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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음

울산 울주군이 ‘20년 숙원 사업’으로 추진해온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설치 사업이 다시 한 번 환경성 문제에 가로막혔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소속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사업 전면 재검토 의견을 통보하면서다. 사실상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부동의’ 입장이 확인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지역 현안에 그치지 않는다. 전국적으로 케이블카 신규 설치 움직임이 확산하는 가운데, 환경당국이 환경 보전과 장기 수요 제한성을 이유로 다시 ‘브레이크’를 걸었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환경부 “생태·경관·안전·수요 모두 불확실…보전이 우선”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이번 사업 예정지 일대가 신불산 고산습지와 단조늪 등 희귀 습지와 인접해 있으며, 멸종위기종 서식지가 분포한 생태·자연도 1등급지가 존재하는 지역이라고 명확히 지적했다. 보호 가치가 매우 높은 핵심 생태축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케이블카 개통 이후 탐방객 유입이 상시화될 경우 ▶식생 훼손 ▶생태계 교란 ▶탐방로 확대 등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우려했다.

암반 구조물 안전성 문제도 제기됐다. 상부 정류장 예정지 암석돔에 수직 절리가 발달해 있어 낙석 위험 가능성이 존재하며, 인공 보강은 자연훼손과 지질 안정성 악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관 파괴 역시 중대한 쟁점으로 꼽혔다. 케이블 노선이 신불산을 대표하는 공룡능선을 가로지르면서, 지역의 고유 경관을 훼손하고 시각적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하나 주목되는 대목은 ‘장기 수요 불확실성’이다. 환경청은 전국 케이블카 운영 실태 분석 결과, 다수가 초기 기대치 대비 수요가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단순한 관광시설 투자 차원을 넘어 지속가능성 평가의 핵심 기준이 되고 있다.

환경청은 “지역경제 활성화는 중요하지만, 자연가치와 공공안전, 수요 지속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시·울주군 “산악·문화관광 핵심축…접근성 확대 필요”

지자체 입장은 다르다. 울산시와 울주군은 이번 사업을 산악·문화 관광벨트 구축의 핵심 인프라로 규정하고 있다.

신불산 억새평원과 반구천 암각화를 연계한 체류형 관광을 확대하고, 가족·노약자 등 다양한 계층이 산악경관을 즐길 수 있는 포용형 관광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지역 민간단체와 상권이 오랜 기간 요구해온 사업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지자체 관계자는 “지역관광 경쟁력이 정체된 상황에서 핵심 시설 확충 없이는 경제 활성화가 어렵다”고 주장한다.

재작년 3월 21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청 앞에서 통도사 승려와 신도 등 약 300명이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 제공.



불교계·환경단체 “자연·세계유산 침해…철회가 답”

반대 여론 역시 만만치 않다.

조계종과 지역 종교계는 통도사 수행환경과 세계유산 가치 훼손을 이유로 사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환경단체 역시 케이블카 설치를 “보전지역에 대한 하드웨어 중심 개발 모델의 반복”
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한다.

전국 케이블카 ‘확대 기류’…그러나 수익성은 의문

현재 국내 관광용 케이블카는 약 40여 곳.
하지만 다수 시설이 적자 운영 중이라는 조사 결과가 이미 제시돼 있다.

그럼에도 지자체의 신규 설치 요구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국립공원과 자연경관 지역에 대한 케이블카 설치 논의는 여전히 확산 중이다.

전문가들은 지방재정 악화 리스크와 환경 훼손을 동반한 ‘시설 경쟁’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작년 6월 30일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서울주문화센터에서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추진위원회 등 83개 지역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열린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조속 설치 촉구 범시민 결의대회'.


환경전문가들 “개발 찬반을 넘어 ‘지속가능성 평가체계’ 마련해야”

환경계는 이번 사안을 국가 차원의 지속가능 관광정책 방향을 점검하는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주요 대안으로는 다음과 같은 접근이 제시된다.

① 환경·수요·안전 통합형 타당성 평가제 도입

단순 경제성이나 지역 숙원만으로 추진하지 않고 ▶생태보전 영향 ▶지질·재난 안전성 ▶장기 수요 및 공공성을 법정 평가 체계로 통합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② ‘개발 중심 관광’에서 ‘자연친화형 관광’으로 전환

케이블카 대체 수단으로 ▶탐방 예약제 ▶분산 탐방 유도 ▶생태해설·교육 강화 ▶저탄소 교통수단 운영 등이 거론된다.

이는 지역 경제효과를 유지하면서도 환경부하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수익의 환경 환원 구조 의무화

관광수익 일부를 ▶생태복원 ▶보전관리 ▶지역 환경일자리에 직접 환원하도록 법제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개발이냐 보전이냐’의 이분법 넘어야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논란은 지역경제와 생태보전의 가치 충돌이 한국 관광개발 현장에서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환경부는 생태·경관·수요 리스크를 근거로 제동을 걸었고,
지자체는 관광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반시설 확충이 불가피하다고 호소한다.

다만 이번 사례가 남긴 중요한 질문은 분명하다.

“우리는 어떤 방식의 관광 성장을 추구할 것인가”

지속가능성이라는 기준이 실질적 정책 기준으로 작동할 때, 비로소 해법이 보일 것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