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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가 지난 2월 26일 서울 성동구 앤더슨씨에서 열린 토스 앱 10주년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토스 제공

원화 스테이블 코인 도입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핀테크와 정보통신기술(ICT) 업계가 전담 태스크포스(TF) 구성에 나서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아직 법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시장 선점을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어 주목된다.

토스·카카오 '그룹 차원' TF 구성…선제적 대응 나서

7일 업계에 따르면 모바일 금융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이하 토스)는 최근 스테이블 코인 TF를 구성해 사업성 검토를 본격화했다. 김규하 토스 최고사업책임자(CBO)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이 TF에는 토스의 금융 계열사 3곳이 참여하고 있다.

토스 관계자는 "TF 진행 과정에서 참여 계열사가 변동될 수 있다"면서 "구체적인 사업 방향은 제도 도입 상황에 맞춰 조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카카오가 그룹 차원에서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와 함께 스테이블 코인 TF를 구성한 데 이어 토스도 계열사 전체를 아우르는 대응 체계를 마련한 셈이다. 두 회사 모두 은행, 증권, 간편결제 플랫폼을 보유해 스테이블 코인의 발행부터 유통, 결제, 보관에 이르는 전 영역을 확보하고 있어 시장 선점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

네이버페이도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상진 네이버페이 대표는 지난 6월 "스테이블 코인 관련 제도가 도입된다면 선도적 역할에 나서겠다"고 선언했으며, 지난달에는 두나무와 함께 관련 법·제도 마련 시 스테이블 코인 사업 협력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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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모습.

블록체인 기반 직접 송금…간편결제 플랫폼 '대규모 수혜' 전망

업계가 스테이블 코인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명확하다. 스테이블 코인은 블록체인(분산저장기술) 기반으로 직접 송금이 가능하고, 법정화폐를 기반으로 한 국가 간 결제가 통용돼 간편결제 플랫폼이 상당한 수혜를 볼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결제 시스템과 달리 중간 단계 없이 실시간 결제와 정산이 가능해 수수료 절감과 업무 효율성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경을 넘나드는 송금과 결제에서도 기존 시스템 대비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어 글로벌 사업 확장에도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발행 주체와 유통 방식 등 구체적인 사항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들 기업은 상표권 출원과 TF 구성 등을 통해 제도 도입에 앞서 선제적 준비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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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CNS 사옥. LG CNS 제공.

SI 업계도 '호재' 기대감…블록체인 전환 수요 급증 예상

시스템통합(SI) 업계 역시 스테이블 코인 도입 앞서 상당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이 본격 도입되면 은행, 증권사, 간편결제 플랫폼 등에서 기존 결제나 정산 시스템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전환하거나 새롭게 설계해야 하는데, 이 과정 전반을 SI 업체가 담당하기 때문이다.

LG CNS는 지난달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에서 "후속 고도화 과제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담보, 스테이블 코인 발행 연구 등 고속 처리가 가능한 블록체인으로의 전환 PoC(검증 과정) 등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홍근 LG CNS 디지털 비즈니스 사업부장은 "LG CNS는 예금 토큰 발행부터 결제까지 서비스를 상용화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스테이블 코인 관련 사업 기회에 전략적으로 대응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기존 레거시 시스템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전환하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예상되는 만큼 SI 업계에 상당한 수익 기회가 될 것임을 시사한다.

법제화 여부가 관건…업계 "정책 방향 주시"

다만 이 같은 업계의 기대감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법적 기반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발의한 상태로, 이 법안이 통과되면 원화 스테이블 코인 발행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아직 법적 정의나 규제 체계가 명확하지 않아 당장 스테이블 코인 도입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테이블 코인 도입은 단순히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통화 정책과 금융 안정성 등 거시경제적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정부의 정책 방향과 법안 처리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디지털 결제 시장의 변화와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 규모(약 1700만 명) 등을 감안할 때 원화 스테이블 코인 도입은 시기 문제일 뿐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의 선제적 준비와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