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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전용면적 60㎡ 이하의 소형 아파트 매매 가격이 올해 처음으로 40억원대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소형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한강 이남 지역 평균 매매가도 4년 만에 10억원선을 돌파했다.

반포·압구정동 40억원 매매 상반기에만 9건

2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59.96㎡가 지난 2월 24일 40억5천만원(29층)에 매매됐다. 전국적으로 소형 면적의 아파트 매매 가격이 40억원을 넘은 것은 이 거래가 처음이다.

이 단지 같은 면적의 매매가는 서초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된 3월 24일 직전까지 약 한 달 동안 계속 상승세를 보였다. 3월 22일에는 43억원(12층)을 기록하면서 소형 면적 아파트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올해 상반기(1∼6월) 반포동과 압구정동에서 40억원대에 팔린 소형 면적 아파트는 총 9건에 달했다. 지난달에는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59.96㎡(6층)와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59.98㎡(12층),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1차 전용 49.98㎡ 2채(3·10층)가 40억원에 거래됐다.

이 단지 인근에서 영업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 3월 말 토허구역 지정과 6월 말 6·27 대출 규제로 이 일대는 완전히 실수요 시장으로 재편됐다"면서 "호가가 40억원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매도자 우위의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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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면적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 증가는 강남권 초상급지뿐 아니라 서울 전역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한강 이남 11개구(강남·서초·송파·강동·강서·관악·구로·금천·동작·양천·영등포구) 소형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0억1천398만원으로, 조사 시작 이래 월별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부동산 급등기였던 2021년 9월(10억1천132만원)과 10월(10억59만원) 이후 약 4년 만에 10억원대로 재진입한 것이다. 서울 전체 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도 8억5천350만원으로 2022년 9월(8억5천577만원) 이후 약 3년 만에 8억5천만원 선을 재돌파했다.

실제 거래 사례를 보면 서울 동작구 대방동 주공2차아파트 전용 59.97㎡는 2021년 11억원대까지 올랐다가 부동산 침체기에 8억원대 후반까지 하락했지만, 지난달에는 10억1천만원(12층)과 10억원(4층)에 매매됐다.

6·27대책 여파로 6억원 이하 매물 급증

수도권 주택 구입 시 주택담보대출 상한을 6억원으로 제한하는 6·27대책의 영향으로 6억원 이하의 소형 아파트 매물이 인기를 끌며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상반기 기준 서울에서 6억원 미만 소형아파트 매매 건수는 2022년 2천674건, 2023년 3천652건, 지난해 4천336건에서 올해 현재까지 5천954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아파트 매매 신고 기한(30일)을 고려하면 올해 상반기 매매 건수는 2021년 상반기(6천317건)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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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전문가들 "실거주 수요 증가로 추가 상승 전망"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6·27대책의 영향으로 소형 아파트에 대한 실거주 수요가 더욱 증가하고, 가격도 지속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압구정케빈부동산중개법인 김세웅 대표는 "6·27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이 6억원까지 밖에 나오지 않으면서 이 일대 소형 면적 아파트 시장도 이전보다 조용해졌지만, 호가는 40억원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다"며 "압구정 일대 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순항 중이라 여전히 상승 기대감이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지난해부터 강남권과 용산은 상급지 갈아타기 열풍이 불면서 매가가 크게 올랐고, 올해 토허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전용 84㎡ 실입주 진입 장벽이 상당하다"며 "전용 60㎡ 이하 소형 아파트는 실거주하면서 재건축을 노리거나 신축의 경우에는 공급의 희소성 탓에 안전 자산이라 여기고 매입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