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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밤·열대야 (PG)

2050년이면 우리나라의 열대야 일수가 현재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다.

이같은 온실가스 고배출 시나리오가 지속될 경우 2100년에는 1년 중 85일 이상을 무더운 밤으로 지새우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는 여름철 체감 기후뿐 아니라 건강·에너지·도시 구조 전반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수치다.

기상청은 22일부터 전지구 온난화 수준과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에 따른 미래 기후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후변화 상황지도’'(climate.go.kr/atlas) 서비스를 공식 제공한다.

이 서비스는 단순한 수치 예측을 넘어, 행정구역별·격자별 기후 변화 양상을 지도 형태로 시각화해 정책과 생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화석연료 의존 시, 열대야·폭염 ‘폭증’

기후변화 상황지도는 표준 온실가스 경로(SSP)를 ▲SSP1-2.6(친환경) ▲SSP2-4.5(현 추세) ▲SSP3-7.0(고배출) ▲SSP5-8.5(화석연료 의존) 등 4가지로 나눠 제시한다.

이 가운데 가장 비관적인 SSP5-8.5 시나리오에서는 열대야 일수가 2025년 평균 12.1일에서 2050년 27.1일로 급증하고, 2100년에는 무려 85.2일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여름철의 상당 기간 동안 밤에도 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폭염 일수 역시 같은 시나리오에서 2025년 20.6일에서 2050년 26.7일, 2100년에는 95.7일로 증가해, 사실상 ‘상시 폭염’에 가까운 여름이 도래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감축 노력 땐 ‘정점 이후 감소’ 가능성도

반면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적극적으로 추진되는 SSP1-2.6 시나리오에서는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열대야 일수는 2025년 11.7일에서 2050년 23.1일로 늘지만, 2090년 39.9일을 정점으로 이후 감소해 2100년에는 19.3일 수준으로 낮아지는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기후변화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더라도, 배출 감축 여부에 따라 미래 기후의 ‘질’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수치로 보여준다.

기후변화 상황지도 첫 화면. 기상청 제공


“1.5도, 2도, 3도 상승 시 한국은 어떻게 달라질까”

상황지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전지구 평균기온이 1.5도·2.0도·3.0도·5.0도 상승할 경우, 우리나라의 평균기온·강수량·극한기후가 어떻게 변화할지를 단계별로 제시한다.

특히 평균기온, 최고·최저기온, 강수량 등 4대 기후요소와 폭염·열대야·집중호우·가뭄 등 극한기후지수 23종이 행정구역별 상황판과 고해상도 격자 지도 형태로 제공돼, 지역 맞춤형 분석이 가능하다.

이는 지자체가 폭염 취약계층 보호, 도시 열섬 완화, 물 관리 대책 등을 수립하는 데 직접적인 근거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해수면·해양 환경 변화도 한눈에

올해 상황지도에는 새롭게 승인된 기후 시나리오가 반영돼, 한반도 주변 해역의 해수면 온도, 표층 염분, 해수면 고도 변화 등 해양 기후 정보도 추가됐다. 이는 연안 침수 위험, 수산업 변화, 해양 생태계 영향 분석까지 염두에 둔 확장이다.

기상청은 이를 통해 기후변화 예측 정보의 정책 활용성과 과학적 신뢰도를 동시에 높였다고 설명했다.

“정책과 생활을 잇는 기후 정보 플랫폼”

이미선 기상청장은 “이번에 확대·개편되는 기후변화 상황지도는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이 기후위기 적응 대책을 수립하는 데 효율적으로 활용될 것”이라며 “국민이 기후변화의 현재와 미래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 서비스를 통해 기후변화가 더 이상 추상적인 미래 위험이 아니라, 지역과 세대, 정책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현실 변수임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한다.

기후변화 상황지도는 이제 ‘경고’의 역할을 넘어, 한국 사회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묻는 정책 나침반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