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인들 이우걸 전무가 대전시 공무원 시절 에피소드를 술회하고 있다.
바람에 가볍게 날리는 로맨스 그레이가 멋지다. 이우걸 전무(숲인들 기술사사무소)의 첫 인상은 논문 많이 쓰는 교수 같았다. 그는 대전광역시에서 30년 넘게 산림·녹지 업무에 종사했던 퇴직 공무원이다. 이 전무는 올해 퇴직하자마자 회사를 차렸고 “봉급날 그리 빨리 돌아올 줄 몰랐다”며 너스레칠 정도로 기반을 쌓고 있다.
폭염으로 산천이 펄펄 끓던 8월초, 조경·환경 미디어 '어반톡'의 이형철 대표와의 대담에서 그는 공무원 시절의 에피소드를 털어놓으며, 산림 정책의 미래를 논했다. 대학졸업 후 뒤늦게 기술직 특채로 들어간 그의 공직 여정은 임업직으로 시작해 가로수 관리, 공원 조성, 산불·산사태 대응으로 이어졌다.
"산불은 비상 근무로 힘들지만, 산사태는 인명 피해가 커 더 어려워요. 토목 공사까지 배우며 실무를 익혔죠."
특히 물놀이장 사업은 그의 공직생활의 자랑거리다.
"2008년 대덕구에 대전 최초로 만들었어요. 열악한 아이들이 물놀이 한번 못 가는 걸 보고 추진했죠. 반대도 많았지만, 완성 후 주민들의 폭발적 반응에 공직 생활의 보람을 제대로 느꼈죠.”
30여년의 공직생활 동안 그는 산림과 녹지를 '복지의 핵심'으로 여겼다. "공원은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이 쉴 곳, 만나는 곳, 노는 곳"이라며, 어려운 동네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후배 공무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묻자 “승진에 목매지 말고 시민들이 원하는 사업을 개발해 관철시키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어반톡 이형철 대표와 대담중인 이우걸 숲인들 전무.
-공무원 생활 초기, 어떤 업무를 주로 맡으셨나요?
"임업직으로 시작해 녹지직으로 불리는 도시 녹지 업무를 했어요. 가로수 관리부터 공원 조성, 산불·산사태 예방까지. 산불은 비상 근무로 힘들었지만, 산사태는 더 어려웠어요. 인명 피해가 크고 예방이 쉽지 않죠. 토목 관련 산림 공사도 배웠어요. 사방 공사, 댐 설계 등 학교에서 배운 산림 지식이 실무에서 빛났어요."
-시청과 구청 근무의 차이는 무엇이었나요?
"시청에서 8년, 구청에서 나머지 23년쯤 됐어요. 시청은 정책 기획 중심으로 승진이 빠르지만, 구청은 실무 중심이죠. 그래도 구청에서 물놀이장 같은 현장 사업을 직접 해보며 보람을 느꼈어요. 시청은 큰 그림을 그린다면, 구청은 주민 피부에 와닿는 일을 하는 것이죠."
-공무원 생활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예산과 인력 부족이 제일 컸어요. 대전 한 구에 가로수 15만 그루를 관리해야 하는데, 전지·방제·영양제 줄 돈이 없어요. 민원은 폭주하고, 경계선 재는 자잘산 민원부터 욕설까지. 젊은 공무원들은 저임금에 스트레스 쌓여 이직이 많아요. 동사무소부터 시작해 '왜 이런 일을?' 하며 포기하죠."
-기억에 남는 사업은 무엇인가요?
"대전 최초 물놀이장 조성요. 2008년 서울 견학 후 대덕구에 만들었어요. 열악한 동네 아이들이 에버랜드 못 가는 걸 보고 추진했죠. 반대도 많았지만, 완성 후 주민 반응이 폭발적이었죠. 동네 슈퍼 아저씨가 ‘아이스크림 4박스가 더 팔린다’고 좋아하셨어요. 오정 근린공원도 환경단체 반대 뚫고 만들었어요. 지금은 동네 명소예요."
이우걸 전무는 2008년 대전시 대덕구에 대전 지역 최초로 물놀이장을 반대를 무릅쓰고 만들었다.
