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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전기차 고객의 충전 편의성을 강화하기 위해 내년부터 '플러그 앤 차지' 충전 네트워크를 본격 확대한다고 18일 밝혔다. 사진은 현대차 아이오닉 5 차량이 PnC 적용 충전소에서 충전하는 모습. 현대자동차·기아 제공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발표한 2026년 전기차 구매보조금 개편방안은 국내 전기차 시장의 새로운 전환점을 예고하고 있다.

2025년 22만 대라는 역대 최고 보급 실적을 달성한 이후, 정부는 단순한 보급 확대를 넘어 지속가능한 전기차 생태계 구축이라는 보다 전략적인 목표를 설정했다.

1조 5,953억 원 규모의 예산을 바탕으로 한 이번 개편안은 내연차 전환 촉진, 신기술 장려, 시장 경쟁력 강화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설계되었다.

내연차 교체 유도: 전환지원금 도입의 의미와 한계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전환지원금' 신설이다. 3년 이상 보유한 내연차를 폐차 또는 판매하고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최대 100만 원을 추가 지원하는 이 제도는, 기존 최대 580만 원이었던 중형 전기승용차 보조금을 680만 원까지 확대하는 효과를 낳는다.

정부는 이를 통해 도로 위를 달리는 기존 내연차의 전기차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전환지원금은 신차 구매보조금과 연계되어 차등 지급된다. 구매보조금이 500만 원을 초과하면 전환지원금 100만 원을 전액 지급하지만, 그 미만일 경우 비례하여 지급된다.

예컨대 구매보조금이 250만 원인 차량을 구매하면 전환지원금은 50만 원만 받게 된다. 이는 성능이 우수한 차량으로의 전환을 더욱 우대하겠다는 정책 설계다.

하지만 이 제도는 몇 가지 부작용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 내연차 중고시장의 왜곡 가능성이다. 전환지원금을 받기 위해 3년 이상 된 저가 내연차를 형식적으로 구매한 뒤 즉시 폐차하는 '보조금 쇼핑' 행태가 나타날 수 있다. 정부가 가족 간 증여나 판매를 제외했지만, 이를 우회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둘째, 하이브리드 차량 소유자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다. 저공해차량으로 분류되는 하이브리드를 전환지원금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환경을 고려해 하이브리드를 선택했던 소비자들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셋째, 지역 간 형평성 문제다. 수도권과 달리 대중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에서는 다차종 보유가 일반적인데, 한 가구에서 여러 대의 내연차를 순차적으로 전기차로 교체할 경우 과도한 혜택 집중이 발생할 수 있다.

울 종로구 한 주차장 전기차 충전시설 모습.


시장 재편의 신호탄: 성능 기준 강화와 신규 차종 지원

정부는 소비자가 원하는 '가성비 좋은 전기차' 출시를 유도하기 위해 성능 기준을 전면 강화했다. 전기승용차의 급속충전 속도 기준은 100~250kW에서 150~300kW로 상향되었고, 배터리 에너지밀도 기준도 365~500Wh/L에서 383~525Wh/L로 높아졌다.

특히 2027년부터는 전액 지원 가격기준을 5,3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낮춰 보급형 차량 시장을 더욱 활성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동시에 그간 국내에 출시되지 않았던 소형 전기승합차(최대 1,500만 원), 중형 전기화물차(최대 4,000만 원), 대형 전기화물차(최대 6,000만 원)에 대한 보조금 체계를 신설했다.

이는 상용차 전동화라는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특히 어린이 통학용 전기승합차에 대한 지원을 별도로 강화한 점은 안전과 환경을 동시에 고려한 정책적 배려로 평가된다.

하지만 성능 기준 강화는 시장에 양면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긍정적으로는 제조사들의 기술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에게 더 나은 제품을 제공하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부정적으로는 중소 제조사나 신생 전기차 브랜드의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미 기술력을 갖춘 대형 제조사에게 유리한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시장 다양성이 오히려 감소할 우려가 있다.

또한 가격 기준 강화는 프리미엄 차량 구매자에 대한 보조금을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이것이 실제로 보급형 차량 시장 활성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마진이 높은 고가 차량 판매가 더 유리하기 때문에, 정부 의도와 달리 보급형 시장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생태계 책임 강화: 제작사 평가 도입과 새로운 리스크

이번 개편안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제작·수입사에 대한 별도 평가 체계 도입이다. 2026년 7월부터 시행될 이 제도는 사업계획, 기술개발, 안전 및 사후관리 역량, 사업 지속가능성, 유관 산업 기여도 등을 종합 평가하여 보급사업 참여 자격을 부여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보조금만 받고 국내사업을 철수하거나 사후관리가 부실한 사업자"를 사전에 걸러내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간편 결제·충전(PnC), 양방향 충·방전(V2G) 등 신기술에 대한 추가 지원도 도입된다. 기존에 차량 외부 전력공급(V2L) 기능에만 20만 원을 지원하던 것을 세분화하여, V2L과 PnC 각각에 10만 원씩, 그리고 2027년부터는 V2G에도 10만 원을 추가 지원한다. 이는 전기차를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에너지 저장장치로 활용하는 미래 전력망 구축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제작사 평가 제도는 새로운 형태의 시장 왜곡을 낳을 수 있다. 평가 기준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주관적일 경우, 정책 당국의 재량권이 과도하게 커지면서 공정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특히 '유관 산업 및 일자리 창출 기여도'와 같은 기준은 사실상 국내 생산 여부를 간접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WTO 규정상 내국민 대우 원칙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 해외 제조사들이 이를 무역 장벽으로 문제 삼을 경우, 국제 통상 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신기술 장려 정책은 실질적 효과보다는 상징적 의미가 클 수 있다. V2G와 같은 기술은 아직 충전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10만 원의 추가 지원만으로 소비자의 구매 결정을 바꾸기는 어렵다. 오히려 제조사 입장에서는 소수 소비자를 위해 추가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부담만 커질 수 있다.

경기도 평택항에 전기차 등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과제

2026년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은 분명 이전보다 정교하고 전략적인 설계를 보여준다. 단순 보급 확대에서 벗어나 시장 경쟁력 강화, 기술 혁신 유도, 생태계 책임성 제고라는 다층적 목표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내연차 전환지원금은 기존 차량을 교체하는 비율이 높은 국내 시장 특성을 반영한 현실적 접근이다.

하지만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보완이 필요하다. 첫째, 전환지원금 악용을 방지하기 위한 보다 정밀한 모니터링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둘째, 제작사 평가 기준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국제 통상 규범과의 정합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셋째, 성능 기준 강화가 시장 다양성을 저해하지 않도록 중소 제조사를 위한 별도 지원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넷째, 지자체가 국비의 최소 30%를 지방비로 부담해야 한다는 조건이 재정 여력이 부족한 지방자치단체에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재정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보조금 정책이 궁극적으로는 시장의 자생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보조금 의존도를 낮추고, 제품 경쟁력과 충전 인프라 확충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기차가 선택되는 시장 환경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전환의 완성이다. 2026년 개편안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