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올해 추진한 민간참여 공공주택 건설사업(이하 민참사업)이 총 8조3000억원 규모로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패키지 방식으로 대형화된 사업 구조가 건설사들의 눈길을 끌며, 중견·대형사들이 대거 복귀하거나 새롭게 도전장을 던지는 등 치열한 수주 경쟁이 벌어졌다.
8조3350억 원, 역대 최대 규모…전년 대비 30% 증가
28일 LH에 따르면 지난해 6조4000억 원 규모의 민참사업을 추진한 데 이어, 올해는 총 14개 패키지, 34개 블록, 8조3350억 원에 달하는 물량을 시장에 내놨다. 전년 대비 30% 이상 확대된 수치로, 이는 정부의 민간참여 확대 기조와 맞물린 전략적 공급 확대의 일환이다.
각 사업지는 2~3개 블록을 묶은 패키지 형태로 추진돼 단일 사업의 규모가 대폭 커졌다. 5000억 원 이상의 대형 프로젝트가 다수 포함되며, 통상 3000억 원 내외였던 작년과 비교해 경쟁 강도도 높아졌다.
과열 경쟁에 ‘저가 수주’ 우려도…최대 10% 낮은 제안
민간 건축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민참사업은 사실상 유일한 대형 일감으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일부 사업에서는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수주가 이뤄지며 수익성 저하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 제2-1차 사업(남광토건), 제5-3차(DL건설)는 LH 추정 사업비보다 6~7% 낮은 가격에 선정됐고, 제4-2차(금호건설)는 무려 10%나 저렴한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 같은 경쟁이 건설사들의 ‘마지노선’을 시험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한신·DL·태영 등 복귀…롯데·대방은 첫 도전 후 고배
눈에 띄는 점은 중견 건설사들의 복귀다. 한신공영은 2020년 이후 5년 만에, DL건설은 2021년 이후 4년 만에 민참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워크아웃 중인 태영건설도 컨소시엄을 통해 일부 패키지에 참여하며 현장 복귀의 발판을 마련했다. 롯데건설과 대방건설도 올해 처음 참여했지만 수주에는 실패했다.
손익공유형 철저히 외면…“불확실성 부담에 정산형 선호”
공공성과 수익성 균형을 노린 손익공유형 사업 방식은 올해도 외면받았다. 지난해 LH가 시범 도입한 손익공유형은 수익 정산 시 에스컬레이션(E/S) 조정이 포함돼 향후 분양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착공 시점이 3~6년 뒤로 예상되는 이번 사업들에는 부적합하다는 평가다.
실제 제일건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손익공유형 방식으로 수주를 시도했지만, 경쟁에서 연거푸 밀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착공 지연으로 인한 자재비 변동과 분양가 통제 리스크가 큰 상황에서, 손익공유형은 사실상 매력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는 민참사업이 위축된 민간 분양시장 속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저가 수주는 향후 품질 저하 및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어 경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