-퇴직 후 다시 5년 공무원 생활한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신가요?
"공원을 복지 중심으로 재편하는 사업을 하고 싶어요. 어려운 동네에 더 투자해 공원이 잘 쉬는 곳, 잘 노는 곳으로 만들고 싶어요. 또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으로 산사태 예방도 강화하고, 임도 사업도 합리적으로 하고 싶어요. '내 안의 공원'처럼 가까운 곳에 녹지를 만들고 둔산동의 12km 오솔길처럼 주민 편의 중심으로 행정을 펴고 싶어요."
-퇴직 후 현재 회사(숲인들)를 만든 이유는?
"대전 지역 조경 사업이 규모가 작고 페이퍼 컴퍼니도 많아 산림 쪽으로 갔어요. 산림청 사업이 문화·휴양으로 확대되니 기회가 많아요. 산림 관련 법인들의 활성화가 필요해요. 대전지역 대학에 산림 관련 학과가 많지만 취업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아요. 산림조합 독점을 깨고 법인을 늘려 우수 인력을 취업시키는 것이 지역 발전 위해 필요해요."
-조경 산업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중앙부처가 없어요. 국토부에 녹지직 한두 명뿐이에요. 관련 법안도 없어 감리 의무화가 안 돼요. 산림청은 법이 많아 사업이 커지는데, 조경은 줄어요. 가로수조차 산림청 '도시숲'으로 넘어갔죠. 협회·학회 단합 안 돼 각자 도생하는 현실이 안타깝죠”
-산림조합과 산림 법인의 관계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산림조합이 사업을 독점해 거의 100% 수의 계약으로 가져가요. 지역인재 채용도 못 해요. 중앙회의 TO 조정으로 지역에는 권한도 없어요. 법인의 활성화로 공생하는 구도를 만들어야 해요. 지역 산림조합에 채용 권한 주고, 법인과 사업 공유해야 해요.”
이우걸 전무는 자택 정원도 스스럼없이 개방했다.
-후배 공무원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려요.
"기본 자세 지키며 주민 원하는 정책을 개발해야 해요. 매뉴얼 복사 말고 혁신적인 사업을 내놔야 해요. 현직에 있을 때 ‘뻔한 사업 말고 가로수 거꾸로 심는 보고서라도 가져와라. 그러면 사인할게’라는 말도 심심찮게 했어요. 그만큼 공직자들이 창의성을 갖고 일하란 얘기였어요. 어려운 동네 공원 만들기 같은 것은 성취감을 느껴요. 자기 돈이 아니라 시 예산이라는 게 있으니, 주민들이 원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사업 개발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환경 보전과 개발의 균형은 어떻게 맞춰야 할까요?
"맹꽁이 한 마리 때문에 사업 멈추는 건 과해요. 환경부·문화재청은 대안을 줘야 합니다. 조사에 3년 걸리면 시행사는 망해요. 기왓장 나오면 사업은 끝이라고 봐야죠."
-대전 지역 발전을 위한 제안은?
"골프장 유치가 필요하다고 봐요. 대덕구는 그린벨트만 60%여서 할 수 있는 게 골프장 뿐이었어요. 현직에 있을 때 마스터 플랜 짰어요. 지역 업체 고용하고,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컸어요. 전남도는 골프장 만들자고 하면 TF팀을 만들어요. 대전 공무원은 아무래도 소극적이에요."
녹지 담당 공무원 출신답게 정원도 작은 공원 같았다.
-대전 공무원 문화의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대전 공무원은 일 안 해요. 진급만 생각해요. 사업 제안해도 핑계만 대요. 환경단체 강세로 사업이 막히기 일쑤에요. 최근 폭우에도 대전시가 범람하지 않은 것은 이장우 시장처럼 독한 리더십으로 하천 준설 공사를 제때 했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요즘 후배들 이기적이고 정책 제안도 싫어해요.”
그는 거침이 없었다. 현직에 있을 때도 상사에 직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 때문에 승진에서 탈락도 했다는 그는 “진급만 생각한다”며 후배들을 질타했다. 하지만 “오직 주민들만 생각하고 정책 개발에 힘쓰라”는 고언에선 그도 어쩔 수 없는 ‘정부미’였다.