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재선충 방제현장을 점검하는 김인호 산림청장(오른쪽 첫번째). 산림청 제공
국립산림과학원이 전국적으로 확산 중인 소나무재선충병에 맞서 친환경 방제 연구를 본격화한다. 기존 화학 약제 중심의 방제에서 벗어나 산림 생태계를 보호하면서도 효과적인 차세대 방제 기술 개발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20년 연구 경험 바탕, 새로운 돌파구 모색
국립산림과학원은 2004년부터 천적 4종과 병원성 미생물 37종을 활용한 친환경 방제 기술을 연구해왔다. 하지만 기온과 습도 등 까다로운 환경 조건과 생태적 특성으로 인해 야외 현장 적용에는 한계가 있었다. 실제로 민간에서 개발한 미생물 방제제들도 현장 효과 부족으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유기농업자재 공시가 취소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소나무재선충병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왼쪽)와 북방수염하늘소(오른쪽). 산림과학원 제공
소나무재선충병은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며, 소나무류를 단기간에 고사시키는 치명적인 병해충이다. 효과적인 방제 기술 개발은 우리 산림 생태계 보호를 위한 시급한 과제로 꼽혀왔다.
미국과 손잡고 'GPCR 저해' 기술 개발
국립산림과학원은 기존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26년부터 미국 농무부(USDA)와 국제 공동 연구에 돌입한다. 핵심은 곤충의 신호전달 체계를 교란하는 'GPCR 저해 펩티드' 기술이다.
펩티드는 아미노산이 결합된 화합물로, 생체 내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물질이다.
GPCR(G-protein coupled receptors)은 곤충 세포막에서 감각과 행동을 조절하는 핵심 수용체로, 이를 표적으로 제어하면 해충의 생존과 번식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특정 GPCR을 정밀 표적으로 하는 펩티드 기반 방제 기술이 실증 단계에서 검증되고 있으며, 기존 화학농약 대비 선택성과 친환경성이 뛰어나 차세대 방제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GPCR 구조, 작용 원리 및 신호전달 경로.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제 기술로 국민 안심시킬 것"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연구과 한혜림 과장은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는 우리 산림 생태계의 건강성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라며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친환경 방제 기술 개발에 역점을 두고 연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화학 약제의 환경 부담을 줄이면서도 실제 현장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방제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향후 산림 보호 정책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