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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월동 물새 27년의 변화와 보전 방안 보고서.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국립생물자원관은 1999년부터 매년 실시해 온 ‘겨울철 조류 동시 센서스’ 결과를 집대성한 보고서 '한국의 월동 물새 27년의 변화와 보전 방안'을 19일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27년간 축적된 장기 모니터링 자료를 바탕으로 국내 월동 물새의 개체 수 변화와 분포 특성, 서식지 이용 양상, 향후 보전 과제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자료다.
청둥오리·흰뺨검둥오리 감소…수면성 오리류 위축
보고서에 따르면 습지 감소와 논 재배 방식 변화, 하천 정비 등의 영향으로 국내에 도래하는 수면성 오리류의 개체 수가 전반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청둥오리는 1999년 약 34만 마리에서 올해 14만 마리 수준으로 크게 줄었고, 흰뺨검둥오리도 같은 기간 10만 마리에서 9만 마리로 감소했다.
이는 논 습지의 건조화, 수확 방식 변화 등으로 먹이터 환경이 악화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물닭·민물가마우지 급증…도시 습지로 서식지 확장
반면 물닭과 민물가마우지는 눈에 띄게 증가했다.
물닭은 27년 전 2천 마리에 불과했으나 최근에는 4만 마리 수준으로 늘었고, 민물가마우지는 260마리에서 2만7천 마리로 급증했다.
이들 종은 자연 습지 감소 속에서도 도시 내 호수, 저수지, 인공 습지로 서식지를 확장하는 데 성공하면서 개체 수를 늘린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민물가마우지는 개체 수 급증으로 내수면 어업 피해를 유발해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는 등 관리 대상 종이 되기도 했다.
서식지 변화가 종별 운명 가른다
보고서는 월동 물새의 증감이 단순한 개체 수 변화가 아니라, 서식지 구조 변화에 대한 종별 적응력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전통적인 농경지와 자연 습지에 의존하던 종은 감소한 반면, 인간 활동이 만든 새로운 수환경을 활용한 종은 증가하는 양상이 뚜렷했다.
13개 분류군 43종 분석…보전과 관리의 기준 제시
이번 보고서에는 기러기류, 고니류, 오리류 등 주요 13개 분류군 43종 월동 물새의 개체군 변화와 분포 특성, 서식지 전환 경향이 상세히 담겼다.
이를 통해 감소 종에 대해서는 핵심 서식지 보전과 관리 필요성을, 급증 종에 대해서는 갈등 완화를 위한 과학적 개체 관리 방안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는 “장기 조사는 기후 변화와 토지 이용 변화가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기초 자료”라며 “이번 보고서가 향후 습지 보전 정책과 야생동물 관리 전략 수립에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월동 물새 27년의 변화와 보전 방안' 보고서는 국립생물자원관 홈페이지(www.nibr.go.kr)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27년간의 기록은 국내 월동 철새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동시에, 미래 보전을 위한 방향을 제시하는 생태계 성적표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