. 그것은 서로를 향한 관심이었고, 함께 살아가자는 약속이었으며, 세대를 넘어 전해지는 나눔의 가치였다.
봉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참가자들의 뒷모습에서, 내년 겨울에도 이곳에서 다시 만나게 될 그들의 다짐이 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