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일부터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조경가 그룹:연두빛 사람들'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제3전시실.
8월 1일부터 10일까지, 이곳에 '연두빛'이 깃든다.
‘조경가 그룹전: 연두빛 사람들 Verdant Collectives’.
서울대 조경디자인성능연구실이 주최한 특별한 전시다.

이 전시는 조경을 ‘공간 디자인’을 넘어
도시와 사람을 연결하는 예술 언어로 확장한다.

‘연두빛’—한 세대의 색

‘Verdant’.
갓 돋아난 새순의 색.
이번 전시에서 ‘연두빛’은 단지 색이 아니다.
40대 조경가 세대의 감각과 정체성을 상징한다.

15~20년차 조경가들.
여전히 젊고, 아직도 성장하는 중이다.
그들은 축적과 도약 사이에서,
자신들만의 언어로 조경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참여 작가 오현주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 활동하는 40대 조경가들,
아직 여물지 않은 상태예요.
이제 막 정리하고 도약하려는 시기죠.
그래서 ‘연두빛’이라는 표현이 잘 맞아요.”

그는 조경의 젊음과 과정성을 강조한다.

“실처럼 가늘지만 생기 있는 색.
아직도 살아 있고 가능성이 많은 세대예요.”

이번 전시는 그 가능성의 선언이다.

배너처럼 드리워 있는 전시 작품

조경은 ‘살아 있는 공간 예술’

전시장은 단지 작품이 놓인 곳이 아니다.
자체가 하나의 조경 공간이다.
중앙의 작은 정원, 드리운 배너들,
관람객은 그 안을 걸으며 ‘체험’한다.

특히 캘린더형 전시물은 조경의 시간성을 담는다.
완성의 순간보다 자라는 과정에 주목하는 예술.
그것이 조경이다.

이범수 작가는
조경의 대중성과 실천 가능성에 주목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을
더 좋게 만들자는 공감에서 출발했어요.
조경이 대중과는 멀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은 아주 가까이 있고, 가까이 가야 해요.”

그는 철학을 담은 공간을 제안한다.

“카페 같은 공공 공간에
우리의 생각을 이미지로 담고
작품으로 표현해보기도 했어요.”

조경이 예술일 뿐 아니라,
일상에 녹아드는 문화 행위임을 보여준다.

눈길을 끄는 ‘캘린더형’ 전시물

7팀, 하나의 연두빛

얼라이브어스, 안마당더랩, 도감, 조제,
제이더블유엘, 랩디에이치, 오픈니스 스튜디오.
7팀 10인의 조경가들은 지난 18개월간 꾸준히 교류했다.
서로의 작업을 공유하고, 비평하고, 함께 성장해왔다.

그들의 작업은 병렬적으로 구성됐지만
전체적으로는 조화로운 하나의 풍경을 완성한다.
각자의 목소리로 말하지만, 하나의 연두빛 언어로 호흡한다.

서울대학교 조경디자인성능연구실 제공

조경, 이제는 문화다

이번 전시는 조경의 위상을 재정의한다.
건축의 보조도, 녹지의 기술도 아니다.
도시 문제와 환경 위기에 대한 창조적 응답이자
삶의 방식에 대한 문화적 제안이다.

‘연두빛’은 그 가능성의 메타포다.
도시에 생명과 숨결을 불어넣는 실천.
조경의 새로운 언어다.

기획자 최영준 서울대 교수는 이 전시를 격년제로 지속할 계획이다.
조경의 흐름을 기록하고, 문화예술계에서 그 정체성을 세우려는 의지다.

‘연두빛 사람들’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우리는 어떤 정원을 도시에 심을 것인가?”

그 질문은,
조경이라는 이름으로 도시를 새롭게 꿈꾸는
한 세대의 응답이다.

그들의 작업은 아직도 여물지 않았다.
그러나 그만큼 살아 있고, 가능성이 넘친다.

도시의 회색 틈에 심겨진 작은 연두빛.
그 안에서 새로운 풍경이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