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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테슬라로부터 23조원에 달하는 반도체 위탁생산 공급 계약을 따냈다.
그동안 분기마다 수조원대 적자를 냈던 파운드리 사업이 부진 탈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 주가는 급등했다.
전장보다 6.83% 오른 7만400원에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 주가가 종가로 7만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9월 4일(7만원) 이후 11개월여 만이다.
총 22조7천억원 규모 장기계약 체결
삼성전자는 글로벌 대형기업과 총 22조7천648억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28일 공시했다. 이번 공급계약은 작년 삼성전자 총 매출액 300조8천709억원의 7.6%에 해당하는 규모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단일 고객 기준 최대급 계약이다.
계약 기간은 이달 24일부터 오는 2033년 12월 31일까지로 8년 이상의 장기 계약이다. 삼성전자는 경영상 비밀 유지에 따라 계약 상대와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머스크 CEO 직접 계약 사실 공개
하지만 이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계약 사실을 알리면서 그 상대가 테슬라로 밝혀졌다. 머스크 CEO는 이날 X(구 트위터)를 통해 "삼성의 텍사스 대형 신공장은 테슬라 차세대 AI6 칩 생산에 전념하게 될 것"이라며 "이 전략적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삼성은 AI4 칩을 생산 중이며 TSMC는 AI5 칩을 생산할 예정"이라며 "AI5 설계를 막 마친 상태로 초기에는 대만에서, 이후에는 애리조나 공장에서 양산될 것"이라고 밝혔다.
AI 칩 생산 분담으로 공급망 다각화
AI4·AI5·AI6는 테슬라가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용 AI 칩으로, 이들은 차량에 탑재돼 완전자율주행(FSD·Full Self-Driving) 기능을 하는데 사용된다. AI4는 현재 삼성 파운드리 평택공장에서 양산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AI6는 내년 가동 예정인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서 2나노(㎚·1㎚=10억분의 1m) 첨단 공정을 활용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가 삼성전자와 TSMC에 물량을 나눠 맡기는 것은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이원화 전략으로 풀이된다.
파운드리 부진 탈출 기대감 고조
이번 계약으로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대규모 수주에 성공하면서 그간 부진을 딛고 활로를 개척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 삼성전자가 발표한 2분기 잠정실적에서 영업이익은 4조6천억원을 기록했는데, 시장에서는 이 중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이 1조원 미만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실적 부진의 주된 요인에는 파운드리의 적자가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 파운드리의 첨단 공정 수율이 어느 정도 올라오면서 대규모 수주가 이뤄진 것으로 추측된다"며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인 미국 테일러 공장 가동도 청신호가 켜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